“인간의 삶과 죽음이 의료화 되었다.”
“임상진료 또한 방대한 사업으로 변해서 주로 퇴행성 질환과 노화에 관심을 두고(종합검진, 질병 인식개선, 질병 팔이, 예방적 처방 등을 통해서) 전체 인구집단을 환자로 몰아가고 있다.”
“병원은 노인 처리소가 되었고, 이제는 인간 행동과 감정의 정상적인 변이까지 약물치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의료는 유사 종교가 되고 있다. 우리는 환자들이 이 종교를 배교하고 포기하도록 친절히 격려해야 한다.”
“죽음과의 전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미 알고 있고 가지고 있는 것을 공평하게 나누는 일에 에너지를 돌려서 치유와 통증 완화에 가치를 두는 새로운 의학으로 나아가야 한다.”
“의학에서 어떤 새로운 발전이나 치료법이나 패러다임이 나왔다고 하면 먼저 두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구에게 이익인가? 그리고 그것 때문에 삶이 더 행복해질 것인가? 이 질문들을 유전체학, 디지털 헬스, 인식개선 운동에 던져보면 답은 명백하다.”
“의사와 환자 모두 의산(醫産) 복합체의 노예가 된 상황이지만, 이제는 모두가 반란을 일으킬 때가 되었다. 우리 사회는 노화와 죽음에 대해 새로운 화해를 할 필요가 있다.”
[현장 의사에게 듣는 현대 의학의 자화상]이라고 표현한 책 “병든 의료(Can Medicine Be Cured?)”의 에필로그를 읽고 책장을 덮으며 기억하고 또 공유하고 싶은 구절들을 위에 옮겨 보았습니다.
나는 지난달 난생처음 종합검진을 받았으며, 위내시경 결과 위에 염증이 있다는 진단이 있었고, 치료 약을 3개월 복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의 소견으로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이 약은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의 양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었고, 주로 위궤양과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이었습니다. 현재 나에게는 위궤양이나 위식도 역류질환과 관련된 어떠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약을 복용해야만 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의사는 답하였습니다. “위염은 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며, 증상으로 나타날 때는 이미 늦은 시기입니다.”(그럼 내가 복용해야 하는 이 약은 위암 예방약이 되나?)
나는 고혈압 환자입니다. 2005년 어느 날 뒷머리가 뻐근하여 병원을 방문하였고, 혈압을 체크하니 150이 좀 넘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혈압약 복용을 시작한 것이 17년이 되었습니다. 나는 매일 아침 혈압약 한 알을 먹는 일만 제외하면 평상시 내가 환자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며 혈압을 조심하기 위한 어떠한 인위적인 행위도 하지 않습니다. 평소 나는 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 여기며 살고 있는데, 가끔 공적인 서류에 병명을 적을 때 그때야 비로써 내가 고혈압이라는 지병이 있는 환자라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내 삶에서 한 가지 아쉬운 일이 있다면 그때 내 몸이 스스로 혈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나는 위염 치료를 위해 3개월 처방된 약을 일 개월 복용 후 중단하였습니다. 그 결정의 근거로 첫째는 위산과다가 위염을 발생시킨다는 전제하에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기능의 처방 약은 위염의 직접적인 치료제가 아니기에 치료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작용의 가능성도 고려했습니다. 두 번째는 거의 70년 가까이 활동해 온 내 위의 표면 상태가 위염 한점 없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생각입니다. 위에 염증이 있음에도 위궤양 또는 역류성 식도염 증세를 보이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그리고 고맙게 여기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대신에 앞으로 식사량을 좀 줄이고, 자극적인 음식은 절제함으로써 위에 부담을 줄여주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종합검진을 받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병원은 병을 치료하기도 하지만 병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구나.” “모르는 게 약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 등등. 의사는 나에게 대장 내시경도 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내 주위의 친구들도 매년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대장 내시경을 하고 있으며, 가끔은 용정이 발견되어 제거하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이제 내 삶에 종합검진은 더는 없을 것입니다. 의료보험조합에서 받으라는 종합검진을 받지 않으면 차후 보험 혜택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소문(?)이 있었고, 또 아이들이 아버지 건강에 대한 염려가 크기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매년 종합 검진하고 용정 제거한다고 걸릴 병 안 걸리고, 안 걸릴 병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앞으로 나에게 큰 병(암)이 온다 해도 나는 항암치료나 수술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내 몸을 신뢰하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응원할 것이며, 자연스럽게 몸(하늘, 운명)에게 맡길 것입니다.
국선도 수련을 한 번에 한 시간씩 일주일에 3번 합니다. 규칙적인 호흡(단전호흡)을 통하여 기(에너지)의 순환을 도와주며, 몸을 유연하게 하고 마음을 정화하는 수련입니다. 허리가 좋지 않아 시작했는데 4년이 되었고, 이제 나에게 국선도 수련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서로 소통하는 시간으로 내 생활 속에 하나의 의례(리츄얼)가 되었습니다. 3개월 전에는 아내도 국선도에 입문하였는데 기대 이상의 효과가 있는지 수련에 상당한 흥미가 있어 보입니다. 아무쪼록 꾸준한 수련으로 아내와 함께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