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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리 Dec 11. 2023

나의 자존감

나는 내가 좋다,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랑스럽다. 우리 가족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나를 좀 걱정스러워한다. 특히 아내는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잘난 척 좀 그만하라며 역정을 내고, 제발 좀 그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나는 잘난 척을 하려는 게 아니다. 생각한 그대로 말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는 거다. 예전에 한 친구가 내가 보기에 하도 잘난 척을 하고 있어 내가 제동을 걸었다. “너 너무 잘난 척하는 것 아냐?” 그 친구가 반격했다. “그래, 잘난 척 맞아, 그래도 난 너를 못 따라가.” 그러면서 덧붙여 말했다. 저는 자기가 잘난 척하고 있음을 듣는 사람이 다 아는데, 나는 잘난 척 아닌 것처럼 은근히 잘난 척을 한단다. 나는 그만큼 노련한 사람은 못 된다. 나는 나에게 항상 말한다. 겸손해라, 겸손해라, 겸손해야 한다고. 

    

나에게는 많은 장점이 있다. 나는 지적(知的)인 것을 추구한다. 인생이란 무엇이고,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 사랑이란, 신(神)이란, 종교란 무엇인가? 결혼이란, 부부란, 부모란 무엇인가? 이런 것들에 질문을 던졌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나름대로 개념이 정리되었고 삶의 방향과 태도가 결정되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고, 아는 만큼 경험한다. 내 삶의 방향은 정신적 성장이다. 지혜로워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 치러야 할 고통이 있다는 것 또한 나는 알고 있다. 

     

나는 헌신적인 사람이다. 나는 가슴으로 하는 사랑을 잘 모른다. 내 사랑은 머리와 몸으로 하는 것이다. 내 사랑은 의지와 행동이다. 나는, 사랑이란 하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 아내를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리고 이웃을 사랑하고. 사랑할 능력에는 크기가 있으며, 나의 성장과 함께 그 능력도 커갈 것이다. 사랑에는 책임과 희생이 동반되며,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슬기로운 사람이다.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나에게 세상은 주어진 것이고 환경이고 운명이다. 나는 세상과 원만하게 지내려 노력한다. 나는 나에게 일어나는 어려운 상황이나 문제들을 나에게 유리하도록 해석을 한다. 나에게 일어나는 감정이 나를 오래 힘들게 하는 것을 내가 허락하기 싫기 때문이다. 나는 말이나 글로 표현된 법, 관습, 도덕 등 세상이 요구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나의 삶에 대한 태도는 세상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좀 멋진 말로 표현해 보면 ‘천체(우주)의 리듬에 내 삶의 리듬을 맞춘다’ 할 수 있을까? 

    

그 밖에도 나에게는 많은 장점이 있다.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하는 것, 상대를 존중하려 노력하는 것, 남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로부터 자유로운 것 등등. 그럼 나에게 장점만 있는가? 아니다. 위에서 말한 장점이 상황에 따라 또는 타인이 보는 다른 관점에 따라 단점이 되기도 하니까. 그러나 아쉬운 점은 있다. 나는 공감력이 부족하고, 감각이 예민한 편이 아니다. 나는 사고형 인간이기에 감정이 열등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은 못내 나에게 아쉬운 부분이다. 타인의 슬픔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이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나에게도 ‘경이로움’이라는 느낌을 한번 경험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 글은 재미가 없단다. 글을 가슴으로 쓰지 못하고 머리로 쓰기 때문일 것이다. 경험은 풍부한 감정과 예민한 감각으로 느낀 것이 표현되어야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글이라는데,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감정이 열등하고 감각이 둔하니 어휘가 부족하고, 어휘가 부족하니 표현이 투박스럽다. 또 내 글은 잘난 척하는 인상을 주는 글들이 많단다. 내 슬픔, 내 고통, 내 번민, 내 후회, 이런 것들이 글감이 되어야 재미있다는데, 나에겐 부정적인 경험이 빈약하다 보니 성공적인 경험이 주로 나의 글감이 된다. 그러니 누군가에게는 가르치려는 의도로 읽혀 짜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경험을 정리하고,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에 뿌듯해하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니까. 대신 앞으로는 사건을 너무 엄숙하게 다루지 말고 가볍게, 좀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읽어 주는 분이 읽는 동안 불편해하지 않으며 끝까지 다 읽을 수 있도록.     


**오늘 아침 읽은 기사 한 부분을 소개합니다. 기사 제목은 <일생에 걸친 자존감, 절정에 이르는 시기는>입니다. “자존감과 관련해 환갑 즈음에 절정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은 자존감에 관한 기존 연구 191편이 다룬 16만여 명의 취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중략) 자존감의 상승세는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완만해지다가 60세 부근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70세까지는 최고 수준을 10년여간 유지했다. 이번 연구(Development of Self-Esteem From Age 4 to 94 Years)는 미국 심리학협회 학술지 <<심리학 회보 Psychological Bulletin>>에 실렸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자존감은 절정에 있다는 이야기인데. “여보~~, 나 잘난 척하는 게 아니야, 자존감이 높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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