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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Jun 15. 2022

22-4. Side by Side <반려>

Hugo Books _ 우고의 서재

SIDE by SIDE 


 연수문화재단의 첫 매거진 <SIDE by SIDE>를 읽었다. '연수구 문화도시센터'에서 발행한 <문화도시 연수 로컬 매거진 : SIDE by SIDE>는 연수구의 다양한 이슈를 시민 에디터의 시선으로 바라본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친근하고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첫 번째 주제 '반려'에 맞추어 에디터들은 각자의 관심사를 취재해 왔다. 반려식물, 예술가의 반려 물건, 반려동물, 부부, 반려와의 사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이것은 마치 '전국 반려 자랑' 같다.



 이 잡지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서문에 적혀 있는 '곁을 내어준다는 것' 이라는 문장이었다. 매거진 발행의 담당자인 신 대리님이 입에 늘 달고 사는 "원래 그렇게 생겼어요"'라는 말 만큼이나 많이 했던 말이 "곁을 내어주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라는 말이었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자기의 곁을 내어주는 데에는 큰 결심과 용기가 필요하다. 겉으로는 그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기도 하지만 마음 깊숙히 내 곁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내 가장 어둡고 음침한 동굴 그 곳 조차도 내어줄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혹은 그런 존재를 '반려'라고 부르고 싶다. 또는, 까마득히 깊은 심연에 빠져 발버둥 치고 있을 때, 나를 수면 위로 데리고 나가줄 수 있는 존재도 '반려'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반려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동식물이 될 수도 있으며, 때론 어떤 물건이나 추상적인 무언가도 나의 반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문화도시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적 반려를 제공하는 것 또는 되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혹은 각자의 반려가 무엇일지 고민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



 매거진에 실린 내용 중에는 아내와 사별한 남편의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반려인 아내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것도 감동적이었지만, 장인어른 또한 함께 살아간 반려로써 많은 것을 보고 배운 것이 좋았다. 먼저 장모님을 떠나 보낸 장인어른에게서 상실의 시간을 견디는 방법을 배웠다는 사위. 다르지만 같은 고통을, 다르지만 같은 시간을 공유한 이야기가 슬프지만 따뜻했다.




 창간호를 '반려' 주제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대리님에게 들었을 때, 매번 여자친구에게 반려(거절) 당하는 반려남친에 대한 이야기를 써도 되냐고 제안했다가 반려 당한 기억이 난다. 그런 농담(난 진담이었지만)을 한 게 올해 초였는데, 이제는 매거진 2호의 시민 에디터가 선정되어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정말 시간은 빠르게만 흘러가는 것 같다.


 내가 재단에서 해보고 싶었던 잡지 발행을 다른 사람이 아닌, 자주 아이디어를 나누고(대부분의 순간이 쓸데 없는 이야기 일 때도 많지만) 재단에서도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애쓰는 나리대리님이 해서 정말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정에서 비롯된 고민 없이 단순히 담당 업무로 매거진이 발행되었으면, 내가 애초에 관심도 안 가졌겠지만 무척이나 슬펐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올해도 재단은 각 팀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업들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각자의 맡은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조직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내가 가진 복이 크다는 것을 알게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 받을 점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대하는 지를 바라 보는 것 만으로도 공부가 되고 또 도전이 된다. 지금처럼 계속 수동적인 사람이 아닌, 능동적인 사람을 좇아,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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