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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Sep 13. 2022

[기획노트] 'APY Week : Drop The 빛'

2022 미술주간 'APY Week : Drop The 빛' 아트플러그

'APY Week : Drop The 빛' 아트플러그 연수 오픈스튜디오

2022 미술주간 'APY Week : Drop The 빛' 아

[기획자 노트] 2022 미술주간 'APY Week : Drop The 빛' 아트플러그 연수 오픈스튜디오


Ⅰ. 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에서의 기획들


 연수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 에서 네 번째 기획이었던, 'APY Week : Drop The 빛' 프로그램이 끝이났다. 첫 번째는 '아트플러그 연수'로 발령 나기 전, '예술지원사업'과 '송도불꽃축제'를 담당하고 있던 문화사업팀 시절에 기획했던 <아트플러그 연수 개관식> 이었다. 초반 세팅은 팀장님과 아트플러그 연수 직원들이 해뒀지만 초중반부터는 공식적인(?!) 내 업무가 되었다. 개관식 축하 공연팀만 계약이 완료되어 있었던 터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을 할 건지에 대해 처음부터 고민을 해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축하 속에 'APY'의 개관을 알릴 수 있었다.


 두 번째는 <Early Night in Ongnyeon> 프로그램 이었다. 신생 시각예술 레지던시인 'APY'를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일반 구민들을 공간으로 초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1기 입주작가 8팀의 프리뷰展과 동시에 시각예술 레지던시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에 대한 토크 쇼로 구성되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백기영 부장님, 무늬만커뮤니티 김월식 대표님, 평론가 김남수 선생님을 모셔 옥련동의 아름다운 봄 밤을 함께 만끽했던 좋은 시간이었다.


 세 번째는 1기 입주작가와 함께한 <지역 리서치 투어>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수구에 거주(근무)하면서 느꼈던 이 지역만의 특별함과 함께 토론할 이슈로 던져 보고 싶은 장소를 컨택했고 장소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총 세 가지의 코스로 구성했다. <지역 리서치 투어>를 통해 1기 입주작가들이 각자가 느낀 것들을 예술로 승화하는 전시가 10월에 '아트플러그 연수'에서 개최될 예정인 것은 내 자부심으로 다가올 것 같다.

(좌측상단) 아트플러그 연수 개관식 / (우측상단) 2022 지역 리서치 투어 / (하단) Early Night in Ongnyeon


Ⅱ. 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 에서의 첫 공모사업


 2022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주최한 <2022 미술주간 예술+기술 관람객 체험형 프로그램 운영 공모>에 선정되었다. 사실 이 공모에 앞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주최한 <전시해설사 인력 지원 공모>에 선정되었지만, 두 번의 채용에서 적격자가 선발되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게 되었던 이력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절치부심하여 준비한 게, 미술주간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해주는 공모 사업이었다. 올해 미술주간의 주제는 '예술+기술'로 지정되어 공모가 내려왔다. 자유주제가 아닌 지정주제였기 때문에 '아트플러그 연수'와 해당 주제가 어떤 상관 관계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정립이 먼저 필요했다. 


 여러가지 고민을 하던 차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빛을 주제로 접근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 였다. '빛'이라는 큰 틀의 주제를 정해놓으니 살을 붙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특히 '아트플러그 연수'가 위치하고 있는 장소가 간척하기 전에는 바로 앞이 바다였던 곳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이번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의 글을 쓸 수 있었다.




 아트플러그 연수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주변이 바다였고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는 지형적 특성에 따라 등대가 존재했을 법한 장소에 있습니다. 바다 위 항해하는 배를 마중하고 배웅하는 등대처럼, 예술가를 환영하고 환송하는 등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이곳에 담겨 있습니다. 아트플러그 연수 2022년 오픈스튜디오 "Drop The 빛"을 통해,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떨어지는 북극성과 등대의 빛이 그들을 무사히 목적지로 인도하는 것처럼, 예술이라는 세계를 유영하는 예술가에게 영감으로 떨어지는 다양한 빛이, 그들을 자아의 실현이라는 목적지로 향하게 하는 서사를 담았습니다.
 이번 오픈스튜디오에서 아트플러그 연수는 인간에게 역사적으로 희망과 풍요를 상징하는 대상이었으며, 예술가에게는 회화, 조형, 음악, 문학,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소재(Raw Matrial)가 되었던 '빛'을 집중 조명하고자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2 미술주간 예술+기술 관람객 체험형 프로그램 운영 공모> 프로그램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오픈스튜디오는 기술의 발달에 따라 빛을 예술로 어떻게 승화시켜 왔는지에 다양한 방법론에 대해 접근합니다.
 또한, APY의 1기 입주작가 7팀(갈유라, 기슬기, 윤결, 이성경, 임의그룹, 정정호, 한수지)과 함께하는 <Artist Day> 프로그램을 통해 입주작가의 작업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그들의 창작과정을 관객과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빛'을 발하지 않는 등대는 생명력이 없고, 생명력이 없는 등대는 더 이상 배를 향해 항구가 있음을 알리지 못합니다. 아트플러그 연수는 계속해서 빛을 발하는 등대가 되기를 희망하며 APY 첫 오픈스튜디오를 개최합니다. 예술창작공간으로서 첫 걸음을 떼는 아트플러그 연수에 많은 응원과 7팀의 입주작게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기획의 글을 쓰고 나니,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예술, 그 중에서도 시각예술과 빛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각예술의 가장 기본이 되는 회화에서부터 조형, 조각 들을 거쳐 사진, 영상 그리고 미디어아트까지 빛은 이들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이러한 지점에서 강연과 프로그램을 몇 가지로 추려서 정리를 해보았다.



 ① Light in Drawing : 빛과 회화사에 관한 강연


 회화사에서 빛은 그림을 표현하는 기술적인 기법일 뿐 아니라, 그림이 담고 있는 화가들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신에 대한 경외를 표현하기도하고,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이상향을 표현하기도 하고, 희망과 풍요를 기원하기도 했다.


 나는 그림에 담겨 있는 빛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줄 강연자가 필요했다. 여러 후보들을 찾아보다가, 빛을 자신의 작품에 닮은 듯 다르게 표현해낸 두 명의 화가를 소개하고 있는 한 명의 도슨트와 마주하게 되었다. 한이준 도슨트님은 인상파 화가의 거장인 '마네'와 '모네'를 듣기 편한 방식으로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에서 '빛'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를 정확하게 풀어내주어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과 딱 맞아 떨어짐을 느꼈다. 난 바로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서울에서 인천이라는 물리적 거리, 그리 넉넉하게 책정할 수 없는 강연 사례비 그리고 신생 레지던시인 '아트플러그 연수'의 인지도 등 강연자를 섭외하는 과정이 언제나 녹록치 않았기에 거절 당해도 실망치 않겠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너무 흔쾌히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승낙이었다. 메일을 받은 시간이 퇴근 후 시간이지만 아트플러그 연수 직원들에게 신나서 자랑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한이준 도슨트 제공


 한이준 도슨트님의 강연은 프로그램 참가 신청이 오픈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착순 마감되었다. 그만큼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주제가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무료 프로그램의 특성상 늘 준비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노쇼'가 여지없이 발생했고 거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석하기 어렵다는 응답을 해왔다. 이렇게 어렵게 강연자를 섭외했는데 너무 쉽게 프로그램 참가를 취소하는 사람들이 참 미웠다. 단순히 한 사람이 강연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아 갔다는 게 더 화가 났다.


 그나마 다행히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오신 분들이나 다른 프로그램을 참가하기 위해 오신 분들이 강연을 들어주셔서 마련한 공간을 어느정도 채워서 강연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그분들께 참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강연은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되었고 적절한 퀴즈와 질문들로 관람객들도 즐겁게 강연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슨트님께는 다음에도 꼭 다른 기회로 모시고 싶다는 인사를 드리며! 


한이준 도슨트 강연


② Light in Media Art : 빛과 미디어 아트(불꽃, 드론)에 관한 강연


 이번 주제가 '예술+기술'인 만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시각예술을 접하곤 한다. 그 중에 하늘이라는 무한한 공간을 캔버스 삼아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는 미디어아트, 드론 아트에 대해 접근해보고자 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송도불꽃축제'를 준비하면서 '제주들불축제', '부산항축제' 등을 벤치마킹하러 갔을 때 인연이 된 '파블로항공'의 이장철 부사장님을 강연자로 모시기로 했다. 


 이장철 부사장님은 한화에서 '여의도불꽃축제', '부산광안리불꽃축제' 등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불꽃축제를 담당했으며,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인텔사와 협력하여 드론 군집쇼의 기네스를 경신하기도 했던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마침 '파블로항공'이 연수구 송도에 위치하고 있어서 부사장님께는 강연을 부탁드리고, 이후 체험프로그램으로 '드론 장애물 피하기' 운영까지 다른 직원분들이 맡아주셨다.

파블로항공 이장철 부사장 제공


 드론운 최초에 군사용으로 개발되었고 현재는 산업 전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이제는 문화예술의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앞으로 무인 택배, 무인 택시 등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점점 더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실제 사례들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그에 맞는 재미있는 스토리들을 들려주는 형태로 강연이 진행되었는데, 엔드코로나 이후 조금씩 축제가 부활하고 있던 터라 청중들이 깊이 빠져서 들을 수 있었다. 평소에 불꽃, 드론 아트 등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전문가를 일반인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질문들이 많이 나와서 쌍방향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강연이었다.


파블로항공 이장철 부사장 강연


③ Light in Drone Show : 드론을 직접 조작해보는 체험 프로그램


 요즘은 드론을 실생활에서 많이 접하게 되었고, 가정에 한 대 정도는 가지고 있어서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드론을 날려보는 가족도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드론은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초적인 드론 조작법을 배워보고 직접 장애물을 피해 비행해보는 체험을 준비했다.


 파블로항공과 체험프로그램에 대해 미팅을 하던 중, 다음 번에 해보고 싶은 체험 프로그램이 하나 생겼다. 전시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드론을 통해 여러 각도로 작품을 관람해 볼 수 있는 VR 체험이 바로 그것이다. 언택트가 대안이 아닌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온택트의 실감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인데, 실제로 전시를 보는 듯한 감각적 만족감에 더해 새로운 시야각에서의 관람을 더한다면 충분히 매력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드론 체험 프로그램


④ Light in Movie : 빛과 영화사에 대한 강연


 우리나라는 영화 강국이다. 이 말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영화시장은 세계에서도 매우 큰 수준에 속하며,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도 내로라하는 영화제에서 큰 상들을 휩쓸며 인정을 받고 있는 추세다. 일반 관람객들도 유튜브의 영화 전문 채널들을 통해 영화 속에 숨겨져 있는 장치들에 대해 학습을 하게 되면서 영화를 관람하는 방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시각예술의 분야인 영화에서도 '빛'은 무척이나 중요한 소재이자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기생충'에서도 빛을 하나의 장벽이자 경계로 사용하면서 계급간에 넘어갈 수 없는 '선'으로 표현해내기도 했다. 흑백영화인 '쉰들러 리스트'의 마지막 장면에 소녀가 입고 있는 옷만 유일하게 빨간색으로 표현되는 것도 색깔로써의 빛을 이용한 장치라고 할 수 있겠다.


씨네21 송경원 기자 제공


 영화라는 대중적이고 동시에 전문적인 분야를 끌고와 '아트플러그 연수'로 그들의 발걸이 닿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에게도 영화적 지식을 쉽고 편하게 전해줄 수 있는 강연자가 필요했다. 팀장님의 추천으로 '씨네 21'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송경원 평론가'님을 모실 수 있었다.


 영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예시도 함께 가지고 와 다양한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강연을 진행해주셨고, 사전 신청없이 갑자기 듣게된 현장 신청자들도 재미있는 강연을 접했다고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하며 집으로 돌아가셨다.


씨네 21 송겨원 기자 강연


⑤ Light in Movie 2 : 카메라의 초기 형태인 옵스큐라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


 앞에서 영화를 다뤘다면, 체험프로그램으로는 영화를 찍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인 '카메라'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카메라의 초기 형태인 옵스큐라를 만들어보면서 카메라는 어떤 원리로 작동되고 이를 통해 어떤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체험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위해 '주식회사 창작집단시앤'의 이화정 대표님의 도움을 받았고, 아이들과 부모님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다. 실내 공간에서 직접 카메라를 만들어서 야외로 나와 자기의 카메라로 자기만의 세상을 담아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그저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문화예술은 현장에서 생명력이 나온다.


카메라 옵스큐라 만들기 체험


⑥ Light in Graffiti : 빛을 만나 반짝이는 그래피티를 직접 체험해보는 프로그램


 마지막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은 언젠가 한 번은 꼭 함꼐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 싶었던 '레오다브 스튜디오'의 그래피티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원래는 '꿈꾸는 예술터'를 위해 리모델링 하려 했던 'B동'의 어두운 벽면에 발광 스프레이와 여러가지 빛이 나는 도구들로 그래피티를 해보는 작업을 구상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요소들이 있어서 야외 공간에서 운영하게 되었다.


 L.A.C Studio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그래피티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크루로 본인들의 예술적 작업 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래피티라고 하면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봤듯 미국의 슬럼가 벽면 혹은 폐공장 등에 낙서처럼 보이는 작업들을 지칭한다. 이 분야에 일반 대중들의 관심이 크게 쏠리게 된 것은 '뱅크시'라는 작가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레오다브가 뱅크시처럼 그래피티라는 분야를 알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L.A.C Studio의 실내 교육


 나는 특히 이 프로그램에 조금 더 많은 신경이 쓰였는데, 이 프로그램의 참여자에 대한 고민과 걱정 때문이었다. 최초에 공모사업 신청서를 넣을 때, 이 프로그램은 지역의 문화예술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을 했고, 어느정도 대상으로 정해놓았던 단체와도 이야기가 되어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내가 지정했던 그룹은 연수구의 함박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이었다. 고려인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국적을 가지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주 대상이었다. 국적도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나 부모님이 우리 말이 서툰 탓에 여러가지 정보를 빠르게 입수하지 못해 문화예술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 만큼은 이들이 충분히 만끽하고 누릴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이러한 선한 마음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혐오의 시선을 발생시킬까 두렵기도 했다. 그리고 오히려 그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의 기획에 상처를 받게 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그들이 원치도 않았는데 강제로 문화예술 소외계층으로 내가 생각해버린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실내에서 스케치 작업을 한 뒤, 야외에서 직접 스프레이로 글자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순차적으로 해나가는 그들의 표정을 보니 기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녀들, 함께 동행한 부모들 모두 진지한 얼굴로 각자의 작품을 만들고 있었고, 스프레이를 뿌리며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는 게 느껴졌다. 


 고려인들을 프로그램의 대상으로 정했던 것에 대해 잘했다는 생각이 결론적으로 들었던 것은, 그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는 길에 마지막으로 들었던 한 마디 말 때문이었다. 차에서 내리고 나를 보며 서툰 우리말로 "오늘 재밌었어요"라고 건넨 따뜻한 말이 나를 감동케 했다.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복잡했던 마음들,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몸. 모든 것들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레피티 체험을 하고 있는 고려인


 2022 미술주간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사람들을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만들까' 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아닌 '아트플러그 연수'는 일부러 찾아와야만 하는 언덕위에 위치하고 있다. 대중교통 또한 그리 친절하게 닿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애써 이곳에 오게 만들 수 있는 콘텐츠들이 필요했다. 위의 강연이나 체험프로그램 외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것들에 대해 고민을 했고, 나름의 해결책으로 몇 가지 콘텐츠를 제시했고 실제 운영했다.


 첫 번째는 '아트마켓' 운영이었다. 인천시 중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황문정 작가님의 '영일상회'와 김푸르나 작가님의 '아트랩999'를 섭외했다. 영일상회는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굿즈를 판매하는 상점이고 아트랩999는 인천 지역의 유무형의 역사문화적 콘텐츠로 칵테일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스토어다.


아트마켓에 참여한 '영일상회'와 '아트랩999'


 재미있는 아트마켓이 '아트플러그 연수'에 입점한다는 것 외에 '영일상회'와 '아트랩999'가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홍보채널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다소 심심할 수 있었던 야외공간을 아트마켓이 꽉채워주면서 관람객들에게 풍성함을 제공해줄 수 있었다.


 두 번째 콘텐츠는 '무료 커피차'였다. 아트플러그 연수는 매번 전시를 개최할 때마다, 관람객의 '체류시간'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전시기간 동안 이곳에서 팝업스토어로 '커피 및 음료'를 판매할 수 있는 업체를 섭외하자는 이야기도 나누곤 했다. 


 평소에도 이러한 고민을 해왔기 때문에 시범적으로 이번 오픈스튜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를 실행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료로 커피와 음료를 제공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먹히는 기획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인간은 공짜를 좋아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되어있기 때문에.


무료 커피차 운영


 '무료 커피차 운영'에 대한 확신은 역시나 맞아떨어졌고, 아트플러그 연수의 오픈 스튜디오를 풍성하게 채워준 일등공신과도 같았다. 그냥 동네를 산책하던 주민들도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이곳에 체류했고, 음료를 맡겨놓고 혹은 다마신 후에 안으로 들어가 전시를 보거나, 즉흥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루에 100잔, 이틀간 200잔을 기준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이틀다 조기 소진되었다. 2일차 되던 토요일에는 결국 20잔을 내 돈으로 더 결제해서 진행했다. 잔치에 음식이 없으면 안 되니까.... (*추후에 문화예술기획자는 왜 자꾸 자부담을 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서도 글을 쓰기로 하겠다.) 


 국공립 미술관, 팔복예술공장 같은 레지던시 들이 왜 카페나 음식점등을 함께 운영하는 지에 대해 너무나도 깊은 이해를 하게 되었고 '아트플러그 연수'도 관람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무언가가 운영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세 번째는 일명, '인생네컷'으로 불리는 '포토부스' 운영이었다. 우리민족처럼 자기 사진을 남기는데에 진심인 민족이 있을까. 실제 연구 사례에서도 미국인들은 여행을 가면 풍경을 크게 사람을 작게 찍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인들은 풍경은 작게 인물을 크게 찍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사진을 통해 어떤 경험을 했다는 것을 기록하는 것에 사진을 활용한다면, 한국인들은 사진을 통해 그 경험을 했을 때 나의 모습과 감정에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요즘 번화가에 나가보면 '즉석사진'을 남길 수 있는 무인의 가게들이 골목마다 줄지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공간을 찾는 사람들도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예산의 한계가 있으니 점포들에서 사용하는 커다란 기계는 임차할 수 없고, 요즘 결혼식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동식 포토부스를 섭외하기로 했다.


포토 부스 운영


 포토부스에 많은 사람들이 머물며 각자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고, 출력된 사진을 보면서 자기들끼리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역시 내 몸에는 사진사집의 피가 흐르고 있나보다. 사진을 통해 2022년의 초가을의 '아트플러그 연수'를 오래오래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는 '미술여행' 투어 프로그램 참여다. 미술여행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자전거나라'가 함께 운영하는 투어 프로그램으로 인천에서도 운영되었다. 참가 기관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아트플러그 연수'도 신청했고 감사하게도 투어 코스에 포함될 수 있었다.


 우리 '아트플러그 연수'를 시작으로 '코스모40', '임시공간', '인천아트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미술여행으로 우리 공간을 찾은 중년의 남자분이 '고양 레지던시'보다 연수가 더 예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 어깨가 올라감을 느꼈고, 공간을 소개해준 내게 선물로 주려고 음료를 주문했다는 어머니뻘의 여자분은 "이번 미술여행을 신청해서 너무 좋다"며 기뻐하셨다. 

2022 미술주간 '미술여행'


 이틀간 총 30명의 여행객들이 우리 공간을 방문했는데, 아주 작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30명이나 되는 사람에게 우리 공간을 소개하게 되었고, 우리 공간을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30명이나 된다는 것은 운영에 있어서 큰 응원이 되기 때문이다. 30명이 2명씩에게만 'APY'에 대해 이야기해도 우리는 벌써 60명에게는 이름을 알리게 된 셈이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트플러그 연수는 9월 2일(금)부터 4일(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공모사업은 아니었지만, 자체 사업으로 <APY 기획전시 : Match Box Edition 1. 2인조 X>를 운영했고, 기획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 '아티스트 토크'를 두 차례 개최했다.


 또한, 1기 입주작 7팀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APY 라운딩'도 운영하여 일반인들은 잘 알 수 없는 '예술가의 삶'과 '예술가의 작업실'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분명 운영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도 존재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각자의 추억들을 만들었고 예술창작공간인 '아트플러그 연수'가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에 대해 알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도 '오픈스튜디오'가 시각예술 레지던시에서 얼마나 중요한 프로그램이고 앞으로는 어떤 것들을 주의하며 기획을 하고 운영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늘 그렇듯 다음에 할 때는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더 잘 할 거라는 욕심도 생겼다.


 이 글은 기획자로서 나의 이야기를 담아냈지만 혼자서 운영한건 당연히 아니다. 공모사업의 담당자로서 준비하고 운영한 것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연수문화재단 예술진흥팀에 속해있기 때문에 당연히 팀장님과 팀원들이 함께 했고, 내가 할 수 없는 부분들은 팀원들이 채워주며 함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팀원들뿐 아니라, 재단의 동료 직원들이나 내 소중한 지인들이 함께 해주었기 때문에 아무런 사고 없이 프로그램을 마쳤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이 일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을 뿐더러, 혼자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깨닫는다.


 아무튼, 공모가 선정된 5월부터 프로그램을 운영한 9월 초까지, 그리고 앞으로 집행과 정산을 마무리하게 될 10월까지. 고생했고 고생할 나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아끼고 싶지 않다. 너무나도 고생했다 효민아.


 그럼, 나의 기획 노트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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