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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Oct 24. 2022

22-6.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Hugo Books_우고의 서재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022년 10월 말. 올해의 여섯 번째 완독을 했다. 처참한 독서량을 보면서 2022년이 내게 어떤 한 해였는지를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것 같아 묘한 감정이 생긴다.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병률 작가님과 그의 에세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여러 번 인스타그램 글을 통해 밝혔지만,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자 책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두 대상이다.


군대에서 이병률 작가님의 끌림을 접한 후, 글로 사람을 위로할 수 있고, 글로 누군가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딱 그런 시기였던 것 같다. 무척이나 힘든 현실과 일상을 살아내면서 모든 감성은 사치스러운 것으로 치부되고 오로지 이성만이 내 삶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인 시기.


그래서 더더욱 나를 치유케하는 책에는 손이 가지 않고, 일에 도움이 되는 자료나 레퍼런스만 주구장창 찾게 되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시간이 회복의 시간이 아닌, 일 외적인 것을 하고 있는 죄책감 가득한 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시기에 만난 이병률 작가님의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신간 발간 소식은 한 줄기 빛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작가님의 에세이는 온통 '사랑'으로 가득했다. 사랑이라는 말이 듣기만 해도 간지럽고 설레고 부끄러워지는 시기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랑이라는 말에서 나는 책임, 신뢰, 의지, 쉼, 기댐 등의 단어를 본다. 세상에 단 한 사람, 내가 철저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도 괜찮겠다는 사람. 그 사람에게 향하는 감정이 사랑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병률의 신간도 이런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저 가벼운 사랑의 감정이 아닌, 두 개의 우주가 만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는 이 책 31p에 나오는 문장이 참 좋았다.



"커피를 내렸는데 얼음을 컵에 한가득 담았다가 이제 찬 커피는 안 마셔도 되는 계절인 것 같아서 그냥 컵째로 냉동칸에 넣어 두었어... 얼른 이 생각나서 그 얼음을 꺼내는데 각각의 각 얼음이 아니라 하나의 덩어리로 붙은 채로 꽁꽁 얼어 있었어. 통째로 얼어버린 얼음이 저희들끼리 꼭 껴안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냥 한 덩어리가 돼 버린 그걸 보는데 문득 나와 너, 생각이 나는 거야..."


이병률 작가는 이런 글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내게서 벌어지는 일에서 어떠한 이유를 찾아내고 글로 쓰는 걸 좋아하기에 같은 취향을 가졌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글을 징그러워 하고 못 견뎌하는 사람도 있음을 너무 잘 안다. 지난 연인들에게 "넌 너무 모든 일에 의미 부여를 해"라는 말을 들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같은 결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 기적과도 같고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지금의 짝꿍과는 오랜 기간 큰 다툼 없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순간들에 행복하다.(물론 요즘 악재가 겹치며, 표현을 예전보다 많이 해주지 못하고 있지만, 내 진심은 늘 감사와 행복에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너무 지친 일상 가운데 내 글 한 문장 적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이병률 작가님은 언제나 내게 '쓰고자 하는 마음'을 책을 통해 선물해 주는 것 같다.


내 본업도 소중하고 좋지만, 이제는 내 영혼을 정화해 주는 글쓰기가 그리고 그 시간들을 다시금 내 일상으로 가져다 놓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내년엔 꼭 계획하는 출간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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