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o Books _ 우고의 서재
예술의 근원은 '자아의 발현'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인간의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예술로써 실현된다. 하지만 예술의 생명력은 타자에 의한 감상과 감명이 있을 때 지펴진다고 믿는다.
'창작의 고통' 이라는 말로 대변되듯 창조자로써 예술가는 예술이라는 행위에서 무조건적으로 환희와 쾌락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술로 인한 행복감은 향유할 때 더 크게 다가온다.
오늘 서평을 써 내려가는 <위로의 미술관>이 바로 그렇다.
<위로의 미술관>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 날의 그림들
2장. 유난히 애쓴 날의 그림들
3장. 외로운 날의 그림들
4장. 휴식이 필요한 날의 그림들
마치 마음의 병을 얻은 자들이 약국에 들러 처방을 받듯, 나를 가장 괴롭히는 키워드와 그 키워드와 연결되는 작가를 선택할 수 있게 꾸려져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2장 '유난히 애쓴 날의 그림들' 부분에서 가장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이반 아이바좁스키'라는 화가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서양미술사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 부끄럽지만, '스토브리그'에 백승수 단장의 말처럼 계속 모르는 채로 있는 것 보단 책을 읽어서라도 알려고 노력하는 게 맞는 거니까 당당해져 본다. 아무튼, 이 작가의 작품 중 <아홉 번째 파도>가 계속 잔상으로 남았다.
거시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봤을 때는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졌는데, 미시적으로 작품을 살펴보니 그 속에서 생을 살아내는 사람이 보였다. 옛 선원들은 거센 파도의 단계를 숫자로 구분하였는데 그 중 가장 높은 단계의 파도를 '아홉 번째 파도'라고 불렀다고 한다.
즉, 그림 속 항해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파도는 그들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환난인 셈이다.
이 그림을 보면서 지금의 내가 스쳐 지나갔다. 내 일상이 '아홉 번째 파도'를 필사의 노력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내 위로를 받았다. 아홉 번째 파도보다 더 높은 파도는 없기 때문에 앞으로는 평온한 바다를 마주하고 곧 안전하게 쉬어갈 수 있는 육지에 도달할 시간만 내게 남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당장 '아홉 번째' 파도를 만나 생사를 오가고 있는 배와 선원들을 보면서 이 작품의 심미성을 느끼고 있듯, 모든 것이 지나가고 난 뒤, 현재의 나를 스스로 돌아봤을 때, 그 모습이 대견하고 아름답게 느껴질 것 같아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니체'가 "나를 죽일 수 없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고 했듯이 결국은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더욱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해 갈 것이라는 (아직은 선명히 보이지 않지만) 믿음을 갖기로 했다.
나는 2장 그리고 '이반 아이바좁스키'에게 위로를 얻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 파트에서 어느 작가로부터 위로를 얻게 될 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위로의 미술관>으로 독서모임을 하면 참 재미있는 모임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 이 책을 읽어본 인친분들이 있다면, 댓글로 간단히 남겨주셔도 좋겠다.
혹은 이 책을 읽지 않았어도 소개하고 싶은 작가와 작품이 있다던가, 꼭 미술이 아니라도 요즘의 자신에게 위로가 된 예술이 있다면 소개해 주셔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서평을 남기는 이 피드가 <위로의 예술관>이 되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을 남겨두며, 모두 평온한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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