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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Jan 06. 2023

23-1. 서울건축사

Hugo Books _ 우고의 서재

서울건축사


2023년이 밝았다. 작년에 내가 읽은 책이 몇 권이었는지 계산해보려고 인스타그램을 켰다. 그리고 결과를 확인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9권이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적은 수의 책을 읽은 불명예스러운 해로 2022년이 남게 되었다. 책을 읽은 권 수뿐 아니라 2022년은 내게 있어 정말 잊고, 잃고 싶은 한 해로 남을 것 같다. 

아무튼 이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12월부터 읽어오던 책을 빠르게 마무리하기로 결심을 했다. 하지만 독서의 신이 나를 방해라도 하듯 ‘A형 독감’에 감염되어 1월의 시작과 함께 4일을 침대에 누워 지독한 발열, 근육통, 두통, 기침에 시달렸다. 그리고 5일째 되는 날이 되어서야 겨우겨우 완독을 하고 후기를 남긴다.



2023년은 임석재 교수의 <서울건축사>로 열었다. 지독한 문과생이기에 건축에 대해서는 정말 1도 지식이 없지만, 건축물의 미를 느끼고 나름의 해석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흥미가 생긴 책이다.

서울건축사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394년 조선의 건국 이후, 한양 천도를 위한 도시 계획이 수립된 시점부터 2022년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현재까지의 서울이라는 지역의 건축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우리는 역사를 배울 때, 연도·사건·왕위 계승의 흐름을 중심으로 배우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건축물을 중심으로 역사 교육을 해도 충분히 재미있고 깊이 있는 교육이 되겠다는 점이었다.

한양 천도와 경복궁을 중심으로 한 왕도의 건설은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박진감 넘쳤고 때론 감동도 있었다. 가장 감동받은 지점은 조선의 건축물은 도가와 유가의 정신이 합쳐져 있는 다시 말해 자연(생명)을 존중하고 인간과 인간에 대한 예를 중시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점이었다.

서울의 시작은 정갈하게 정돈된 ‘계획도시’였으나 도시의 볼륨이 커지고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역동적으로 자라나는 ‘확장도시’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 가운데서도 서울다운 건축물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했고, 이는 서울의 시대별 랜드마크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지금 서울에 현존(혹은 철거·변형된)하는 건축물들을 보면 모두 맞출 수는 없겠지만 대략적으로 시기를 추측해볼 수 있는 하나의 족보를 얻은 것 같은 든든함이다.

조선 시대부터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독립, 한국전쟁, 한강의 기적, 86·88 스포츠 메가 이벤트, 금융위기, 밀레니얼, 디지털, 현대화 등 시대의 흐름 속에 건축물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변형되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형태의 건축물은 비슷한 시대를 가리키고 있어 도시를 탐험하면서 또 다른 시각으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이 생긴 셈이다.

난 이 책에서 만난 건축물 중에서 376p에 나오는 ‘대우센터빌딩(현 서울스퀘어)’ 건물이 가장 반가웠다. 어린 시절 경주에서 상경해 큰 이모집으로 향하기 위해 택시를 탈 때면, 갈색으로 빛나는 이 건물과 항상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건물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 이제는 갈색으로 빛나는 외벽 위에 ‘미디어아트’가 수놓아지고 있다. 내 인생의 시계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책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약 6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이기에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없고 감상 위주로 이야기를 적을 수밖에 없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것은 한 권의 책을 통해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훌륭한 서울의 역사 교과서이자, 건축 교과서이자, 사회학 교과서이자, 철학 교과서다. 많은 양의 사진을 포함하고 있어 읽는 내내 눈이 지루할 틈도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일명 벽돌책으로 분류할 수 있으나 그러한 책들에 비하면 확실히 잘 읽히고 페이지도 술술 넘어간다.



2023년 내 인생의 건축물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주거의 환경’이 바뀌는 것이다. 조선의 왕도 건설의 기반이었던 풍수지리가 지금 집에서는 분명 내게 악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하다.(장례식장과 병원이 너무 많은 동네였고 자연(공원, 산, 강 등) 환경이 너무 부족한 동네였다) 이제 새로 이사 나가는 곳은 정확히 ‘배산임수’의 지형을 끼고 있다.

정효민의 주거 건축사에서도 2023년은 본격적으로 재물운·건강운 등 모든 운이 대성하게 되는 시기가 되기를 바라며, 책에 대한 리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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