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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Feb 07. 2023

23-3.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Hugo Books _ 우고의 서재

23-3.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현대인에게 점심 혹은 점심시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대학생이던 2008년도 정도만 해도 책 제목처럼 '혼자 점심을 먹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사회적으로 한창 인싸와 아싸를 구분하던 시기였고 학교에서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화장실에서 삼각김밥 등으로 식사를 때웠다는 글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오면서, 사회적으로 '혼밥'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흉이 되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조직은 '혼자 점심을 먹는 행위' 혹은 '점심시간에 조직을 이탈하는 일'에 대해 그리 관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경주에서 첫 직장 생활을 하던 2015~2016년, 부산에서의 2017년, 인천에서의 첫 직장 2018~2019년까지.

나는 한 번도 점심시간들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직장에 다닌 적이 없었던 내가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현재 직장에서는 점심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지만, 또 완전히 그럴 수는 없는 묘한 눈치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이 책에 시선을 빼앗기고, 손을 뻗어 책장에서 꺼낸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표면적으로 식사를 하는 시간이지만, 근로 노동법으로 엄밀히 따지면 휴게 시간으로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만 확실하다면 그리고 배고픔을 못 견뎌 업무시간에 집중을 하지 못할 것만 아니라면, 휴게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즉, 혼자 점심을 먹는 것도 가능하고 점심을 포기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하는 소위 말하는 '9 to 6'의 굴레에 묶인 직장인들에게 자유 시간 1시간은 매우 매우 귀한 시간임에 틀림이 없다.

이 책에는 9명의 시인이 저마다 생각하고 보내는 점심(시간 혹은 음식)이 등장한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여러분은 여러분에게 주어진 1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책 속 한 문장>

 40p

우리 이제부터 우리를 만나서 시 쓰기라고 부르기로 하자. 저녁에 만나는 것보단 점심에 만나는 편이 좋았다. 저녁에 헤어지면 영원히 헤어지는 것 같은데, 점심에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56p

연우가 교실 창가에 다육이 화분을 놓아두었다. 다육이는 빛을 좋아해서 해가 있는 쪽으로 얼굴을 돌린대. 연우는 자꾸 창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나는 연우를 봐. 목 이 계 속 길 어 져.

 115p

새벽잠을 설쳐서

아침잠이 많아서

저녁잠이 고파서

밤잠이 줄어서

 140p

"저녁까진 돌아올게" 그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고 그 후로 저녁은 오지 않는다

142p

밥을 먹고 잠깐 걸었다. 다들 손에 커피를 들고 있다. 요즘 위가 안 좋아요 저는 허리요. 사람들이 모여서 건강을 묻고 있었는데 다들 건강을 비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사람들은 어디 먼 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모두가 정말 맞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점심에는 모두가 묶여 있죠. 잠시 어딘가로 떠났다가 또 금방 돌아오죠. 식당과 공원은 너무 가깝고 공원은 회사와 너무 가까워서 다들 정신이 없어요. 공원은 열려 있지만 출입구가 구분되어 있고 모든 곳을 향해 있지만 어딜 향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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