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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 _ 홍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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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50. 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 _ 홍경한


6월 3일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 예산안을 의결했다. 추경안은 소상공인 2단계 대출 프로그램과 고용유지 지원금 확대, 할인 소비쿠폰, 한국판 뉴딜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35조 30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여기서 문화예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한국판 뉴딜사업인데 이 안에는 전국 공공시설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포함되어있다. 이 사업은 11억 원의 본예산만 편성되어 있었지만, 코로나 19 유행으로 인해 생계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추경에서 759억 원을 증액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지역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이나 광장 및 낙후지역에 벽화·조각·그래픽 아트 등을 설치하여 주민의 문화향유를 돕고 예술인에게 창작의 기회는 물론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전국 228개 지자체별로 1개 프로젝트를 실시하며 정부는 사업비 80%와 운영비 등을 포함해 759억 원을 지원하는데, 기존 예산에 비해 70배가 불어난 것이 큰 이슈가 되었다.


3차추경.jpg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 예산안 의결


이때까지도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내가 해야 할 업무가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415,200,000원' 각 지자체 별로 내려진 사업 예산이다. 시, 군, 구는 약 4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2020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집행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라 쓰고 업무라 부르자)를 떠안게 되었다. 그래도 이 예산이 문화예술계 종사자(정확히 말하면 미술업계)가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마지막 장치라는 것에서는 기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가 2015년부터 문화예술계에 발을 담그면서 메인 업무로 해왔던 일은 '축제', '교육', '공연', '행사' 였기 때문에 '미술' 및 '전시' 쪽은 배우고 싶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한 미지의 세계였다. 개인적으로 일로써 무언가를 배운다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돈을 받으면서 배울 수 있다는 장점) 이번 기회도 제대로 잡아야겠다 결심했다.



블로그, SNS 게시용 이미지 1.jpg 연수문화재단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사업에 들어가기 이전에 공공미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 팀 도서구입비로 책을 여러 권 주문했다. <공공 디자인으로 대한민국 바꾸기>, <정희정 교수의 공공디자인 세계기행>, <공공미술, 마을이 미술이다> 등을 주문했고 내가 가장 먼저 읽은 책은 홍경한 작가님의 <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였다.


KakaoTalk_20200828_145034163.jpg 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 _ 홍경한 저


홍경한 선생님의 <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는 공공미술의 의의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존의 공공미술에 대한 비판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함께 논하는 책이었다. 단순히 공공미술의 사례들만 열거했다면, 그냥 참고용으로 읽어보기만 할 책이었을 텐데 공공미술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특히 대한민국의 '공공미술'이라는 영역의 문제점과 한계점에 대해 꼬집는 부분은 문화예술계에서 일을 하면서 느꼈던 내 개인적인 의견들과도 많이 비슷해서 더욱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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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공감됐던 내용들





지금부터는 이 책에 나와있던 공공미술의 사례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Ⅰ. 서도호, <카르마>, 2009년, 서울시 영등포구 영중로 15 타임스퀘어 앞


영등포 타임스퀘어는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그 속에는 사업가, 노동자, 학생, 주부 등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이 있다. 바삐 오가는 그들의 마음속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희망, 고통, 불안, 행복, 설렘. 우리는 감히 짐작치 못한다.


책의 저자 홍경한 작가는 서도호 작가의 <카르마>를 보며 이렇게 표현했다.


"이 작품은 힘없이 억압받고 짓눌리며 살아간다 해도 언젠가 찾아오는 것이 희망이므로 쉽사리 삶을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 인간임을 말한다. 오늘은 벅차고 내일이 불안한 현실, 우리는 이 시간에도 굳세게 걷고 있으며 걸어야 함을 가리킨다. 버릴 수 없다면 후회도 소용없으며, 놓을 수 없는 삶이라면 절망도 부질없다. 인간사가 그저 숙명처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작품을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보인다. 무등을 탄 사람들이 하늘로 향해 연결된 구조물은 불안하지만 각자의 이상향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숭고한 인생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특히 나와 같은 결의 사람들이 내 인생과 연결되어있다 생각하니 따뜻하고 또 위로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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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작가의 <카르마>


Ⅱ. 윤영석, <일획을 긋다>, 2007년,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서울시가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의뢰한 높이 7미터, 지름 1.4미터의 청동 주조물이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에 세워져 있다. 과거 지필묵 가게가 많았던 인사동을 상징하고,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문화 1번지로서의 인사동을 각인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그 작품은 바로 윤영석 작가의 <일획을 긋다>이다. 붓이 원형으로 지나간 자리를 형상화한 검은 바닥은 검은색 오석을 음각 처리하고 담수를 흘려 일필휘지의 생동감 있는 기운을 표현해냈다. 한국 고유의 여백미, 정체성과 현대성을 함께 담아내려 애쓴 흔적이 역력한 작품이다. 책의 저자는 이 작품을 이렇게 평가했다.


"<일획을 긋다> 붓대에는 대형 온도계가 음각으로 새겨졌는데 사람의 체온인 36.5도에서 멈춰 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과거와 현재를 나누지 않고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며 역사를 써온 사람들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대편 붓대에는 명필 석봉 한호의 글씨체로 '대한민국 전통문화예술 중심지 인사동'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홍경한 작가는 <일획을 긋다>를 오늘날의 인사동과는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문화 1번지'라는 장소성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조성되었지만 작품이 설치된 때와는 달리 현재의 인사동은 국적 불명의 관광지화가 되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나는 달리 생각해 보았다. 어떠한 지역이 영원히 그 상소의 특수성 혹은 가치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록으로 남겨야 하고 '공공미술'은 기록의 가장 세련된 표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연수문화재단이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서 지정형 프로젝트로 '송도 어촌계'를 제시한 것이 바로 이런 이유와 맥락이 상통한다. '송도 어촌계'는 '척전 어촌계'와 함께 연수구의 마지막 어촌계로 도심 속 어촌계로 유일하다. 송도 국제도시를 배경으로 어업활동을 하는 어촌계. 우리는 머릿속으로 그 그림을 쉽게 상상해내지 못한다. 이 지점이 바로 공공미술을 투입해야 하는 이유이다.


송도 국제도시의 갯벌은 가까운 미래에 간척될 수도 있고 인간의 욕심 혹은 기후 변화로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면 지나간 사진 혹은 문헌으로만 후대의 사람들은 송도 갯벌을 기억할 것이다. 이것도 나름의 가치가 있겠지만 갯벌과 관련된 공공미술이 투입된다면, 과거-현재-미래를 이어주는 하나의 선이 연결되게 된다.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 숨 쉬게 되는 것이다.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과거도 아닌 미래도 아닌 현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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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석 작가의 <일획을 긋다>


Ⅲ. 최재은, <시간의 방향>, 1994년, 서울시 강남구 일원로 81 삼성서울병원 후문


삼성서울병원 후문에 세워져 있는 구조물이 있다. 최재은 작가의 <시간의 방향>이라는 작품으로 시계의 추인 듯, 물방울의 모양인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실제로 이 작품을 접하면 시간과 존재, 생명에 대한 것보다 '슬픔'이라는 감정에 먼저 매몰된다. 필자가 이 작품을 감상하는 이에게 조심스럽게 질문한 적이 있는데, 그의 대답 또한 어딘가 아련한 슬픔이 인다는 것이었다. 아픔과 고통, 치유와 회복이 교차하는 장소인 병원 앞에 설치된 것이다 더욱 그러한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이 없는 물건이든, 유형의 무언가는 아니 무형의 무엇이라도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 아주 기본적인 것 같지만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나의 꿈과는 관련 없는 직장에 다니는 인간. 초원이 아닌 동물원에 사는 사자. 실험실에 있는 부레옥잠. 아프리카에 있는 온풍기.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에 들이닥친 태풍. 열거된 것들 중에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공공미술도 다를 것 없다.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로 최재은 작가의 <시간의 방향>은 예술이 주는 따뜻한 위로를 확실히 보여주는 예다.


"눈물처럼 비춰지는 형상, 하단에 원형으로 설치된 구성물도 비애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눈물이 가득 모여 있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인상이 딱히 틀린 것은 아닌 듯싶다. 작가 또한 이 작품이 장례식장 앞에 설치될 것을 고려해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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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은 작가의 <시간의 방향>



공공미술이 투입될 장소의 특성, 작가의 작품 의도, 창조적인 예술작품, 공공의 예산이 적절하게 조화된다면 이처럼 우리는 몇 년 후에 철거되거나 '혐오스럽다'며 국민에게 외면받거나 '혈세의 낭비'라는 불명예를 얻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취향은 다양하지만 진정성만큼은 모든 취향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우리 연수구에 세워지거나 만들어지는 공공미술은 인간의 모든 취향을 관통하고 남을 만큼의 뭉클함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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