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oBooks_우고의 서재
이 책을 김영하 작가라는 사람을 몰랐을 때,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은 더 소설 속, 연쇄살인마에게 더 빠져들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70세 노인이 된 연쇄살인범이 스스로 남긴 기록을 이어나가며 전개된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것을 처음으로 30년간 수십차례의 살인을 저지르다, 25년 전에 살인을 은퇴(?)한 노인. 그는 70세에 알츠하이머에 걸리게 된다. 가장 가까운 과거부터 잃게 되는 그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하게 남는 기억은 살인에 대한 것들이다.
소설 속 살인자가 알츠하이머를 겪게되며 그의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은, 그에게 일종의 연민을 느끼게 만든다. 분명 그는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만든 악마인데, 왜 그를 응원하게 되는 것일까.
요즘 보고 있는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에도 이런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마드리드의 조폐국을 점령한 범죄조직이 오히려 스페인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검찰, 경찰을 포함한 스페인 정부는 오히려 욕을 먹게 되는 상황 말이다.
인간은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약자를 동정하게 되도록 구조화 되어있는 것 같다.
김영하 작가는 연쇄살인마를 치매로 인해 기억을 잃어가는 약자로 설정하면서 소설의 흐름을 자연스레 그를 응원하게끔 만들어간다. 그렇기때문에 소설의 9부능선 즈음 찾아온 갑작스런 반전은 '속았다'라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도록 했다. 이는 작가가 소설의 흐름을 아주 짧은 호흡으로 계속 달리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만약 독자가 충분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여백을 통해 긴 호흡을 하게끔 만들었다면, 어느 순간 찾아온 뜬금 없는 결말을 미리 예측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김영하 작가의 다른 작품인 <검은꽃>을 생각해보면, 우리 민족의 아팠던 과거사와 고통 받았던 그 인물들에 대한 공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호흡을 길게 가져갔었다. 결말을 어떻게 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연출해내고,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극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소설가들은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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