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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Dec 04. 2020

56. 공간이 만든 공간 _ 유현준

HugoBooks_우고의 서재

56. 공간이 만든 공간 _ 유현준


 유현준 교수의 <공간이 만든 공간>을 완독 하는데 거의 5개월이 걸렸다. 전 작들인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는 며칠 안 걸려 마지막 페이지를 닫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엄청 오랜 기간 동안 책을 붙잡고 있었던 셈이다.

 아마도 책이 세계사, 철학, 문화인류, 지리, 건축, 미술 등의 방대한 내용들이 내포되어 있었던 점에 더해, 일로 인해 너무 지쳐서 집에 오면 자기 바빴었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한 번 대본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분야의 지식에 대입해 독자에게 전해준다. 기후 변화에 따른 문명의 발생했고, 기후조건에 따라 하나가 아닌 여러 문명이 발생했으며, 각 문명은 개성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일강에서 시작된 이집트 문명과 황하에서 시작된 황하 문명은 각 각 서양과 동양의 기원이 된다.




 연간 강수량 1,000mm는 밀 혹은 벼농사의 기준점이 되었고, 이 또한 서양과 동양의 차이를 일으키는 큰 요소가 되었다. 밀에 비해 벼농사는 대규모의 인력이 동원되어야 했고 이는 곧 개인보다는 집단을 중요시하는 문화로 발전했다.

 또한 강수량의 차이는 땅의 단단한 정도와도 관련이 깊어 건축에도 영향을 끼친다. 강수량이 비교적 적은 유럽은 건축물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단단한 토양을 가졌으므로 석재로 된 건축물이 주로 지어졌고, 강수량이 비교적 많은 아시아는 건축물의 하중을 견디기 어려운 무른 토양을 가져 목재로 된 건축물이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형태는 더 나아가 서양은 벽으로 구성된 건축양식을, 동양은 기둥으로 구성된 건축식을 갖게 된다. 안과 밖과의 경계, 나와 이웃과의 관계. 어느 곳이 더 폐쇄적이고 개방적인지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오고, 곧 그것이 각 문화권의 특징과 이어진다.




 유현준 교수의 책은 이런 식으로 문명의 발생에서부터 현대까지의 흐름을 계속 확장시켜 간다. 처음에는 따로 발전한 문명이었기에 접점이 없지만,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양의 접점이 생기고, 신항로 개척과 함께 각 문화의 융합이 이루어지며 새로운 양식이 발생하는 흐름 말이다.

 이 흐름은 새로운 신대륙인 '인터넷', '모바일'에 까지 도달했다. 땅길 - 바닷길 - 하늘길로 점점 단축되던 시간적 거리가 이제는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물리적인 공간이 중요한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더더욱 추상적인 가상의 공간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서양과 동양이 만나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내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제는 디지털 기계와 아날로그 인간이 만나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가는 시대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기술을 통한 획일화를 경계해야 하고, 창의적인 사고로 다양성을 늘 꿈꿔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인간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붙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인간다움'을 잊고, 잃어가고 있다.

우리가 계속해서 '인간성'을 잃어 간다면, 2020년을 지워버린 '코로나 19'는 언제든 다른 모습의 질병으로 우리를 다시 덮칠 것이고, 식량난, 양극화, 전쟁, 테러 등의 글로벌 이슈는 더욱 심각해질 것다.

 아무리 가상의 공간이 중요한 시대라고 해도, 결국 우리가 발 붙이고 살아가야 할 곳은 지구라는 현실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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