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는 92권을 읽었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힘든 일도 바쁜 일도 많았지만 책이 내게 위로가 되어 주었다. 나는 책으로 버텼고 책으로 살았다.
2020년 그리 다르지 않았다. 물론 이직에 성공했다. 더 큰 조직,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했다. 아! 나는 간과했다. 더 큰 조직은 더 많은 일과 더 깊어진 부담 그리고 더 커진 책임감이 동반한다는 것을 말이다. 책을 읽을 시간에 일과 관련한 뉴스, 정책, 이슈를 하나라도 더 찾아봐야 했다.
그게 내가 살아남는 방법이자, 후발 주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나는 책을 내려놓았고, 글 쓰는 것도 멈춰버렸다. 그렇게 하면 체력을 아낄 수 있고, 나 스스로를 더 발전시킬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음으로써 내 안의 어떤 공간이 점점 비어져 가는 것을 느꼈고, 내 일상의 많은 부분이 더욱 힘들어졌다. 책을 하루라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던 안중근 의사님의 말씀이 허황된 이야기나 요즘식으로 표현하자면 '인스타 식 갬성'의 표현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자, 자아성찰은 여기까지만 하고, 그래도 2020년 독서량은 줄었지만 좋은 책을 많이 만났으니까 결산과 동시에 추천 책을 뽑아 보려 한다.
위에서 말했든 올해는 61권의 책을 읽었다. 독서량은 전년 대비 대폭 감소했으나 양질의 독서는 제법 많이 했다고 할 수 있겠다.
분야별로는 '에세이'를 15권(25%) 읽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분야임을 올해도 증명하게 됐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문화예술' 10권(16%), '소설' 10권(16%)으로 두 분야는 2019년에 비해 독서량이 증가했다. '문화예술' 분야는 2020년 초에 이직을 준비하면서 관련 서적을 많이 읽은 것과 업무를 위해 읽은 책들로 인해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된 것 같고, '소설'의 경우 힘든 일상에서 소설이 주는 일탈감을 느끼고자 많이 읽게 되었던 것 같다.
특별히 아쉬운 것은 '심리학' 1권(2%), '과학 생태'' 1권(2%), '여성학' 1권(2%)으로 너무 적은 독서량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심리' 분야는 특별히 크게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아니라서 그렇다 쳐도, '과학 생태'는 우리가 파괴하고 있는 자연생태계를 더욱 알고 싶어서 많이 읽어 보자고 다짐한 분야였고, '여성학'은 변해가는 시대 흐름을 따르고자 어렵더라도 꾸준히 읽고 있던 분야였기에 스스로에게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2021년에는 두 분야의 책을 조금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월별 독서량을 보면 연초에서 중반기를 지나 연말로 가면서 독서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초에 이직을 위해 여러 서적을 참고하던 기간에 독서량이 높을 수밖에 없었지만, 코로나 19 유행으로 인해 4월부터 급변하는 업무의 스케줄에 따라 심하게 독서량이 줄어든 것이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특히 11월 같은 경우에는 사랑하는 우리 할머니를 하늘나라에 보내드린 여파가 크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고,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공연 행사를 치르느라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었던 것을 잘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그래프를 스스로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2021년은 꾸준히 독서 습관을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20년 독서 목표는 100권을 읽는 것이었다. 하지만 절반을 조금 넘긴 61권(61%)을 읽는데 그쳤다. 2021년 독서 목표도 동일하게 100권으로 잡을 텐데, 독서 결산 3년 차를 맞이 하는 지금, 목표 달성을 한 번쯤은 해볼 수 있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