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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Jan 17. 2021

21-3. 청년을 위한 대한민국은 없다

HugoBooks_우고의 서재

청년을 위한 대한민국은 없다.


 이 책은 짝꿍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다가 알게 되었고, 2030 청년대상의 객관적인 연구와 조사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읽어 보고 싶어서 구매하게 되었다. 이 책은 청년들의 설문조사 참여 결과를 토대로 청년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 현주소를 보여준다.


 5명 중 4명이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고, 10명 중 8명이 '대한민국은 불공정한 사회'라고 말했다.

30대 청년 2명 중 1명은 부채를 가지고 있고, 취준생이 아닌 청년 근로자의 45%는 불안감을 계속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응답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청년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은 늘어났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느끼는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정부도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연구하고 또 실제로 도입하는 등 엄청난 노력을 가하고 있다.하지만 청년 정책의 한계가 여기에 있다. 가짓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이라도 만족도를 높여야 하는데, 정부는 많은 정책을 펼치는 것, 즉 실적에 연연하는 것 같다. 청년들은 이미 많은 청년 대상의 정책들을 만났다. 하지만 그 정책이 정말 나에게 해당되어 혜택을 보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유가 무엇일까? 정책의 설계와 집행이 철저히 공급자 위주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청년 관련 기관들이 있고, 청년정책위원들도 존재한다. 청년 관련 기관의 '정규직' 중에 청년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소름돋을 정도로 적은 수준이라고 근무 경력이 있는 지인이 말해줬다. 이 조직의 청년들은 11개월씩 근무하고 계약이 연장되지 못하면 그냥 버려지는 존재였던 것이다. 이런 기관에서 청년을 위한 일을 담당하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청년정책위원은 또 어떠한가. 각지자체는 유행처럼 청년정책위원을 위촉하여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회의에서 의견을 냈더니 젊은 사람이 뭘 아냐는 식으로 꾸중을 들었다고 또 다른 지인이 하소연을 했다. 청년을 정말 위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결국 청년을 이용한다는 공통된 합리적 의심을 거둘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재밌는 것은 문화적으로 닿아있는 중국과 일본의 청년들을 분석하고 비교하며, 경제적 수준으로 닿아있는 이탈리아, 스페인을 분석하고 비교한다. 결론적으로 중국을 제외한 세 국가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현실을 겪고 있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 스페인의 '니니 세대', 이탈리아의 '밤보쵸니'가 우리나라의 청년들과 닮아 있다.

높은 실업률과 실패의식 속에서 정부의 수동적이고 부족한 정책 설계와 실행이 더해져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접고 사는 청년들인 것이다.


 반면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국가주도의 청년창업 및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청년들이 '야망'을 가지고 있다. 물론 중국도 경제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주춤한 성장도를 최근에 보여주고 있지만, '쥬링 허우'라 불리는 청년세대들은 도전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세계의 부호 순위에 이미 많은 중국인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자수성가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부의 승계가 아닌 스스로 쟁취해낸 결과라는 것이다. DJI, 알리바바, 샤오미 등 성공한 청년 스타트업 모델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실패를 해도 다시금 일어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현재의 우리나라는 한 번의 창업실패는 무한경쟁 시대에서의 완전한 낙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에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직접적으로 제안하는 정책노트가 나오는데 그 중 청년예술가들에 대한 정책제안은 업무와도 연관성이 있어서 더 자세히 읽어 봤다. '청년 대상 예술인 증명 별도 발급',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는 공공미술품이 법적으로 포함되어야 하는데 청년예술가의 작품 의무 설치 비율 설정' 등은 매우 좋은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예술인 증명'에서 청년들은 차별아닌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전시, 공연 또는 프로젝트 경험이 있겠는가? 하지만 현재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발급하는 예술인 증명은 예술가로서의 경력을 요구한다. 경력이 없으면 행정적 의미의 예술가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청년 대상 예술인증명 제도의 시행은 꽤나 실효성있는 정책이라 생각이 든다.


 예술가들은 2020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끊임 없이 '예술가로서 자신이 얼마나 가난한지', '스스로가 예술가임을' 증명해야 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청년 예술가들은 얼마나 자괴감을 느꼈을까? 그나마 나라의 지원정책을 받을 수 있었다면 조금은 위로가 되었겠지만, 증명을 하고도 나라에서 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지원금 조차 받을 수 없었다면 그들이 느꼈을 허탈함은 그 누구도 위로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희망은 없다'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2030세대가 느끼는 대한민국 청년의 현주소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여,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실효성 없는 청년 정책에 대해 반성하고 청년들 스스로가 주도하여 제도화 할 수있는 청년정책을 연구 및 개발하기 위하에 있다.

 

 BTS, 손흥민과 같은 청년들이 대한민국 청년의 모습을 대변하지 않는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젊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나를 포함한 보통의 2030세대는 평범한 삶을 사는 것 조차 버거운 현실과 하루하루 치열하게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내가, 우리가, 대한민국 청년들이 지금 보다 행복해질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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