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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Jan 18. 2021

21-4. 세대

HugoBooks_우고의 서재

세대


 우선 반성부터 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민음사에서 발간하는 <인문잡지 한편>을 정기 구독한 것은 2020년 상반기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정기구독으로 받을 수 있는 잡지 세 권을 다 받아서 최근에 정기구독을 연장했다. 한 권도 안 읽고서 정기구독을 연장하다니, 나는 정말 비합리적인 소비자다. 호구 혹은 돈지랄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읽어야 했다.




 사실 지금까지 나온 인문잡지 한편의 모든 주제들이 내 관심사기 때문에 충분히 빨리 읽었어야 했다. 왜 이 책들이 독서 우선순위에서 후위로 밀려났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인문잡지 한편의 첫 주제는 '세대'로 시작한다. 신서유기에서 하는 게임을 가져와서 이야기를 해보자. 앞선 두 글자를 말하면 뒤의 두 글자를 말하는 게임이다. 이를테면 '모나'라고 나PD가 외치면 출연자는 '리자'라고 대답하면 통과하는 식이다.

 우리는 신서유기를 시청하고 있다. 나영석 PD가 '세대'라고 외친다. 이를 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어떤 답변을 내놓을 것인가?

아마도 대부분 '갈등'을 외칠 것이다.



 이 책은 위에서 말한 '세대'라고 하면 자동적으로 따라붙는 '갈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세대 - 계급 - 불평등'이라는 큰 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틀은 '페미니즘', '청년팔이', '탈코르셋', '20대 남자', '밀레니얼', '중국 청년', '미래세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안는다.

 위의 이야기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

 '청년'이 마땅히 품고 있어야 할 대상인 '페미니즘(여성)'과 '20대 남자'가 따로 떨어져 나와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통적 '청년'의 개념이 '여성'을 제외한 '남성'만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청년'에 여성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에 이이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고 하나,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여성들에게는 참정권 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더 나아가 세상은 바뀌었고 우리는 바뀐 세상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찾아가야 한다. 이 책은 그 바뀐 세상의 주도 세력인 '청년'을 연구, 분석하고 있고 누가 옳고 그른가 가 아닌,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성세대가 정의한 '청년'으로서의 내가 아닌, 역사의 배경 위에 우리가 왜 이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세대'가 되었는지 자각하고 스스로 정의하는 '청년'의로서 내가 되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계급에 맞서 싸울 수 있고, 불평등을 평등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미래세대의 눈물과 함께>라는 글이 나온다. 과거를 살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미래세대에 대한 빚을 지고 있다.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연을 우리는 끌어와 사용했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23일 프랑스 국민의회 연설. 미래 세대를 대표해 '그레타 툰베리'는 '파리협정' 이후에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세계 각 정부의 '탄소 배출 규제'에 대해 비난한다.

"어떤 분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안 듣기로 하셨습니다. 좋습니다. 우리는 결국 아이들일 뿐이니까요.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의 말은 들으셔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요구하는 전부입니다. 과학의 말을 들으세요.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함께 행동합시다."

라는 말은 큰 울림이 있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당장의 우리의 목숨이 달려있는 문제 앞에 서 있다면, 이렇게 방관과 방목으로 일관할 수 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은 채 1년이 되기 전에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와 과학기술은 갖추고 있으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문제는 예산 부족, 실효성 없음의 이유를 들어가며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2018년 10월에 발표된 IPCC 보고서에는 앞으로 12년 안에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인한 지구 멸종의 마지노선이 깨질 확률이 67%라고 밝힐 정도로 우리에게 이제 시간이 없다.

더 이상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빚을 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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