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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Feb 02. 2021

21-5. 나를 몰라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HugoBooks_우고의 서재

나를 몰라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글 쓰는 것을 멀리하기 시작한 첫 기억은 어디에 있을까?


 - 받아쓰기에서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핀잔을 받은 기억?

 - 아니면 긴긴 여름방학의 끝에 밀린 일기를 억지로 써 내려갔던 기억?

 - 그것도 아니면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슬쩍 내 마음을 표현하려 꺼내 든 편지지를 도저히 채워나갈 수 없었던 기억?

 - 혹시 엄격한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로 시작하는 '자소설'을 통해 내 삶을 거짓으로 채웠던 기억 때문일까?


저마다의 기억은 다르겠지만, 아마도 하나로 관통하는 이유는 짐작이 된다. 나를 위한 글쓰기가 아닌 분명 남을 위한 글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온전히 나를 위한 글을 써 내려가고, 그 글을 통해 내 영혼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경험을 한다면, 무더운 여름날 퇴근 후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맥주를 입안 가득 한 모금 들이켰을 때의 쾌감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를 몰라서 쓰기 시작했습니다>는 나를 위한 글쓰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으로 발간한 에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그만큼 나는 잊혀져만 가고, 남을 위한 나만 남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들은 나와 비슷한 감정에서 책을 쓰기로 결심을 했지 않을까 감히 상상해본다.


 7명의 작가, 7개의 주제, 49개의 이야기. 다를 것 같은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같을 것 같은 이야기가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공감이 되고, 그래서 도전이 된다.




 <나를 몰라서 쓰기 시작했습니다>를 읽으면서 계속 내가 쓰는 문장과 완성된 글에 대해 생각했다. 남의 글을 보면 내 글의 단점이 보인다. 슬퍼할 필요는 없다. 남의 글을 보면 내 글의 장점도 보이기 때문이다. 내 글의 정체성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다른 좋은 글을 본받으면 될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글 쓰고 싶다"였다. 늘 글을 쓰지만, 그럼에도 글을 쓰고 싶다. 하여 얼른 두 번째 책을 발간하고 싶다.



나를 몰라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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