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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Jan 27. 2021

코로나 시대에 해외여행하는 법

뚝섬미술관 <여행 갈까요> 전시를 다녀와서

 코로나 시대에 해외여행하는 법


 Ⅰ. 코로나의 다른 이름 갈증

 2020년 우리는 각자가 사랑하는 것들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사람마다 다양한 사연이 있겠지만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보았다.


 축구, 축구 직관, 캠핑, 카페, 술자리, 고향방문, 공연 관람, 전시 관람, 국내여행, 해외여행 등


 더 많이 있겠지만 대충 써봐도 이 정도는 쉽게 나온다. 그중에서도 특히 전시 관람과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은 거의 참을 수 없는 수준으로 까지 치달았다. 전시를 보러 가는 것은 내 영혼을 채우는 일로도 중요하지만, 직업적으로 새로운 영감을 얻거나 창의적인 기획을 하는데 무척이나 필요한 일이다. 생각해보니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유와 전시를 보러 가는 이유가 서로 맞닿아있다.


 내 인생에서 재충전과 새 출발은 전시와 해외여행에 있었다.  


 2020년 1월 성남큐브미술관 '에릭 요한슨 사진전', 2월 뮤지엄산. 코로나 19가 아직은 그 위력을 숨기고 있을 때 다녀온 두 번의 미술관과 코로나가 아주 잠시 진정됐던 8월에 국립중앙박물관 '새 보물 납시었네' 전시를 본 게 작년의 전부였다. 해외여행은 감히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세 번의 전시 관람, 전무한 해외여행. 2020년의 나는 그저 버튼 하나에 의해 작동되고, 멈추는 기계와 다를 게 하나 없는 존재였다.


왼쪽부터 <에릭 요한슨 사진전>, <뮤지엄산>, <새 보물 납시었네>



 Ⅱ. 해외여행과 전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

 그렇게 힘겹게 버텨오다가 2020년 11월. 드디어 전시를 예매했다. 뚝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여행 갈까요>라는 전시였다. 해외여행을 주제로 한 전시라고 하니, 나로서는 최소한의 동선으로 내 갈증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하지만 코로나는 끝까지 나를 괴롭혔다.

 서울,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 대유행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하루에 1,000명에 달하는 확진자들을 마구마구 쏟아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전시는 취소되지 않고 2021년 3월까지 연장되었다.


 그렇게 1월이 되고 짝꿍의 생일을 지나고 내 생일이 다가왔을 때, 그나마 확진자가 줄어들었고, 카페와 실내체육시설이 다시금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방역지침이 완화되었다. 짝꿍과 나는 두 달만의 집콕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전시를 보러 가기로 큰 결심을 했다.


뚝섬미술관 '여행 갈까요'

   


Ⅲ. 여행을 떠날 때의 설렘

 미술관으로 내려가 티켓팅을 하는 순간은 마치 해외로 떠나기 위해 공항에서 출국 수속하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앞서 입장한 관람객이 들어간 지 5분 정도 지난 후에 우리도 입장할 수 있었는데, 잠시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시간은 비행기 탑승을 위해 게이트 앞에 앉아 있는 시간처럼 설렘을 주었다.

 비행기에 오르는 기분으로 전시장에 들어섰다. 처음 마주한 방은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 같이 구성되어있었다. 아직 저렇게 좋은 좌석에 앉아 본 적이 없으니 전시에서라도 누려보리라. 좌석에 앉아서 옆에 걸려있는 창문을 바라보니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져만 갔다.


 

진짜 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은 기분


Ⅳ. 각자의 여행에 대한 추억

 이어지는 전시는 작가들이 나라와 주제를 정해 작업한 작품들이 이어졌다. 작가이기 전에 한 사람의 여행자로서 그들이 경험했던 추억들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서 괜스레 슬퍼졌다.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잃고 또 잊고 살고 있었구나.


여행갈까요 전시 모습

 

 누군가는 여행을 사진으로 남기고, 누군가는 글로, 누군가는 그림으로, 누군가는 영상으로 그리고 다른 누군가는 그저 눈에 담아 가슴속에 남긴다. 예술이라는 것은 이렇듯 우리의 일상에 언제나 맞닿아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일상의 예술가로 활동하기에 여행만큼 가장 좋은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고 다시금 해외로 나갈 수 있을 때, 나는 또 어떤 예술가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Ⅴ. 해외여행의 이면에 숨겨진 그늘

 이 전시의 두 번째 파트에서는 다소 어두운 메시지를 던진다. 인간으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는 생명체들과 파괴되어 가는 지구에 대한 이야기다.



 "플라스틱을 쓰지도 않는데 플라스틱 때문에 죽어야 하는 건 너무 불공평해요"


 이 문장이 내 가슴을 정통으로 찔렀다. 우리가 버리고 있는 플라스틱뿐이랴. 인간이 편리한 삶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파괴를 저지르고 살아가는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할 것이다. 사실 해외여행을 위해 비행기가 한 번 이륙하는 것도 엄청난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미술관에 왔지만, 역시나 전시는 이렇게 내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인류가 아닌,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은 무엇인가?






 Ⅵ.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최근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환경을 제외하고 어떠한 사업을 계획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맡고 있는 '불꽃축제'만 해도 그렇다.

 새해를 맞이해 세계적인 도시들은 불꽃을 쏘아 올렸다. 아픔이 많았던 2020년을 보내며 2021년은 우리의 일상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꽃이 지나간 이탈리아 로마의 아침은 끔찍했다. 수백 마리의 찌르레기가 떼죽음을 당한채 길바닥에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불꽃의 소음 때문에 놀란 새들이 이렇게 참사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꽃축제에 의해 떼죽음을 당한 찌르레기


 '송도 불꽃축제'가 열리는 송도라는 지역은 저어새, 검은 머리 갈매기 등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철새들의 서식지이자 번식지다. 인천대교가 서 있는 서해안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터지는 불꽃은 매우 아름답지만 그곳의 원주인은 철새들이 아닌가. 이제는 이기심을 내려놓고 지구를 공유하는 하나의 생명체로써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찰나의 순간을 위한 대규모 예산의 소모적인 축제가 아닌, 미디어아트를 활용하거나, 친환경 자원을 활용한 축제 콘텐츠를 고민하고 개발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송도 국제도시의 빌딩에 '미디어 파사드'를 제작한다던가, ICT 융복합 기술을 활용하여 불꽃보다는 자연에 부담을 주지 않는 드론 쇼를 개최한다던지, 더 나아가 주민 스스로가 본인의 아바타를 만들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GTA, 심즈 같은 게임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만들어 본다던지 여러 가지 기획과 개발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게임 속 아바타를 활용한 불꽃축제


 코로나 19를 기점으로 우리의 삶이 급변했듯이 문화예술 생태계도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 시점에 누가 어떻게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는지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아주 작은 발걸음이지만 유의미한 족적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다. 아마 이것이 이번 전시가 내게 요구하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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