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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Feb 16. 2021

세 손가락 경례

그들의 환한 미소가 계속되기를

세 손가락 경례


 미얀마는 2019년 9월까지 한시적으로 여러 국가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었고, 2020년 9월까지로 기간을 연장까지 할 정도로  개방과 개혁에 대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덕분에 나도 2019년 여름에 무비자로 미얀마를 다녀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또 한 번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를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다. 미얀마인들은 군부 독재에서 벗어나 이제야 자유를 막 누리기 시작했었기에 격렬히 군부에 대항하며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장갑차와 총기를 앞세운 군부와는 달리 세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세우는 '세 손가락 경례'라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말이다. 세 손가락 경례는 2012년 개봉한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에 등장한 것에서 가져왔으며, 손가락은 각기 선거, 민주주의, 자유를 뜻한다.

 미얀마 양곤에는 '세 손가락 벽화'도 등장했는데 예술이 추구하는 가치와 미얀마인들의 외침이 하나로 이어진 것 같아 괜스레 마음이 찡하고 울렸다.

미얀마 양곤 어느 벽에 그려진 '세 손가락 경례' 벽화

어제는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시위대를 향한 발포가 있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군부는 고무총알을 쏴서 피해가 별로 없을 거라는 헛소리를 내뱉었다. 애초에 잘못이 없는 민간인에게 발포한 거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출근 거부', '차량으로 도로 막기', '냄비나 깡통 두드리기', '빨간 풍선 달기'와 같은 평화로운 방법으로 전진하는 미얀마인들이 너무 멋있게 느껴진다.

비폭력 시위를 이어가는 미얀마

 다만, 걱정되는 것은 군부의 쿠데타로 인해 코로나 19 백신 접종 일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볼모로 그들이 '권력'을 취하려는 것에 화가 치민다.




아래 사진은 내가 '냥쉐 시장'에서 찍은 한 소녀의 모습이다.

낭쉐 시장에서 만난 소녀

 해외에서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렌즈를 들이대기 전에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말 혹은 제스처로 동의를 구한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만난 이들은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는 말의 긍정으로 미소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미얀마에서는 그들이 웃고 있어서 그 모습을 찍어도 되겠냐고 묻게 된다. 사진 속 소녀도 그랬다. 우리를 향해 너무나도 예쁜 미소를 보내주고 있어서 꼭 사진에 담고 싶었다.

 그날 쿠킹클래스에 참여했기에 수업을 운영한 '레슬리'에게 이메일로 이 사진을 보내주면 꼭 소녀에게 전해주기를 몇 번이고 부탁했다. 사진을 꼭 받았기를 바라본다.


 내가 이 사진 이야기를 하는 건, 미얀마인들의 미소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미얀마에서 만난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처럼 예쁜 미소를 가지고 있었고. 여행이 끝난 후 지금까지도 가장 선명한 이미지로 남아 있는 게 그들의 환하게 빛나던 얼굴이다. 쿠데타라는 겪어서는 안 될, 정말 큰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다시금 세상을 향해 문을 열어주기를 바라고 또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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