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궁금해져 넌 어떻게 우는지
우리는 가끔 궁금해진다. 특히 나 스스로가 무너지고 지칠 때면, 다른 이들도 이렇게 힘들까? 의문이 든다. 특히 스마트폰과 SNS가 각자의 세상 중 일부를 감당하게 되면서부터는 나를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절망이라는 것이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들이 울기는 하는지? 울 때는 어떻게 우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라디오 방송 작가, 책방 시절인연의 대표인 송세아 작가님의 <가끔 궁금해져 넌 어떻게 우는지>는 본인의, 타인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책이다. 특히 어제, 오늘, 내일을 연결하는 마법 같은 시간 23:59~00:01에 '관계', '사랑', '꿈'을 각각 이어 놓은 구성이 너무 좋았다.
관계는 과거에 집착할수록 무너져 내리게 되고, 사랑은 지금 이 순간인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꿈은 다가올 미래의 나를 만들어주는 선물과도 같은 존재라 믿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관계', '사랑', '꿈' 부분에서 가장 좋았던 내용을 한 편씩 소개해보려고 한다.
관계 30p
<관계 30p>
'그렇게 종일을 지내다 늦은 밤 귀가해 휴대폰을 찾았다. 하루 떨어져 있었는데 이렇게나 많이 울렸다니....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서로의 일상을 주고받는 일들이 쉬워지다 보니 하루, 아니 몇 시간 웹상에서 부재했던 것뿐인데 내가 이 세상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지기라도 한 듯 알 수 없는 소외감을 느꼈다. 나 없이도 300개 400개 단체 톡 방에서 쉼 없이 이어졌던 대화 내용을 줄줄 읽어가다가 '툭' 내 마음을 울려버린 친구의 연락 한 통.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
휴대폰 없이 출근하게 되는 날.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사무실 전화로 오는 업무 전화가 있는 만큼, 개인번호로 연락하는 업무 관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적인 영역의 인간관계들도 스마트폰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다. 최근에야 PC카톡으로 서로 연락을 할 수 있게 되어 어느 정도 '사회적 미아'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이 글을 읽고 내가 하루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되었다는 따스한 문자를 남겨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관계에서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행복하고 감사한 삶이 될 것 같다는 결론에 닿았다. 연락은 관심이고 관심은 애정이다. 나도 오늘은 잊고 지냈던 소중한 사람들에게 "요즘 잘 지내? 그간 연락 못해 미안했어."라는 문자를 남겨봐야겠다.
사랑 85p
<사랑 85p>
'... 왜 우린 이런 끔찍한 꿈을 꾸는 걸까. 문득 꿈은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무의식 중 소중한 것들이 달아날까 두려워지면서 그와 반대되는 일들이 꿈으로 나타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너무 소중하고 아끼면 혹여나 달아나버릴까 두려워지기 마련이니까..... 그러니까 어쩌면 악몽은 정말 소중하게 아끼는 것들에 대한 또 다른 사랑표현일지도 몰라'
요즘 잠을 자기만 하면 꿈을 꾼다. 꿈도 그 짧은 시간에 500개는 꾸는 거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머릿속이 아주 뒤죽박죽이다. 하루를 24시간으로 사는 느낌이랄까? 그중 대부분의 스토리는 '악몽'이라는 장르를 띠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이 나를 떠나간다던가, 육체적으로 굉장히 고통스럽다던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나날들이 다시 펼쳐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꿈은 반대다'라는 말을 좋아하고 믿을 수밖에 없다. 그 많은 꿈들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나는 절대 견디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꾸는 악몽들은 내 삶에서 어느 정도로 소중한 사람과 내용들을 담고 있는가?'
결론적으로 내 삶의 우선순위로 볼 때, 1~5위 안에 드는 것들이 돌아가며 내 꿈에 등장해서 나를 괴롭힌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짝꿍, 일, 동료, 가족, 건강이 되겠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소중하게 여기는지 밝혀져서 이상하게 기분은 좋다.
꿈 181p
<꿈 181p>
'이 세상에는 날 때부터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조금 덜 치열해도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 왜냐고? 그들은 날 때부터 그렇게 잘 타고났으니까. 문제는 나를 포함해 날 때부터 굉장히 평범했던 사람들인데, 우리는 적어도 치열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원하는 꿈, 원하는 사랑, 그리고 원하는 삶을 위해서 한 번쯤은 '치열하게'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건대, 누군가 건네는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사실 굉장히 무책임한 위로 인지도 모른다.'
가끔은 모든 걸 쥐고 태어난 사람들이 부러워질 때가 있다. 특히 내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절벽 끝까지 몰렸을 때가 그렇다. 그 순간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이 다 가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어져 있고, 채울 수 없는 그 간격에 좌절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그들과 내가 사는 세상은 같지만 다르기 때문이다. 난 그저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만큼의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지금까지 무언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살지 않았다. 단지 치열하게 살다 보니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나는 이게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치열하게 사는 것은 같을지 모르지만 목적이 있는 치열함은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남과 비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저 행복할 만큼의 치열함을 갖는 것은 하루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감을 갖게 하고 내 인생에 집중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난 송세아 작가 @_seawriter 님은 '인센스' 같은 사람인 것 같다. 여리여리해 보이지만, 글이라는 불꽃, 음악이라는 불꽃, 그림이라는 불꽃 그리고 어떠한 형태의 불꽃을 만나 자기만이 향기로 공간을 가득 채워버린다. 사실 실제로 만난 적이 없어 이러한 표현이 무용하다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꼭 얼굴을 마주해야 그 사람에 대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작가님이 운영하는 책방 <시절인연 @_seasonbooks > 에도 꼭 방문해보고 싶다.
그러면 아마, 내 처음 느낌 그대로를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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