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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Mar 29. 2021

소수의 선택이 아닌 대중을 위한 예술 : 앤디 워홀전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

소수의 선택이 아닌 대중을 위한 예술 : 앤디 워홀전


 2021년은 부디 미술관에 자주 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코로나 19가 아직도 진정되지 않고 있지만 더욱 엄격해진 방역을 준수하며 기도한 대로 두 번의 전시를 다녀올 수 있었다.

 첫 번째 전시는 '뚝섬미술관'에서 있었던 <여행갈까요>로 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 전시였고, 이번 주말에 다녀온 '더현대서울'에서 진행 중인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이 두 번째였다.


엄청난 규모의 '더현대서울'


 사실 '앤디워홀전'은 한 달 저네는 다녀왔어야 했지만, 우리 커플은 코로나 19가 두려워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시가 열리는 장소가 '더현대서울' 이었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출차하는데만 3시간이 걸린다는 악명이 자자했던 만큼 우리는 '다음 주에 갈까?'라는 말을 몇 번이나 던질 수밖에 없었다.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


 얼리버드로 예약했던 티켓이 유효기간도 다 되어가고, 이제 더 미뤘다가는 제주 여행에도 지장이 될 것 같았다. 마치 미션을 수행하듯 우리는 비 오는 봄날, 드디어 앤디 워홀을 만났다.


 전시장 안에 많은 인파가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인원을 입장시켰다. 키오스크로 입장 예약을 걸어놓으니 곧 카카오톡으로 알림이 왔다. 코로나 19가 바꿔놓은 많은 부분들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오디오 도슨트' 또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미술관 입구에서 기계를 대여해서 입장했던 시기를 거쳐 이제는 각자의 휴대폰으로 손쉽게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인 소유의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쓰면 된다는 점에서 코로나 시대에도 찰떡인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아이돌 그룹 EXO의 카이의 목소리로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디오 도슨트'가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내가 좋아하는 '셀럽' 혹은 '인플루언서'의 목소리로 듣고, 세계적인 팝아트를 눈으로 즐길 수 있다니!




 앤디 워홀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팝아티스트'일 것이다. 전통적인 미술을 거부하며, 대중적인 시각 미술을 추구했던 팝아트의 선구자인 것이다.


(왼)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 (오) 앤디 워홀의 마릴린먼로


 팝아트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나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는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이처럼 팝아트는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을 예술로 승화한다.


 특히 앤디 워홀은 '유명한 예술가'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기 때문에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을 작품화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의 그림에 등장한 인물을 열거해보면 '헐리우드'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앤디 워홀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1960년대는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며 호황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자연스레 '상업 광고'라는 분야가 대두되었고 앤디 워홀은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Brillo', 'Campbell', 'Coca Cola'와 같은 유명 제품들을 예술로 승화시키면서 그만의 새로운 영역을 확고히 하게 되는데, 컨베이어 벨트로 제품들을 대량 생산하는 모습과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철학을 갖게 된다.

 그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Factory'라는 자기만의 예술 공간을 만들어 내게 된다. 그 공간에는 가수, 배우, 시인, 화가, 모델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이게 된다. 

 요즘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아트팩토리'와 같은 명칭들은 앤디 워홀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가 영감을 얻었던 '코카콜라', '브릴로', '캠벨 수프'


 앤디 워홀에게 초상화를 부탁하는 유명인들이 많았는데, 그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기보다 '폴라로이드'를 통해 초상을 완성시켰다. 폴라로이드로 그들의 모습을 찍은 후, 그 위에 붓칠을 가미하여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폴라로이드를 활용한 초상화


앤디 워홀은 유명인 외에도 '드래그 퀸'을 대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갔는데 동성애자, 의상 토착자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아무도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워홀은 그들을 팩토리로 초대해 500장 이상의 사진을 찍었다.

 '드래그 퀸'들의 초상화의 특징은 그들의 성별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는 워홀의 고의적 의도가 반영된 결과였다.  500장의 사진 중 20장 정도를 추려 작업한 <레이디스 앤 젠틀맨> 은 그들의 사진을 '실크 스크린'으로 작품화한 초상화 시리즈다. 이 작업을 하며 앤디 워홀은 이런 말을 남겼다.


 "드래그퀸들은 이상적인 여성성의 살아있는 기록물이다. 어떻게든 여자로 살아가려는 이들은 나를 매료시킨다." 


 하지만 이런 행보가 독이 되었을까. 1968년 6월 3일, 앤디 워홀은 암살 시도를 당했다. 워홀의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 '밸러리 솔라나스'(남자를 괴멸시키려 만들어진 단체의 대표)가 쏜 두발의 총알이 폐, 간, 위, 목을 관통한 것이다. 기적처럼 목숨을 건졌지만 워홀은 평생을 이 암살 시도로 인해 후유증을 가진채 살게 되었다.

 

 밸러리 솔라나스가 앤디 워홀의 '팩토리'에 자유롭게 드나들던 인물이었던 만큼, 이후 팩토리는 폐쇄적으로 운영이 되었고 앤디 워홀은 날카로운 성격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유명한 예술가로서의 삶은 얻었지만 반대로 짊어질 수밖에 없는 이름의 무게감을 느끼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앤디 워홀전을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한 문장


 Evreything has Its beauty but not everyone sees It.

모든 것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그것을 보는 것은 아니다.


 앤디 워홀이 '드래그퀸' 에게 느꼈던 감정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고, 그가 그렸던 '구두', '수프 캔', '

콜라 캔', '브릴로 박스' 등 생명이 없는 사물들도 그럴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분명 가지고 있다.

 특히 인간은 인구수만큼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가진 생명체다. 하지만 우리는 '미'의 기준을 정형화된 어떤 것에 맞추며 살아간다.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아름답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당연히 개인들은 자존감을 상실한 채, 내가 아닌 나를 평생 좇으며 살아가게 된다.


스스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앤디 워홀


 앤디 워홀은 스스로를 '사업 예술가'로 지칭했지만, 그는 분명 '순수 예술가'였다. 유명인의 초상을 그리면서도 그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내면을 끌어내고자 했고, 사물을 작품화하면서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나타내길 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속물이라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보다, 그의 작품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이번 <앤디 워홀 : 더 비기닝 서울> 전시를 통해 화려한 인플루언서로 생을 살아냈던 앤디 워홀의 모습이 아닌, 창작을 위해 고뇌하는 한 명의 예술가였던 앤디 워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다.


 전시는 미술을 통한 예술적 감화를 경험하는 것 외적으로도 나 자신을 바로 보게 되는 '철학적 감화', 내가 살고 있는 현시대를 직시하게 되는 '시대적 감화', 사라지지 않는 계층과 계급을 타파하고 싶은 '반항적 감화' 등 여러 감정들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아마도 이런 감정들에 휩싸여 일종의 쾌감을 느끼고 싶었기에 전시를 그리워했고 그토록 갈망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 전시는 4월 중순에 떠날 제주여행 동안 만나게 될 것 같은데, 전시가 끝나고 여운을 느낄 틈도 없이 새로운 전시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1년 중 가장 사랑스러운 계절에 만나게 될 예술가는 누구일지, 그의 작품은 내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지 무척이나 설레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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