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oBooks_우고의 서재
"뻥이요~!"라는 소리와 함께 "펑"하고 '뻥튀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 소리에 놀란 친구를 놀려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또한 정겹다.
"계란이 왔어요~"
"소금이요. 소금!"
저마다 가지고 나온 것들을 팔기 위해 소리 높여 상품을 홍보하는 모습이 싫기는커녕 이제는 그립기만 하다.
연수문화재단이 기획했던 두 번째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 대상지는 연수구의 전통시장인 '송도역전시장'이었다.
송도역전시장은 수인선과 그 위를 오가던 협궤열차와 함께 연수구의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장소다. 반짝시장(장마당)은 협궤열차가 '(구) 송도역'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상인들이 가판을 열어 장사를 하던 시장으로 송도역전시장의 전성기는 바로 이때였다고 모두가 입을 맞춰 말한다. 연수구의 갯벌에서 나온 해산물은 육지에서 오는 쌀을 비롯한 여러 곡물 및 공산품들과 교환되었다.
기차가 지나갈 때는 급히 천막을 치워 기찻길을 열어주는 태국의 매끌렁 시장처럼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졌으면 꽤나 장관이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송도역전시장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수행한 <청학동 2030>은 20~30대 청년 예술가들로 구성되어있다.
청년 예술가답게 기존의 작업 방식과는 다른 창의적이고 일명 '힙'한 작업을 수행하면서 송도역전시장 상인들이 바라던 새로움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청학동2030은 조형물, 설치물뿐만 아니라 시장상인들을 기록하는 작업을 함께 수행했는데 그 결과물이 <사람과 시간이 만든 송도역전시장>이다.
이 책은 송도역전시장을 만들어온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자 앞으로의 시장을 만들어갈 사람들에 의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앞서 소개한 '연수구의 마지막 어촌계'에 대한 기록물과는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송도역전시장 역시 도시화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명맥이 끊길 수 있는 위기에 쳐해 있지만, 시장상인들은 더 나아질 미래를 꿈꾸며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선에서의 노력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회장님은 상인회비로 공공화장실 정비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치킨집 사장님은 가게 한 켠을 시장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내어주었고, 순댓국집 사장님은 시장 내 광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며 환경 정리부터 하고 있다.
시장상인들의 인터뷰를 보면, "IMF 등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들을 견뎌내며 살아왔는데 걱정은 되지만 근심은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공통적으로 하고 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송도역전시장의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내부에서 먼저 준비하고 있다.
<송도역전시장>을 읽으며, '나의 자아를 담아내는 공간' 혹은 '내 정체성과 동일선상에 있는 공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시장상인들 중 대다수가 스스로를 곧 시장이라 생각했다. 내가 있기에 시장이 있고, 시장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어쩌면 미래를 희망이라는 단어로 치환하여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아마 내가 스페인의 작은 마음 론다에서 '누에보다리'를 보며 느꼈던 그 감정의 연장선상일 것 같다. 장소, 소속, 위치 그 단어들에서 나를 뺐을 때, 적어도 내 빈자리가 느껴질 수 있는 곳. 그곳이 대체 어디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그 어느 곳도 나를 대체하지 못할 곳은 없겠지?"라는 생각만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사람과 시간이 만든 송도역전시장>을 읽고 난 후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 상인들의 삶이 그리고 그들의 위치가 무척이나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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