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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Apr 23. 2021

21-13. 오! 문화재단

HugoBooks_우고의 서재

오! 문화재단


 텀블벅에서 우연히 알게 되어 바로 펀딩을 했던 책 <오! 문화재단>을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버렸다. 약 800명의 후원자, 약 1,500만 원의 후원금이라는 엄청난 성과가 '문화재단'에 대한 관심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또 한편으로는 문화예술을 전공하거나 문화재단 내부로 들어가지 않는 한, 문화재단에 대한 제대로 된 양질의 자료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나 역시 상경계열을 졸업해 문화예술계로 들어온 일종의 주변인 혹은 이방인이었기에 문화재단 입사를 목표로 했어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은 구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많다.

 문화원 - 기획사 - 문화원을 거쳐 문화재단에 겨우겨우 안착했을 때, "자료가 없다면 우리가 만들어 볼까?" 라며 주변인들과 우스갯소리로 대화만 나눴었다.


역시 사람은 떠올랐을 때, 무언가를 해야, 앞서 나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1장. 오늘도 문화재단에서 일한다'에서는 저자가 문화재단에 입사해 겪은 일들과 일을 하며 느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2장. 내일은 문화재단'에서는 11명의 문화재단 전, 현직 직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경험한 문화재단에 대해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를 서술한다.




 '오늘도 문화재단에서 일한다'

 1장에서는 사기업에서 문화재단으로 이직한 저자가 겪은 사소한 충격을 이야기하는데 많은 부분 공감이 가고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기획자로 업무를 시작하지만 결국은 행정가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

내 머릿속에서도 정리할 수 없는 것들을 원페이퍼로 정리해야 할 때의 당혹스러움.

기획, 홍보, 디자인, 보도자료, 구매, 지출, 계약 등 일에 따라붙는 수많은 업무들.

밖으로는 민원인, 위로는 구와 구의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슈퍼 (갑을병)'정'.

낮은 기본급에 높은 보람이라는 성과급이 얹혀지는 급여체계.


 아마도 각 재단마다 대동소이하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문화재단에서 일한다'




 '내일은 문화재단'

 아마 두 번째 장의 제목을 '내일은 문화재단'이라 지은 것에는 더욱 나아지고,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으리라 생각한다. 11명의 전, 현직 문화재단인 들의 인터뷰를 보며, 대부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내가 기획하고 A부터 Z까지 핸들링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아요. 회사를 다니면서 내 사업을 하는 거죠."

"문화예술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좋아요. 시민들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도시가 더 나아지는 방향을 함께 찾고, 나는 기획자로서 그걸 현실화할 수 있는 것들을 프로그램화하는 거죠."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잖아요. 문화재단이 그래요. 팀으로 함께 움직이는 일이 많죠. 그게 싫으면서 그게 참 좋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버틸 힘이 되어 주는 거예요."

"직업으로 보면 친구들이 사회적으로 더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어요. 대기업, 은행 등 연봉도 훨씬 더 높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사회를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장 큰 자랑거리로 삼는 거죠."


 위의 이야기들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리고 책에 나온 이 문장이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관통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어 가져와 본다.


"나는 문화재단에 입사하면서 직장이 아닌, 직업을 갖게 되었다"



 <오! 문화재단>은 특별히 문화재단에 들어오기 위한 팁이나 업무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문화재단에 입사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 책을 만났다면, 다소 실망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문화재단 입문용 도서가 아닌, 문화재단 종사자들을 위한 휴식용 도서라고 표현하고 싶다. 때론 나와 같은 환경에 차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저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평안을 얻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문화재단에 입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양질의 자료'를 만들고 싶은 내 욕심은 아직 유효하다고 믿고 싶다. 올해도 일이 너무 바빠서 아마 머리에서만 맴돌다 우주로 사라지겠지만, 정말 기회가 된다면 주변의 능력자들과 함께 협업해서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


 재밌겠다 생각되면 여기여기 붙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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