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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May 14. 2021

21-14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HugoBooks_우고의서재

 박상영 작가를 처음 만난 건, <대도시의 사랑법>을 통해서였다. 박상영 작가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던 채로 만났던 그의 소설은 내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고, 단숨에 그의 글이 주는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대도시의 사랑법


 이번에 읽게 된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또한, 가장 적절한 시기에 내게 찾아온 위로였다. 이 책은 특별히 연수문화재단 생활문화팀 김용진 팀장님께서 선물해주신 책이라 더 의미 있었다. 선물 받은 지 5개월 만에 완독 한 건 비밀...


김용진 팀장님께 선물 받은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5월 21일부터 27일은 '문화다양성 주간'으로 지정되어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연수문화재단'도 열심히 문화다양성 주간에 치러질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다양성'은 박상영 작가가 가장 큰 주제로 드러내는 핵심 단어다.

 내가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부분이 여기에 있는데, 그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성다수자'에게 들려준다.

 '성소수자'도 혐오와 차별의 표현일 수 있지만, 그런 것을 논하는 것은 우리 주변에 무수히 많은 '다양한 소수자'들에 대한 인지와 인식 이후에 논해도 된다고 작가님은 생각하는 것 같다.


문화다양성주간에 개최되는 연수문화재단 행사들


 이 책에만 해도 정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게이는 물론 sns에 중독된 여자, 성공하지 못한 영화감독,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그들의 성관계를 몰래 촬영당했던 여자, 아이돌 연습생이었지만 끝내 데뷔하지 못한 여자, 아빠에게는 버림받고 엄마에게는 가정폭력을 당했던 남자아이 등. 많은 '소수자' 가운데 특히 눈에 들어왔던 사람들이 있다.

 '영화감독'과 '아이돌'이다. 그들의 직업을 봤을 때, 그들은 '소외받은 소수자'가 아닌 누구나 한 번쯤은 되어보고 싶은 직업을 가진 '선망의 소수자'다. 하지만 선망에서 소외로 가는 데는 그리 길지 않은 수식어만이 필요했다. '성공하지 못한', '데뷔하지 못한'이 그 수식어다.

 이렇듯 우리는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 특별히 다른 '성적 취향' 혹은 '외향적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만 위의 카테고리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사회의 시선, 시대적 흐름에 의해 언제든 나는 비정상적이고 장애를 가진 '소수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이 위에서 말한 '사회의 시선'과 관련이 있다. 책의 제목과 동일한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파트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주인공이자 동성애자인 '박감독'의 영화를 보고 '소수자'들의 영화를 찍는 '오감독'을 포함한 영화평론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박감독의 영화는 현실성이 없다. 동성애를 다루는 박감독의 영화에는 동성애자의 아픔과 상처들이 드러나지 않는다. 깊이가 없는 망작이다" 


이에 대해 박감독은


 "성적 소수자가 뭔지나 알기나 하나. 알 리가 없지, 특별히도 불행하고 이상한 섹스를 하는 애들 같겠지. 평범하고 발랄한 동성애자들은 현실성이 없고 순전히 다 지어낸 것 같겠지. 애초에 보통의 존재로 생각한 적조차 없었겠지" 라며 분노한다.


 나는 박감독의 대사에서 내 마음을 그대로 들킨 것 같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리고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그들에 대한 선입견 혹은 그들에 대한 일종의 공포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번도 알려고 하지 않았고, 보통의 존재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박상영 작가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정확히 통찰해내고 특히 외면받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을 작품에 잘 담아내는 사람이다. 또한 이 책은 '작가는 사회에 대한 고찰을 통해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곧 돌아오는 '문화다양성 주간'에 맞춰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그리고 꼭 한 번 만나보면 좋을 작가라고 정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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