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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Jun 17. 2021

21-16. 왜 일하는가

HugoBooks_우고의 서재

왜 일하는가


 최근 일적으로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냥 나의 상황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속담으로 표현하면 가장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많은 시간과 많은 고민을 투입한 후, 회사 문을 나서며 하루가 끝나지만, 다시금 회사 문을 열고 들어서면 모든 일은 '0'이라는 숫자로 돌아가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회차가 정해져 있고, 하나 둘 채워나가는 재미라도 있다면 지금처럼 무기력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내 피드에 올라오는 '서평'들을 관심 있게 봐주시는 분들이라면, 내가 좀처럼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다는 것과 특히 '경영자'들이 쓴 책을 극혐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구매하고 빠른 호흡으로 읽어 낸 것은 그만큼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감정이 표출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냥 책을 통해서 "야! 너 지금 그런 마인드로는 아무것도 못해!"라는 따끔한 충고를 듣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많은 판매를 기록한 책이다. 평소의 나라면 극혐 하며 대극노 했을 법한 내용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 책이었지만, 내 상황이 이래서인지 몰라도 마음에 와닿는 부분들이 제법 있었다. 이것은 마치 '이이제이' 즉, 오랑캐(자기 계발서)로 오랑캐(번아웃)를 잡는 듯한 형상이랄까.


 사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 것이 있다. 

 "지금 이 일을 어떻게 준비하고 해결하지?"라는 고민만을 품고 있던 내게 사실상 가장 필요한 질문은 "지금 이 일을 내가 왜 하고 있지?" 였다는 사실이다. 어떻게가 아닌 왜라는 질문으로 접근을 하면, 조금은 내 업무가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왜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던진 '왜?'는 부정적인 것들로만 가득 차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던지는 '왜?'는 그 속에서도 긍정적인 것들을 찾아 내가 움직여야 하는 당위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질문만으로도 한 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사실 나는 일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일을 할 때 기쁘고,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기쁘다. 게다가 내 꿈과 같은 직장에 들어왔으니, 절망스러울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최근 사회 분위기로 인해 '노동의 가치'가 퇴색되고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은 점점 바보가 되어 가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노동의 가치는 환산되는 물질의 크기로 평가되고, 그 평가에 따라 노동은 적당히 하고 물질을 키울 수 있는 다른 행위들을 좇아가는 것이 옳은 것처럼 세상이 굴러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내 직업과 일을 통해 여기까지 성장해 온 사람이다. 사실상 이 직업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경제적으로는 더 안정적인 삶을 살았을지는 몰라도 인생의 명확한 목표와 일을 통한 자아실현은 느끼지 못하면서 살아왔을 게 분명하다. 

 결론, 나는 앞으로도 노동이 주는 가치를 믿을 것이다.


 책에 따르면,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야만 행동하는 '가연성 인간'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도 행동하지 않거나 타인마저 멈추게 만들어 버리는 '불연성 인간' 스스로 타올라 행동하는 '자연성 인간'으로 나뉜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돌아보게 되었는데, 지금까지는 사수, 선배, 관리자들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가연성 인간'에 가까웠던 것 같다. 어쩌면 그런 부분들이 내가 지금 일적으로 슬럼프를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스스로 타올라 행동하고, 다른 사람들 또한 태워 함께 동력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의 불씨마저 꺼트려버리는 끔찍한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걷고 있는 어두운 터널을 벗어날 방법을 하나 알게 되었다. 그저 내 일과 나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뿐이다.

 결국, 누군가가 내게 "왜 일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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