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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Jul 26. 2021

21-19. 축제의 탄생

HugoBooks _ 우고의 서재

축제의 탄생


 축제라는 단어를 들을 때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청춘? 음악? 수많은 인파? 야시장? 아마도 이런 다양한 이미지들을 많이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은 축제를 사랑하며, 축제장을 많이 방문해본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전국의 많은 축제장을 다녔다. 확실하게 어떤 축제였는지 떠오르는 축제는 손에 꼽힐 정도지만, 그날의 이미지들은 비교적 선명히 남아 있다. 축제가 여타 문화예술 카테고리에서 특별하게 여겨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축제는 누군가에겐 추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소홍삼 감독(현재 의정부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의 <축제의 탄생>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12개의 축제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 1,000여 개의 축제 중 12개를 추려내는 일은 아마도 저자에게도 큰 도전이었을 것 같다. 그렇게 책에 이름을 올리게 된 12개의 축제를 들여다보니 "과연 뽑힐만했다"는 말이 나오기에 충분했다. 12개의 축제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읽어보기를 권해드린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책 속 12개의 축제가 왜 많은 문화예술기획자 혹은 축제기획자들에게 모범 사례가 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았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스스로 내린 몇 개의 답을 적어보려 한다.


1. 지역의 차별적인 인문학적 요소에 집중


 <통영국제음악제>, <춘천마임축제>. <강릉커피축제>, <대구치맥페스티벌> 등 책에 등장하는 축제들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인문학적 요소에 집중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작곡가 윤이상을, 춘천마임축제는 1세대 마임이스트, 강릉커피축제는 커피를 사랑했던 지역의 바리스타,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유명 치킨 브랜드의 고향이라는 각각의 지역적 특색을 잘 발굴하여 콘텐츠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 축제를 이끌어가는 인적 네트워크


 성공한 축제 뒤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다는 공통적 요소가 있다. 그게 관이든 민간이든 사명감 있는 담당자가 존재하는 축제는 지역에 어떤 형태로든 씨를 뿌리게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물을 뿌리고 비료를 주며 축제라는 싹을 틔워나가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한 명의 씨 뿌리는 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팀 사업의 일환인 '연수다수다'에서 <아트팩토리>의 김원범 대표님이 했던 이야기가 자꾸 귓가에 맴돈다.


"사업의 담당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이 일을 하면서 외부에서 이런 응원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이 씨 뿌리는 자는 고독사 할 수 있다. 반드시 새참을 가져다주고, 함께 물 주는 자들이 곁에 있어야 한다.


3. 팔길이 원칙의 준수


 너무 '예술경영' 같은 소리지만, 팔길이의 원칙이 매우 중요하다. 관(상위)이 관(하위)을, 관이 중간지원조직을, 관이 민간을, 중간지원조직이 민간을 지원하는 것 이상의 간섭은 언제나 최소화되어야 한다. 성공적 12개 축제 모델들도 늘 행복한 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나친 간섭, 도를 넘은 월권은 좋은 방향으로 가던 축제를 넘어지게 만들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건 선물을 주는 이의 마음가짐과 비슷한데, 선물을 주는 이들은 선물이 자신의 손을 떠났을 때, 선물을 준 사실을 잊어야 한다. 받은 사람이 그 선물을 sns에 자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거나, 그 선물을 이용해 어떤 걸 꼭 했으면 하고 바라거나 하는 마음은 오히려 선물을 주지 않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나도 지역축제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한 명의 '씨 뿌리는 농부'로서 이 책을 읽으며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어느 부분에서는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나보다 건실한 '농부'들도 실패를 했고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나처럼 갓 '농부'가 된 사람은 더 많이 깨지고 실패해 봐야 이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안도와 도전의식이 함께 느껴졌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지만, 언젠가는 나도 '고독사 당하지 않은 씨 뿌린 자'로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된 축제를 만들고 싶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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