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듯 우연히 만나게 된 책 표지. 잠시 후 알라딘 <주문/배송>에는 두 권이 주문되어 내게 출고 준비 중이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그리고 추가로 지인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한 권을 주문했다.
책 내용을 깊게 살펴보지 않고, 그저 수영장이 그려진 책 표지와 휴식이라는 단어에 꽂혀 저지른 일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단숨에 완독 해버렸다. 완독을 한 자리에서 다시 한번 재독을 했다. 첫 번째는 글에 감동을, 두 번째는 그림에 위로를 받았다. 아마도 2021년에 읽은 책들 중, 단연 1등으로 뽑을 수 있을만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가이자 작가인 우지현이 쓴 <풍덩! 완전한 휴식 속으로>는 물(혹은 수영)로 바라본 진정한 쉼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 질문은 우지현 작가의 생각뿐 아니라, 수많은 시각 예술가들의 시선과 연결된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에게 바다, 강, 연못, 수영장은 어떤 대상이며, 수영이라는 행위는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속에 있을 때 물과 닿는 촉감 외의 모든 감각이 아득히 멀어져 가는 경험을 다들 해보았을 것이다. 물이라는 존재가 나를 세상과 분리시켜 주어 '내'가 '나'로 오롯이 존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책 제목 <풍덩! 완전한 휴식 속으로>가 얼마나 잘 지어져 있는 재목인지 무릎을 탁하고 치게 된다.
이 책은 읽는다와 본다의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두 가지의 경험을 모두 제공해준다. 글만으로도 충분히 내 일상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얻게 해 주지만, 함께 놓여지는 그림을 보면 그 이상의 뭉클함을 경험하게 된다.
호크니, 고갱, 마티스, 졸리, 쇠라, 뒤피, 클림트 등 이름만으로도 그림이 떠오르는 작가들이 '수영'이라는 행위를 삶에서 어떤 의미로 삼았는지 그리고 이를 그들의 그림에 어떻게 투영했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은 엄청난 미학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인 '호아킨 소로야'의 이야기와 작품도 등장해서 약간 '내 가수', '내 배우'를 만난 것 같은 내적 반가움도 가득했다.
이 책을 관통하는 단어는 '쉼'에 있다. 긴 시간 휴식을 가지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그게 완벽한 '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각자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내가 진정으로 쉼을 얻었던 적은 언제였지?"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첫 스페인 여행 때, 나는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쉼을 얻었었다"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모든 여행이 '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도, 한국에 두고 온 '또 다른 나'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다면, 그건 제대로 된 쉼이 아니기 때문이다. "휴식에도 배움이 필요하다"는 말이 이 책에 등장하는데, 정말 우리는 살기 위해 쉼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떠올랐다.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자세들을 내려놓고 조금은 물렁물렁한 일상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