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oBooks _ 우고의 서재
최근 <풍덩! 완전한 휴식 속으로>를 읽으며 오랜만에 느꼈던 마음의 평화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호아킨 소로야'의 작품들을 꺼냈다. '에이치비프레스'에서 펴낸 <호아킨 소로야가 그린 바다의 삶과 풍경>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인 소로야의 그림이 많이 실려있다.
호아킨 소로야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프라도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였다. 미술관을 예매해서 가 본 경험이 2017년 3월이 처음이었으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미술에 관심이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첫 미술관에서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무리요', '고야'와 같은 거장들을 만나버렸으니 얼마나 내 두 눈이 휘둥그레졌을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고 싶다.
하지만 엄청난 화가들 사이에서 가장 큰 감동을 준 화가는 단연 '호아킨 소로야'였다. 그의 작품인 <해변의 소년들> 앞에서 "사실 태양은 소로야가 창조한 게 아닐까?" 하는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다. 세 명의 소년이 바닷물에 잠겨 있는 정도에 따라 그들의 피부에 달리 반사되는 태양 빛은 사실보다 더 사실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호아킨 소로야가 스페인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지였던 발렌시아 출신의 화가라는 점과 바르셀로나를 떠나 발렌시아에 도착하는 고속열차 렌페의 하차 역이 '호아킨 소로야 역'이었다는 점은 내가 이 화가에 깊이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사실 나는 소로야의 그림을 좋아하기만 했지, 그의 삶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책이 내게는 소로야와 더욱 깊은 유대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오작교와 같았다.
책의 첫 페이지를 열며, 소로야가 자신의 고향 발렌시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의 장기간 전시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그는 어김없이 발렌시아의 바다를 찾았다.
또한 스페인 전역을 다니며 작업하는 <스페인 광경>의 대장정 속에서도 그는 발렌시아를 자주 찾았다. 그에게 있어 발렌시아는 지칠 때 정박할 수 있는 그리고 새로운 동력을 얻어 다시금 출항할 수 있는 풍요로운 항구와 같았다.
내가 너무 힘들 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경주 불국사를 찾아 한참을 거닐다 오는 것 같은 느낌과 비슷할까 상상해보았다.
그는 굉장한 사랑꾼이었고, 훌륭한 부모였다. 소로야가 부인 클로틸데에게 쓴 편지 중 남아 있는 것만 해도 800여 통이 된다고 한다. 그는 습작을 위해 집을 떠날 때, 작품 활동을 할 때, 해외 전시회에 나갔을 때 등 상황에 구애를 받지 않고 아내에게 편지를 써서 자신의 감정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 끝엔 항상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곤 했다.
자녀들에게 한없이 인자한 아버지였고, 자녀들의 모습을 화폭에 수없이 담아냈다. 캔버스 너머로 행복한 자녀들의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호아킨 소로야가 그린 바다의 삶과 풍경>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로야가 미국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1909년 당시 356점을 출품했고 그중 195점을 판매했다고 하는데, "나도 그 시절에 살았다면 소로야의 그림 중 마음에 드는 걸 소장했을 텐데"하는 아쉬움 말이다.
해당 전시에서 195점의 작품이 판매되었고 181,760달러의 수익을 얻었으니, 1점당 평균 우리 돈 100만 원 정도로 환산이 된다. 1909년도에 1달러로 영화 티켓 10장을 구매할 수 있었다고 하니, 현재 한국 물가 기준으로 영화 티켓 10장이면 적어도 12만 원 정도는 되고, 100년 전 1달러는 지금의 원화 12만 원으로 물가 차이가 약 100배는 나는 셈이 된다.
100년 전 한 점당 100만 원에 판매된 소로야의 그림을 현재 물가로 살 경우, 100배인 1억이 된다. 물론 이는 단순 계산으로 했을 경우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소로야의 그림을 살 형편이 안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갑자기 이야기가 왜 이렇게 흘러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슬퍼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공될 때 즈음에 스페인을 다시 방문할 예정인데, 그때는 못 가본 '호아킨 소로야 박물관'도 가보고 싶다. 물론 바르셀로나-마드리드라는 물리적 거리가 조금은 걸리지만, 자주 갈 수 없기 때문에 조금 피곤한 것 따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무척이나 그립다 스페인.
#책 #독서 #리뷰 #책리뷰 #독서리뷰 #독서평 #서평 #독후감 #독서감상문 #미술 #미술사 #미술관 #갤러리 #프라도미술관 #스페인 #스페인여행 #화가 #시각예술 #호아킨소로야 #호아킨 #소로야 #호야킨소로야가그린바라다의삶과풍경 #발렌시아 #마드리드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스페인화가 #서양화 #미술책 #미술도서 #미술책리뷰 #책추천 #미술책추천 #전시 #전시추천 #미술관추천 #갤러리추천 #사그라다파밀리아 #에이치비프레스 #풍덩 #풍덩완전한휴식속으로 #휴식 #휴양 #휴양지 #휴가 #여름휴가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