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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Sep 17. 2021

21-22. 건축가의 도시

HugoBooks_우고의 서재

건축가의 도시


 이 책은 출판사 '샘터'의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읽게 되었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도시는 문화예술을 관점에서 주로 도시를 바라보는 나와는 또 어떤 다른 간극이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건축과'가 '공대'에 속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예술대'로 분류되는 대학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건축이라는 분야가 철저한 수학의 결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공대'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에 고개를 한 번 끄덕였고, 건축이라는 것이 커다란 예술작품을 하나 창조해내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점에서 '예술대'에 속해질 수 있다는 것에서 고개를 또 한 번 끄덕였다.


 이 책은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를 통해 발간되었다. 브런치에서 조회수를 20만 회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내가 쓴 글 중에 가장 많은 조회수가 나온 글이 2,000회 정도로 기록되었으니, 그런 글을 100편을 써야 이 책 한 권의 조회수를 따라갈 수 있다.

 왜 이렇게 많은 독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었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책에는 일본, 미국, 브라질, 프랑스를 방문한 '이규빈' 건축가(작가)가 만났던 건축물들이 등장한다. 이규빈 작가가 단순히 그 건축물들이 어떤 기법으로 어떤 재료로 지어졌는지 등과 같은 규격에 대해서만 서술을 했으면 아무런 매력을 못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인 스토리를 함께 다룬다. 그 스토리가 작가 본인의 스토리이든,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이든, 건축물의 건축가에게 속한 스토리이든 할 것 없이, 독자로서는 마치 '투어'를 하고 있는 기분에 빠지게 만들어준다.

 결국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작가의 삶', '건축물의 생', '건축물의 건축가의 철학'을 거쳐 '도시'와 직면하게 된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떠나고 또 도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곳을 좋아한다. 이규빈 작가도 건축가로서 그리고 한 명의 사람으로 그런 공간을 사모한다고 한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작가를 만나게 되는 건 참 행복하고 설레는 일이다.

 나는 공간에는 특유의 냄새가 베인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게 마치 어린 시절 검도학원을 다닐 때, 1층 숯불갈비 집에서 고기 냄새가 올라오는 그런 물리적인 향기라기 보단, 코로 맡지만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더욱이 추상적인 냄새다.

 아마도 작가님도 그런 향취를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작가님과 친분이 있다면, 같은 냄새를 맡고 서로 어떤 것을 떠올렸는지 이야기해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더 나아가 냄새에 대한 각자의 추억을 담은 소설이나 에세이를 한 번 써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도 스친다. 나는 아마 영원히 기획병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테세우스의 배'라는 역설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았다. 하지만 용어만 처음 들어봤을 뿐, 늘 생각하던 나의 가치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옛 것'을 '지금의 것'으로 복원을 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 '그른 일'인가에 대한 고민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신라시대의 '월정교''를 그 모습 그대로 복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아 있는 자료는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에 대한 설화와 남천에 남아 있는 주춧돌뿐이기 때문이다.

 지금 경주 교촌마을에 아름답게 서 있는 건축물은 이름만 '월정교'지 신라시대의 월정교는 절대 될 수 없다. 다만, 최대한 조사, 연구하여 그 시대의 건축 양식과 기법을 가미하여 새로운 건축물을 창조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세워진 '월정교'는 관광객을 유입시켜 경주시민들이 '옛 신라의 수도'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으니 이를 두고 고증 없는 문화재 복원이라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던 문장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았다.


"도시의 가치는 위대한 건축물 몇몇에 있는 게 아니라 거리의 모퉁이에, 침실에 계단 난간에, 피뢰침 안테나에, 깃대에 쓰여 있으며 그 자체로 긁히고 잘리고 조각나고 소용돌이치는 모든 단편들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위대한' 것들을 언제나 규모, 재원, 명성 등에서 쉽게 발견하고자 한다. 하지만 정말 위대한 것들은 우리 삶의 아주 작은 부분에 더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개츠비의 막대한 부와 성공이 위대한 것이 아니라, 데이지를 향한 흔들림 없는 마음이 위대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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