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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Mar 03. 2022

3년 전 3월. 다섯 살 때는,

3년 전 3월의 어느 날 눈이 내렸다.

온이와 유는 각자 반과 이름이 적힌 노란색 목걸이를 목에 걸었고,

물병과 도시락, 실내화 양치도구까지 몽땅 들어간 무거운 가방을 메고 노란 버스에 올랐다.

엄마는 그 모습을 보고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시큰거렸다. 너희를 보고 웃으며 인사를 해야 하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손톱으로 손을 꼭 누르며 등원차량이 저만치 가고 나서 까지 손을 흔들었다.    

  

저 작은 아이가 스스로 뭔가 해야 하는 것이 안쓰러운 마음이 컸었다.     


노란 버스를 타는 것만으로 들떠있던 너희는 이튿날부터 엄마와 헤어지는 것이 싫다며 차량을 타자마자 울음이 터졌다. 그다음 날에는 등원차량 앞에서 타지 않겠다고 버티다 끌려서 탔고, 또 그다음 날은 끌려서 타다가 유치원 도착할 때까지 울다 토했다고 했다.

엄마는 너희가 등원하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까지 하면서 유치원을 보내는 게 맞는 건지 너희가 이렇게 울고 가는 날은 돌아오는 시간까지 어김없이 불안했다.     

이런 시작은 무수히 많을 텐데. 너희를 품 안에서 조금씩 내보내는 것 같은..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은 닥쳐서야 알았고, 또 그런 기분이 드는 게 싫었다. 

너희를 보내고 집에 들어오면 낯선 적막감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헛헛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또 그럴 때마다 등원 시간을 맞추려고 너희를 양몰이하듯 서두르며 언성을 높였던 행동들이 미안해졌다.     


그렇게 너희는 한 달을 울었을까. 우리는 눈이 내리던 그날 하원 길에 편의점에 들러 셋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했었다.

“오늘 유치원은 어땠어?”

“엄마랑 헤어지는 게 싫었어.”

“엄마는 너희가 올 때까지 집안 일도 하고 책도 보고 공부도 하면서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까 내일은 씩씩하게 가자”고 했다.

너희는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관심 없고, 귓불이 얼얼한 바람을 정통으로 맞고도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핥아먹었다. 엄마는 그때 그 모습이 떠오르는 날은 여전히 웃음이 난다.

아침에 울고불고 간 건 잊고, 아이스크림 하나에 기분이 다 풀어져서는 녹아서 줄줄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핥으면서 또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조막만 한 녀석 둘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하는 것도, 숨넘어가듯 웃는 모습도 얼마나 귀엽던지.

그날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엄마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추억을 어제의 기억처럼 떠올리게 될지 기대된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너희와 엄마는 서로의 시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었고,

지금의 우리는 실감 나지 않는 새로운 시작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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