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잘한기쁨 Mar 03. 2022

학교에 갑니다.

유치원 봄 방학이 길어지는 기분이라 방학을 한 건지, 학교를 가는 건지 실감 나지 않던 시간이었다. 

코로나 확진에 유치원도 퐁당퐁당 가는 날이 많았던 탓에 초등학생이 된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잘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만 있을 뿐, 아무 준비 없이 지내다 반배정 알림을 받고서야 긴장되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볼 때마다 ‘저 쪼끄만 녀석이 초등학생이라니..’ ‘학교를 간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아이를 낳고 키워서 학교를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기특했다. 난 한 게 없는데 온이와 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일이 뭔가 해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돌봄은 무엇이고, 방과 후는 무엇인지. 대충 훑어보고 해당사항이 없겠다며 야심 차게 덮어두었던 안내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입학 첫날에 준비해야 할 것이 있을지 모르니까.'


'엇? 제출해야 할 서류가 있었네?'

나는 서류를 받아온 두 달 동안 몇 번을 열어보면서 제출할 것이 있다는 것을 왜 몰랐던 거지?

문해력 부족이라는 대유행에 탑승한 걸까?

엄마의 엉성함으로 너희의 시작까지 엉성하게 하면 안 되지.. 안되지 아무렴..

나는 발등에 불. 입학하기 직전에 그 불을 맞닥뜨렸다.


부랴부랴 기초조사서를 쓰는데, 어떤 말을 써야 할까, 어떤 표현을 해야 할까, 이 작은 칸에 이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까. 막막했다.

내가 쓰는 몇 줄의 글이 아이의 평판이 되지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러다 몇 글자 몇 문장을 쓰다 보니 칸이 채워졌고, 

막연히 잘할 거라는 생각은 금세 걱정에 사로잡혔고 다 채워진 기초조사서를 보며 생각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너희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축복이 함께하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 모든 순간이 복이 더해지기를.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때 용기를 잃지 않기를.

지혜롭고 성실한 학생이 되기를.

겸손한 마음을 지닌 사람을 만나고 풍성한 복이 끊이지 않기를.

이웃에게 나눌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라기를.

언제나 엄마가 응원하고 있음을 기억하기를 

그래서 너희의 시작에 두려움이 없기를.

잘 지내고, 잘 지내고, 잘 지내기를.     

 바라고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너희에게 닿기를. 

작가의 이전글 3년 전 3월. 다섯 살 때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