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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Mar 10. 2022

학부형이 되었다.

입학식 때 쪼그만 녀석이 큰 가방을 메고 들어가면 다들 마음이 뭉클하고, 눈물이 날 거라고 했다.

학부형이 되는 마음, 첫 사회로 내보내는 그 마음이 짐작은 가지만 궁금했다. 

‘어떤 마음일까.. 나도 그런 마음을 비로소 알게 되겠구나.’ 

‘마음이 몽글몽글 하겠구나’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설레기도 했다.

‘결국 엄마도 너희의 뒷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문을 지나고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보는데도 울컥하거나 울렁거리지 않았다. 

마음의 동요가 전혀 없는. 아무 감정이 없는 이 상태가 맞는 건가. 

분명 새벽까지 잠못이루며 걱정했는데..     

교문을 나오자마자 너희는 조잘조잘할 말이 너무나 많았다.

새싹반이 된 너희는 거꾸로 눕히면 무한대도 된다는 엄청난 반이라고 했다.

다섯 살 첫 유치원도 새싹반이었는데, 첫 학교도 새싹반이라서

숫자에서 새싹을 찾은 선생님이 있어서 최고로 좋다고 했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는 너희의 말에 엄마는 마음이 놓였다.

시작이 반인데 학교가 이렇게 즐거운 곳이라면 엄마는 많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가는 게 무섭고 싫은 일이 아닌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된 지금.

그런 의미에서 고맙다. 

학교가 가고 싶어서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말이 그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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