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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Nov 16. 2021

쇠소깍_기승전 환경.

분명 10월인데 한여름 땡볕을 만났다.

가을이 한 층 더 풍성해질 수밖에 없는 날씨를 만나고 보니 긴팔은 10월과 어울리지 않았다.

매서운 바람에 옷깃이 날아가지 않게 꼭 붙잡아야 할 것 같은 날씨를 예상한 탓, 서울 날씨를 기준으로 옷을 준비한 탓에 여분의 반팔이 없어서 되려 아쉬워해야 할 판이었다.

걸어서 다시 여름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팥죽 같은 땀을 흘리며 점점 늘어지는 걸음걸이를 하던 온이는 찜통에 들어온 같다고 했다. 엄마 역시도 녹아내릴 거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비가 오지 않아서, 또 바람이 불지 않아서 되려 감사해야 했다.


땡볕을 걷고 걸어 계곡과 바다가 맞닿는 쇠소깍으로 갔다.

너희는 아빠와 함께 카약을 타고, 바위마다 그득그득 붙은 갯강구를 보고 만져보고 싶다고 했다.

배를 바위에 가까이 붙여 다가가면 갯강구는 재빠르게 달아나고 너희는 만지지 못한 아쉬움을 얼굴 가득 그리고 온몸으로 표현했다.


금모래빛은 알알이 옷 속에 박혀 털어내기도 힘든데 검은 모래는 탈탈 털면 말끔하게 털어졌다.  

구멍이 송송 뚫린 송송이 돌을 이제는 현무암이라 말하는 온이와 유는 얇고 넓적한 돌을 찾아 물수제비 뜨기를 했다.

푹푹 빠지는 검은 모래가 신기하고,

애써 던져도 퐁당.

또 던져도 퐁당.

실망하던 녀석들에게 아빠는 끊임없이 다정하고 친절하게 방법을 알려주었다. 계속해도 안된다는 너희는 이내 예쁜 돌을 줍겠다고 오리걸음을 하며 바닥을 살폈다.

발이 푹푹 빠지고 파도가 오는 걸 보지 못하고 물에 젖었다. 당황스러운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잘 됐다는 듯 용감하게 물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곤 파도에 부딪쳐 부드럽게 갈린 유리 조각들을 모았다.  놀이터에서 비비탄 총알을 줍던 실력으로 검은 모래 위에서 초록, 파란색들의 돌들을 너희는 보물을 줍듯 모았다.

작은 손 가득 넘치게 주워 손바닥을 펼치자 형형색색 보석처럼 빛났다.

비비탄을 양손 가득 주워 주머니에 넣을 때처럼 너희는 주머니에 넣으려 했고, 엄마는 그 손을 붙잡아 바닥에 다시 내려놓게 했다. 너희는 그런 엄마를 야속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파도에 부딪쳤어도 아직 날이 살아있는 유리조각에 다칠게 뻔해서 엄마는 멈추게 해야 했다.

너희는 이 예쁜 돌들이 깨진 유리 조각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산에서부터 시작되는 작은 물 길은 굽이 굽이 흘러 냇가를 만나 강과 합쳐지고, 큰 바다를 만나게 될 거라는 수많은 그림책에서 봐왔던 이야기는 건너뛰었다.

산에서 바로 바다로 이어지는 풍경에 한 번 놀라고,

검은 모래 사장의 모래는 흔적 없이 털려서 또 놀라고,

바닷가 어디서나 본 예쁜 돌이 유리조각이라서 놀랐다고 했다.

녀석들은 또 기승전환경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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