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잘한기쁨 Nov 05. 2021

일곱 살. 환경론자(2)

홍해의 기적 비스무리한 것을 김녕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 가면 볼 수 있다는 게 생각이 났다.


우리는 곧 김녕을 지나갈 것이고, 그렇다면 물때가 어떻든 가보고 싶었다.

아이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다면 모래사장으로 가야 했지만 날 것 그대로의 모습도 보려면 조금 더 조심해야 한다는 걸 감수하고도 그 기적이 보고 싶었다.  


가운데서 갈라지는 물길은 어른인 나에게도 흔한 광경이 아니니까 너희에게도 분명 그럴 것이라도 생각했다.

좋은 거 새로운 거 너희에게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은 함께 보고 싶었다.

즉흥적인 결정에 운이 닿았는지 물 길은 열려있었다.

물이 빠져서 놀랐을까, 사람들 발소리에 놀랐을까, 갯강구 떼는 순식간에 우르르 담을 타고 올랐고,

손바닥만 한 게는 바위틈으로 비집고 들어가기 바빴다.

온이와 유는 작은 돌부터 큰 돌까지 덥석덥석 들어 올리며 게를 잡았다.


길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엄마는 엉거주춤 발 길이 떨어지지 않았고, 너희는 사뿐사뿐 걷다 미끄러지듯    허공에 팔을 휘저었다.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했지만 그만큼 멋진 광경인 건 분명했다.

얼룩덜룩 바위 사이로 투명히 비치는 물색은 또 얼마나 찬란한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오기를 잘했다. 정말 잘했다.’


오렌지 빛 하늘에 운치를 더하는 풍력발전기도, 물 위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도, 이름 모를 새들의 장관도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온이와 유는 바위를 붙잡고 살금살금 물에 다가가 실수인 척 물에 빠지더니 이내 풍경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투명한 물 위로 높이 뛰기 하듯 총총 튀어 오르는 새우를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었던 녀석들은 아빠한테 뜰채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아빠 아빠 뜰채 좀 갖다 주세요”


새우를 잡아보려던 온이와 유는 체험을 넘어서 전투적인 채취를 했다.

열심히 잡고 뜰채로 건져대더니 급기야 물속에 있는 쓰레기를 건져내기 시작했다.

손은 다치지 말아야겠는지 장갑을 끼고, 온갖 쓰레기를 주워다 뭍으로 올렸다.

멀리 있는 사람이 주운 건 가까이 있는 사람이 받아서 옮기는 협업을 하는가 하면, 무거운 건 같이 건져 올리는 협동까지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온몸으로 깨닫는 듯했다.


너희는 어둠이 깔리는데도 쓰레기 줍기에 여념이 없었다.

언제 버려졌던 것들인지 캔은 색이 날아갔고, 플라스틱은 이끼가 가득 껴있었다. 버려진 술병 안에는  모래가 가득 차 있었다.

깨끗한 물속에서 쓰레기를 건져내며 얼굴 가득 찌푸리던 표정은 어느새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일을 스스로 했다는 뿌듯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너희의 이런 모습 때문에 엄마는 말릴 수 있었지만 말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너희는 한 통 가득 잡았던 새우와 게를 놓아주었다.

새우와 게를 잡아보는 체험으로, 살아 있는 것을 관찰하는 것에 만족하고 다치기 전에 다시 놓아주는 모습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너희는 이렇게 예쁜 마음으로 자라고 있는데 조급한 건 엄마였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일곱 살. 환경론자(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