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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Nov 02. 2021

일곱 살. 환경론자(1)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한적한 바닷가.

볕은 뜨겁고 인적이 드물다. 아니 사람이 없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바다는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며 모래에 부딪친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렸다.

내가 봐온 똥개 중에 제일 사랑스럽고 귀여운 똥개들은 바닷가를 이리저리 뛰더니 그 적막을 단 숨에 깨고 활기를 불어넣었다.


"엄마 물놀이하면 안 돼요?"


물이 차가워서 감기라도 들까 봐, 여행 중에 아프면 안 되니까. 엄마는 대답이 망설여졌다.

그래서 물놀이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속 뜻을 품고 뜨뜻미지근 한 말투로 꼭 하고 싶냐고 되물었다.

물놀이를 지금. 꼭.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하는 녀석들에게 완강한 No를 할 수 없는 노릇. 결국 조금만 하자며 허락을 해주었다.


“물놀이 해"라고 시원하게 허락하지 않은 것이 미안할 정도로 온이와 유는 신이 났다.

그토록 원하던 물놀이를 수영복이 없다고 못하는 건 이유가 안된다는 듯 윗옷과 바지는 벗어두고 팬티만 달랑 입고 바닷가로 달려들었다.


땅 짚고 헤엄치는 기술이 꽤 그럴듯해서 물 밖에서 보기엔 정말로 수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물을 뿌리다 짠 물이 눈에 들어가 소리를 꽥 지르고 서로를 마주 보며 깔깔거렸다.


제 키만 하던 모래놀이 삽이 작아질 정도로 자란 모습이 눈에 띄었고,

제자리에 앉아서 구덩이만 파던 꼬마는 밑그림을 그려가듯 물길을 이용해 땅을 파내는 형님이 되었다.

깊은 구덩이와 수로를 만드는 듯하더니 족욕탕을 완성해서 발을 담그라며 자리를 내어주었고, 뭍과 바다를 오가며 노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거 하면서 놀아볼까' '저거 한 번 해보면 좋겠다' 이런 말은 처음부터 없던 말처럼 녀석들은 스스로 놀이를 이어갔다. 엄마 아빠가 관여하지 않고 안전한 상황만 지켜주면 되는 지금이 너희와 함께 하는 가장 자유롭고 평화롭고 그래서 행복한 시간이자

둘이라서 즐겁고, 고마운 순간이었다.


물놀이와 모래놀이가 끝나자 맑고 맑은 물에서 떠밀려 온 해초를 건져내고, 땅 짚고 헤엄치다 손에 잡히는 쓰레기를 건져냈다.

물에서 쓰레기를 건져내 파도가 들지 않는 한쪽에다 주워온 쓰레기를 쌓느라 바다와 모래사장을 부지런히 오가더니 턱을 덜덜 떨며 물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곤 "엄마 내가 쓰레기를 건져서 던져줄 테니까 엄마가 한쪽으로 모아요"라고 했다.

놀이는 둘이서만 했으면 했는데.. 엄마는 너희가 물속에서 건져낸 쓰레기를 주워다 한쪽으로 쌓았다.

비닐봉지, 페트병은 물론이고 철판 플라스틱 온갖 것들이 있었다.

그러다 비닐장갑을 건져 올리던 온이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엄마 물고기가 여기 안에서 죽었어”


비닐장갑 속으로 들어갔던 작은 물고기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죽어있었다.

책 그리고 영상에서 봤던 것을 두 손으로 건져 올리고 직접 본 충격은 꽤 큰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앓는 소리를 내듯 ‘흐음.. 으..’ 소리를 내다 어떡하냐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하고 환경을 지켜야 하는 이유라고 말해주자 온이와 유는 음식을 남기지 않고 분리수거를 잘하겠다고 했다.


오늘의 물놀이가. 엄마가 그렇게 망설였던 물놀이의 결과가 이렇게 산교육이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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