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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Nov 01. 2021

불쑥 제주도에 입도했다.

여행을 다녀온 경험치는 온이와 유를 부쩍 자라게 했다.  

물론 코로나라는 엄청난 제약으로 우리는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거나 근교에서 보냈다.

지금 이 시기에 여행에 발병이 난 게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 그래서 여행에 목이 마른 것도 아이들이 아니라 어쩌면 나였을지도 몰랐다.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

'너만 가고 싶냐, 나도 가고 싶다'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코로나에 걸려 몸이 힘들든, 스트레스받아 마음이 괴롭든 둘 중에 하나는 따라올 것 같았다.

여행 한 번 다녀오겠다고 너무 비약적이긴 표현까지 해야 하겠냐고 한다면 말 못 할 불편한 마음과 미안함이 마음을 짓누르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봄에 다녀왔던 제주도에서의 추억이 아이들의 마음을 열 뼘도 넘게 성장시켰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마음이 자란 게 몸으로 느껴질 정도여서 산교육의 힘이 이런 거구나를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떠나게 된.

여름의 경계를 오가는 가을의 제주에 오게 되었다.


제주도에 오는 비행기 도장깨기가 끝나고,

제주도에 오는 배편 도장깨기가 시작되었다.

지난 5월, 3등 객실과 2등 객실을 경험했고 이번에는 3등 방으로 된 객실이다.


코로나라는 큰 벽이 어떤 거대한 벽으로 다가올지, 그래서 어떤 불안함과 불편함이 함께 할지 모르겠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한 방에 뒤섞이는 배낭여행을 가는 기분이 날 것 같아 설렜고,

온이와 유에게도 가족끼리만 하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과 새로운 경험치가 온이와 유에게 어떤 긍정적 경험이 될지 기대되었다.

역시. 이런 내 생각이 옳았다.


1평이나 될까? 음 성인 여덟 명이 양쪽 벽에 머리를 대고 누우면 누워서 갈 수 있을 것 같은 사이즈의 작은 방.

사실 처음 방을 보고 까무러칠 뻔했다.

'이 방에 몇 명 함께 타고 갈까.' 하는 불안감은 문이 열릴 때마다 아닐 거야, 여기까지 만일 거야 하는 마음이 산산조각이 났다.

꽉꽉 채워질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적중하는 순간 이미 방에 앉아있는 사람도 들어오는 사람도 난감한 눈빛이 오가고 불편한 공기에 흡수되거나 튕겨져 나가고 나서야 342호 멤버가 확정이 되었다.


우리 가족 넷.

캠핑을 떠나는 모자.

볼펜을 빌려주신 이모.

아이들의 부산스러움을 이해해주셨던 삼촌까지.

매트 한 장에 자리가 침범될까 마스크 너머로 경계의 눈빛이 오가고, 데면데면하던 시간이 풀리고 나서야 인사를 생략하고도 어울려 놀 수 있게 되었다.

작은 객실에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낮추기보다. 주도적인 놀이로 기꺼이 아이들의 일일 선생님이 되어주셨던 캠핑 가는 이모 덕분에 온이와 유는 즐거웠고 엄마는 눈앞에서 단순한 놀이가 아닌 교육방법과 실습을 보게 되었다.

13살. 6학년 형아와 엄마와 단둘이. 그것도 캠핑을 떠날 수 있는 모자 관계가 진심으로 부러웠고, 나에게도 희망이 되어주었다. 그 희망을 이 작은 객실에서 느끼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우리는 통성명도 하지 않고도 아이들이 불리는 이름으로 가볍게 이름을 불렀다.

연락처를 묻지 않아도 우연을 앞세운 감사한 인연은 붉은 오름이라는 여행의 묵적지를 공유했다. 보고 싶으면 만나고 싶으면 오라는 이모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다들 목적지를 향해 떠나갔다.


342호 객실의 여행자들 덕분에 온이와 유는 낯설지만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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