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가시는 누구에게나 있다.

미안해. U

by 자잘한기쁨

한 달도 더 전, 유치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그 날은 수업시간에 ‘마음속 가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나쁜 행동을 하면 마음속에 가시가 자라서 꽃이 필 수가 없으니 말도 예쁘게 하고 심하게 장난하거나 때리는 행동은 하지 말자고.. 그리고 반 친구들에게 마음속에 가시가 있냐고 묻던 선생님께서 유에게도 물었다.


유가 말했다.

“선생님 저는 나쁜 아이라서 마음속에서 가시 뺄 수 없을 거 같아요.”


선생님은 유의 표현에 놀라고, 또 어린아이 마음에 어떤 상처가 있어서 이렇게 말을 했을까 해서 놀란 마음에 전화를 했다고 했다.

사실 선생님께 전해 들은 나 역시도 너무 놀라서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그동안 다그쳤던 행동들이 유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리게 된 건 아닌가. 고작 다섯 살이 자책할 만한 일이 무엇이었을까 싶어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매일 아침 얼굴을 비비며 사랑한다고 뽀뽀하고, 좋은 하루 되라고 안아주며 유치원에 보내고 유치원을 다녀와서는 매일 함께 했는데 그 모든 게 거짓이 되어버린 거 같았다.

그날 밤 나는 당연히 잠을 이룰 수 없었고, 이틀 사흘 나흘이 되어도 가슴에 얹어진 돌은 짓누르고 마음을 후벼 파고 있었다. 나는 아이가 유치원에 등원차량에 오르는 뒷모습을 보고 눈물이 차오르는 걸 간신히 삼켰다. 그렇게 마음속 구덩이에 미안한 마음을 쌓아 가는 동안 자책감 역시 더해졌다. 상처를 주고도 어쩌지를 못하는 내 모습이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유의 마음을 바라보고 상처를 머무르게 할 수 없었다.


내 아이만큼은 내가 가장 잘 알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애정표현도 남들 못지않게 많이 한다고 생각한 것도 이 모든 게 착각이었다. 아이 마음도 읽지 못해서 상처를 주고 있으면서 어떻게 나쁜 엄마가 아닐 수 있을까.. 당장에 더 많이 안아주었는 것 말고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느껴질지 모를 감정을 담아 말했다.


“엄마가 맨날 하지 말라고만 해서 미안해.”


생각해보니 부쩍 장난기 많아진 유에게 나는 계속해서 통제를 해왔다. 남자아이니까 싸움 놀이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남자아이니까 미니 특공대 놀이쯤 다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온이와 유가 둘이서 그렇게 장난하는 걸 내버려 두다가 놀이터에서 처음 보는 친구들 형아들 동생들에게 까지 장난하는 것을 보고 나무라기 시작했다. 집에서는 되고 놀이터는 안되고, 온이랑은 되고 다른 사람은 안되고, 나는 아이들 행동과 그 반경에 선을 긋고 있었다. 결국 아이들은 엄마가 그어놓은 선 안에서만 노는데도 그 속에서 또 다른 색의 테두리까지 더했다.


“친구들한테 부딪치지 않게 해야지.”


“동생들한테는 양보해주자”


나는 고작 다섯 살에게 너무 많은 이해와 양보를 기대했고, 사람들한테 피해주기 싫어서 아니 아쉬운 소리 듣기 싫어서 했던 행동들이 생각해보면 유에게는 모든 것이 통제였다. 나쁜 엄마가 되고 나서야 너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하지 마’라는 강압적인 말 대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유를 덧붙였고, 매일 밤 유를 안으며 말했다.


“엄마는 유가 엄마 아들이어서 너무 좋아. 엄마 아들로 태어나서 엄마는 너무 기쁘고 감사해. 오늘도 엄마는 유랑 함께해서 좋았어. 언제나 우리 유를 세상에서 제일 많이 사랑해”


그러자 유가 말했다.

“얼마큼 사랑해요? 나는 하늘보다 높이 엄마를 사랑하는데 엄마는 나를 얼마큼 사랑해요?”


그랬다. 엄마가 언성을 높일 때에도 너를 다그칠 때에도 너에게 전부였을 엄마가 너를 아프게 할 때에도 너는 엄마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렇게 엄마는 또 한 박자 늦게 깨달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늦지 않고 상처를 주기 전에 너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을까.


엄마에게 온이와 유는 전부지만 네가 이해하는 가장 큰 비유를 들어 말했다.

“엄마는 하늘보다 높이 바다보다 더 깊이 그리고 우주만큼 사랑한다” 이 세상에서 제일. 일등으로 많이 사랑한다고 진심을 담아 그 진심이 닿을 때까지 말했다.

엄마는 매임 밤 사랑한다고 고백했고, 매일 아침 사랑하는 네가 오늘도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잘 다녀오라고 엄마는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했다. 할 수만 있다면 너의 아프고 슬펐을 너의 모든 감정을 바꾸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한 달쯤 속이 아팠을 너를 보며 엄마도 함께 속앓이를 했다.


시간이 더 해 가면서 나도 조금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유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온이와 마찰이 줄었고, 짜증이 줄었다. 무심한 듯 “엄마 사랑해”라고 하거나, 손가락 하트를 등 뒤에 숨겼다가 짠 하고 보여주었다.

물론 그 사이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지만,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폭발할 것 같은 순간에도 유의 말을 떠올리며 다그치지 않으려 애썼다.


사흘 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유가 오늘 웃으면서, 선생님 제 마음속에 있는 가시가 모두 빠진 거 같아요. 이제 제 마음속에 가시가 없어요.라고 말했어요"

수화기 너머로 선생님 목소리도 한껏 톤이 올라갔고, 나 역시도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수화기 너머에 있는 선생님이 내 앞에라도 있는 것처럼 핸드폰을 붙잡고 고개를 숙여가며 감사하다고 절을 했다.


그리고 선생님은 유에게 "너의 예쁜 마음 커져서 가시가 뽑히게 되었구나. 축하하고 기특하다"며 칭찬을 해주었다고 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천품이 든다고, 선생님이 유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았다면, 떼만 늘었다고 고집만 부린다고 생각하고 넘겼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유와 엄마가 함께 변화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 달 조금 넘는 시간 결국은 엄마의 잘못으로 멍들었던 마음을 돌보는데 온 마음을 들였다. 앞으로 몇 번 아니 그 보다 더 많은 시간을 겪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엄마가 잊지 않고 기억할게. 너의 감정과 너의 변화를 그대로 바라보고 보듬어 볼게. 언제나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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