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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Jul 07. 2022

엄마 팔은 흔들흔들 춤추는 오징어 다리

온이와 유가 등교를 하면 엄마는 정문에 서서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든다.

'잘 다녀오라고. 혹여 엄마가 아침에 화를 냈다면 그 미안함까지 흩어지라고' 참 열심히도 흔든다.

분명 손가락을 활짝 펼친 채 손을 흔드는데 왜 팔뚝살이 염치도 없이 흔들리는지, 순간 부끄러운 생각이 스치지만 흔들리는 팔뚝을 개의치 않고 손을 흔들고 머리 위로 하트도 그린다.

온이와 유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너희와 엄마 사이에 요란한 아침 인사는 끝이 난다.


그런데 이런 엄마의 팔이 온이가 오징어 다리 같다고 했다.

"엄마 엄마 팔은 꼭 오징어 다리 같아!"


"응? 왜?"


"엄마 팔을 이렇게 흔들어봐. 아침에 나한테 안녕하는 것처럼"

엄마는 팔이 길지도 않고, 가늘지도 않은데 도대체 어떤 점에서 오징어 다리 같다는 건지 궁금했다.

알 것 같지만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또 궁금하니까 온이가 하라고 하는 대로 팔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온이는 덜렁덜렁 거리는 팔뚝살을 딱 집으며 말했다.


"엄마 바로 이거야! 이게 꼭 물속에서 흔들흔들 춤추는 오징어 다리 같아."


엄마는 무방비상태로 공격을 당한 느낌이었는데, 너의 참신한 표현에 엄마는 피식 웃음이 아니라, 그냥 폭소를 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너무 웃다가 눈물이 났다.

엄마가 어떤 느낌으로 웃는지는 몰라도, 엄마가 웃으니까 신이 난 온이도 덩달아 웃었다.

그리고 온이가 말하는 오징어 다리를 붙잡고, 조몰락 만져보니 정말 오징어 다리가 맞았다.

탄력도 없고, 힘도 없고 좌우로 열심히 흔들리는 모양새까지 물속에서 춤을 추고 있는 오징어 다리가 맞았다.

어쩜 이렇게 표현이 기발한지.. 엄마는 생각해본 적 없는 표현이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온이는 오징어 다리를 가만두지 않을 계획을 갖고 있었다.

"엄마는 운동을 도무지 안 해. 그래서 그런 거야. 이제 맨날 운동해!"


"엄마 운동하는데.."


온이는 침대 헤드에 매일 해야 하는 일이라고, 포스트잇으로 야무지게 써서 테이프로 꼼꼼히도 붙여 놓았다.


엄마! 다리 찢기, 앞 뒤로 찢기, 다리 털어주기,

짐볼 100개, 팔다리 주무르기, 달리기 100바퀴.


엄마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고마운 마음은 알 것 같은데, 하루도 지킬 수 없는 자비가 없는 운동량이었다.

당장 오늘부터 운동시켜서, 오징어 다리 같은 팔뚝을 근육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긴 메시지임이 분명했다.


"에휴, 엄마는 내가 가르쳐줘야 할 게 너무 많아." 온이 입에서 나오는 이 말이 왜 이렇게 든든하게 느껴지던지. 엄마는 매일 밤 네 귀에 대고 엄마가 언제나 너를 지켜줄 거라고 속삭였는데, 어쩐지 오늘은 네가 엄마를 지켜주고 있는 것 같았다.

 

"많이 알려줘. 어른이라고 다 잘하는 게 아니니까 온이가 많이 알려줘. 열심히 배울게."


그리고 온아. 이건 너에게 못한 말인데..

우리끼리 비밀이었으면 해. 아빠한테 오징어 다리를 설명하는 순간 엄마는 많이 창피했고 아빠의 놀림거리가 되었단다.

온아. 이제 흔들흔들 오징어 다리는 우리 가족끼리만 아는 걸로 하자. 엄마가 더워도 긴팔을 입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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