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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Jul 17. 2019

내 이름은 안데르센

이야기 만드는 사람이 될래요.

“엄마 벌거숭이 임금님은 안데르센이 만든 거죠?”


“어.. 그런가..”


“아니야? 맞아? 내 생각엔 맞는 거 같은데”


“그런가. 엄마가 공부해서 알려줄게 어른이라고 다 아는 게 아니거든. 엄마가 찾아보고 알려줄게”


유는 글은 모르지만 그림책 보는 것을 좋아한다.

잠이 많은 엄마가 긴장을 풀고 늦잠을 자는 날이면 유는 항상 먼저 일어나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혼자 그림책을 훑어보고, 그림 먼저 다 봤으니 이야기를 읽어 달라고 한다.

책 좋아하는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유 역시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책을 읽을 때가 많다.


좀 지났지만 올해 초 안데르센 전시가 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온이와 유를 데리고 갔다.

미운 오리 새끼의 한 장면, 성냥팔이 소녀의 한 장면, 안데르센이 만든 동화 속 그림들이 스크린으로 장면 장면 나오고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유는 반짝이는 눈빛과 흥분한 표정 그리고 한껏 올라간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저 사람은 누구예요?”


“저 사람이 유가 좋아하는 미운 오리 새끼, 빨간 구두, 눈의 여왕 그리고 또 성냥팔이 소녀를 만든 사람이야”


“저 사람 이름이 뭐예요?”


“안데르센”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너는 같은 영상이 몇 번이 흐르는 동안 그 자리에 멈추어 있었다. 다섯 살 너의 얼굴에서 감격스러운 표정이 나왔고, 감동하고 동경하는 너의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 역시 감격스러웠다.

유는 영상에서 안데르센 생가와 동상이 나오자 얼마나 멀리 있는 거냐고 내일 보러 갈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

너무 멀어서 당장은 갈 수 없지만 조금 더 큰 형아가 되면 얼마든지 갈 수 있다고 말해주고도 아쉬운 건 엄마였다.


집에 돌아온 너는 퇴근하고 신발을 벗는 아빠에게 달려가 말했다.


“아빠 아빠 오늘 안데르센을 봤어요. 있잖아요. 미운 오리 새끼랑 빨간 구두 그리고 성냥팔이 소녀 전부다 안데르센이 만들었대요! 진짜 멋지죠? 나도 안데르센 될래요!”


“나 이제부터 안데르센이 될 거예요”


아빠는 유를 응원하듯 말했다.

“우리 유 정말 멋진 생각을 했구나. 정말 재미있고 훌륭한 일이야 멋지다!”


“아빠 아빠 나는 이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될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유 안데르센이라고 불러주세요.”


앞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바뀔 너의 꿈이 오늘은 안데르센처럼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다.

엄마 아빠는 오늘 너의 꿈을 응원한다. 내일 바뀔 다른 꿈까지도.

그런 의미에서 돌아오는 주말에는 태풍을 뚫고서라도 안데르센 전시를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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