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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Aug 27. 2019

달, 남산 위에 떴지.

말 끝에 행동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며칠 전부터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불러댔다.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면서도, 문화센터 가는 엄마 차 안에서도, 아빠 차를 타고 나들이를 가는 오늘도.

온이와 유는 독창을 하고 싶었지만 자꾸만 포개지는 서로의 목소리를 이기려고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엄마 남산이 어디예요? 잘 들어봐요.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이 노래에 남산이 나오잖아요 남산이 어디예요?” 


“왜 근데 달은 남산에 떠요?”


“그럼 우리 오늘 남산에 달 보러 갈까? 남산에 진짜 달이 뜨는지 보러 갈까?”


머리카락을 자르고 저녁 먹으러 쇼핑몰로 가던 다 저녁에 갑자기 남산을 가게 된 이유다.


63 빌딩 전망대에서 이쑤시개 만하게 보이던 남산타워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손에 잡힐 듯 커지는 모습에 “엄마 내가 잡아볼게요”하며 허공에 대고 낚아채기를 해본다.

온이와 유는 서로 먼저 잡겠다고 용을 쓰고, 그런 너희를 보고 어쩌면 잡힐지도 모르겠다고 엄마는 호들갑을 떨었다.  


어둑어둑 해가 떨어질 무렵 도착한 팔각정에서 제자리 뛰기는 물론이고, 흡사 달밤에 체조하는 모습으로 깡충거려보고, 아무리 목이 꺾여라 하늘을 올려다 보아도 달은 없었다.


“엄마 달이 어디 갔을까요? 별 세 개만 총총 떠있어요”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면 달이 나올까,

못 찾겠다 꾀꼬리 하면 나올까,


"못 찾겠다. 꾀꼬리"


아무리 꾀꼬리를 찾아도, 아무리 노래를 완창해도 달님은 오늘 밤 남산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실망한 아들에게 무어라 설명할까, 날씨 탓을 해볼까 다음번에 다시 오자고 말해볼까.


“얘들아, 우리가 아빠 차 타고 달님 찾으러 떠나보자”


“네, 우리가 발견하러 가요!”


그리곤 꼬불꼬불 해방촌 길을 따라 달님을 찾으러 떠나는데 온이와 유는 꿈나라로 가주었다.

육퇴가 너무 쉽게 그것도 너무 빨리 찾아온 것 같아 기쁘다가, 가뜩이나 충치로 고생 중인데 양치질을 또 걸렀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하지만, 자다 깨서 밤을 다시 시작할 너희와 씨름할 자신이 없는 엄마는 너희 입 속 충치세균들에게 배부른 회식을 선물하고 말았다. 

아.. 몸은 편하고 마음은 불편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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