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잘한기쁨 Sep 23. 2019

진땀 나는 버스투어

여름이 지나고 써보는 여름 일기

온이와 유는 이층 버스를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엄마 엄마 버스가 2층인데, 뚜껑도 없어요!” 


“엄마 봤어요? 뚜껑 없는 2층 버스. 봤어요?”


2층 버스가 지나간 자리에서 온이와 유는 버스 꽁무니가 없어질 때까지 땡볕에 서서 얼음이 되었고, 엄마는 더워서 녹아내릴 것 같았다.


“엄마 나도 2층 버스 타고 싶어요.”


“엄마 나도 나도. 우리 셋이 타러 가요.”


너희 말대로 뚜껑 없는 2층 버스에서 그것도 숨이 턱 막히는 땡볕에 기분 좋은 시티투어를 할 자신이 없었다. 갑자기 쉬가 마렵다거나, 졸리다고 잠이라도 들면.. 엄마는 갑자기 상상하는 게 무서워졌다.

더군다나 이미 너희와 지하철 투어를 통해 경험했던 시선과 말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더욱 대중교통을 이용한 투어는 조금 더 큰 다음으로 미루고 싶었다.

그런데 너희는 끊임없이, 엄마가 ‘그래 가자’ 하고 말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졸랐다.

결국 못 이기는 척 2층 버스를 타 보기로 했다.

서울시내를 도는 시티투어 대신, 경기도 2층 버스를 타고 람이 형아네 놀러 가는 것으로.. 아무렴 어떤가 2층 버스도 타는 데다 형아네 놀러도 간다는데 좋지 않을 수가 없지.


땡볕에 구슬땀을 흘리며 너희 손을 잡고 당산역 7000번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고,

온이와 유는 2층 버스를 보자마자 익룡이 되었다.


“우와아아아아 이층 버스 우와아아아”


2층 버스 승객이 몇 없어서 민폐는 덜 끼치겠다 싶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기 무섭게 유가 너무너무 해맑고 시원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저 할아버지는 머리카락이 없어요. 진짜 신기하죠.”


“.......”


“엄마 사람은 머리카락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고 그런 거예요?”


“유. 쉿.. 죄송합니다..”


“흠. 흠.” 헛기침을 하시던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그래, 나 대머리야. 근데 봐라. 모자 쓰니까 모르겠지?” 하시면서 모자를 쓰셨고, 나는 죄송하고 민망해서 연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손주 벌이라며 허허 웃으며 말씀하신 할아버지께 어찌나 죄송하던지 그 마음 알 리 없는 유는 입을 막을 새도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엄마 근데 대머리가 뭐예요? 할아버지가 대머리래요.”


“유야, 있잖아. 사람은 눈코 입이 다른 것처럼 머리 모양도 머리카락 모양도 다 달라. 근데 다르다고 이상한 건 아니야. 다르다고 크게 이야기하면 할아버지가 속상하실 거 같아”

이런 상황은 그려본 적도 감히 상상해본 적도 없어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너희는 마냥 신나고, 엄마는 민망하고 죄송하고 내릴 때까지 가시방석이었던 버스투어.. 당분간 우리 하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달, 남산 위에 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