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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Sep 22. 2022

여덟 살, '돌'을 아십니까?

토요일 아침.

아빠와 온이, 유가 속닥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고막을 때리는 알람보다, 속닥이는 이유가 궁금해서 벌떡 일어나게 되는 대단한 알람이었다.


"아빠 지금 갔다 와도 돼요?"


"30분만 갔다 오는 거야."


"네"


지금부터 딱 30분만 돌을 찾으러 집 앞 공원으로 가겠다고 했다.

비장하게 돌에 대한 책을 챙기고, 돌을 주워서 흙을 털어낼 칫솔과 소중하게 담아올 포일에 비닐봉지, 핀셋까지 가방에 꼼꼼히 챙겼다.

이미 화장실 세면대는 씻다만 돌이 있고, 화장실 앞에는 씻어야 할 돌들이 줄을 서 있는데. 또 줍겠다고 했다.

이미 탐험가가 된 녀석들의 발목을 잡아 앉히기엔 기분만 상하게 할 것 같았다.


그래 고작 30분.

엄마도 마음 편하게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 이놈에 조바심은 30분에서 1분이 지나자 불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화살은 남편에게 돌아갔다.

'애들이 안 들오는데 걱정도 안 되냐고, 같이 나가주던지,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왜 허락을 했냐고.'


조금만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보는 것. 그래서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지게. 자연스러운 독립을 위한 단계를 연습해야 한다는 아빠 말도 맞다.

독립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한 시작이라는 걸 너무 잘 알아서 연습해야 한다는 것도. 내가 먼저 마음을 놓고 시켜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아이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어쩐지 나 때와 다르게 세상이 더 무서워진 거 같았다. 그래서 걱정과 조바심은 세트처럼 따라다녔다.

그래도 캥거루처럼 품에만 안고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내가 먼저 마음을 바꿔야겠지..


불안한 마음은 조급한 마음으로 커져 베란다를 내다보며 오지 않는 아이들을 걱정했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도착해 내리려는 순간, 멀리서 두 손 가득 담은 돌이 떨어질까 엉거주춤 사뿐사뿐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안도와 함께 안달났던 엄마의 모습이 들키는 것 같아 얼른 닫힘 버튼을 눌렀다.

아빠는 느긋하고, 엄마가 안달 나는 상황은 너희가 집에 안전하게 와야 끝이 났다. 그러게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보라던 남편의 말에 조금 멋쩍었지만 엄마는 태연하게  다녀왔냐고 물었다.


온이와 유는 마치 대단한 보물인 듯 양손에 있던 돌을 내려놓고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꺼내 어디서 주웠는지, 얼마나 특별한 돌인지, 영웅담 같은 표현을 마구 쏟아냈다.

발에 차이는 흔한 돌에 의미를 붙여가며, 특별한 돌을 만드는 너희의 꿈보다 해몽 표현법이 그저 귀여웠다.  


그리곤 너희가 지나는 자리마다 으직으직 흙이 떨어졌다.

돌을 주워오고, 흙도 따라오고, 손톱 밑엔 빈틈없이 흙이 가득 찼다.

그 모습이 귀엽다가, 발바닥을 찌르는 작은 돌멩이 하나에 짜증이 났다가, 오락가락하는 엄마 마음을 알리 없겠지만, 너희가 요즘 관심이 '돌'이라는 걸 엄마는 너무 잘 알겠다.


그래. 요즘 너희의 관심이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돌을 보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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