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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Oct 13. 2022

광물 박물관에서 세계여행의 꿈을 꾼다.

돌을 보러 광물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엄마 소리 제일 크게 해 주세요."


"아빠 창문 열어주세요"


바람은 머리칼을 가르고, 이무진의 신호등을 시작으로 노라조의 음식 메들리를 들었다.

볼륨은 제일 크게, 목청은 찢어지고, 귀청은 떨어지게 악을 쓰듯 노래를 부르며 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여덟 살의 흥이 터졌다.

흡사 묻지 마 관광 같은 분위기, 아니. 웬만한 콘서트 못지않은 텐션이었다.

온이와 유를 보고 있으니 다른 의미로 자유로가 왜 자유로인지 알 것 같았다.

지겨울 수 있는 차 안에서, 노래도 부르고 웃고 떠들며 들썩거리는 온이와 유, 묵묵히 운전하면서 흥을 돋구는 남편의 모습까지 마치 영화 같은 이 장면이 감동스러워서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 정말 행복에 겨워서. 지금 이 순간이 정말 감사하고 기뻤다.


노래 부르고 웃고 떠드는 너희 모습을 보다 보니 순식간에 헤이리 마을에 도착했다.

온이는 집에서 챙겨 온 '돌의사전'이라는 책을 옆구리에 끼고, 유는 쌍살벌이 들어간 호박화석 목걸이를 목에 걸고 다부지게 걸어갔다.

그리고 비장하게. 박물관 관장님이 직접 모았다는 돌을 보며 촘촘히 살펴봤다.


"어떻게 이 많은 돌을 모았을까요? 이 원석은 진짜예요?"


어떻게 혼자서 저 많은 돌을 모았는지 궁금했고, 갖고 싶은 원석들이 많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던 온이는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페이지를 펼쳐서 똑같은 돌을 찾아보았다.


"나도 이런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 더 열심히 돌을 찾아야겠어."


"너도? 나도 할 거야"


그런 온이와 유에게 관장님께서 광물에 대해 알려주셨다.

종이를 만드는데도, 핸드폰을 만드는데도, 모든 과학의 시작은 돌에서 시작한다는 말에 로봇이라면 무서워서 질색하던 온이는 과학자가 되보겠다고 했다.


"너는 고고학자 하고, 나는 지질학자 하고 우리 같이 발굴하면 되겠다? 맞지?"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매일 꿈이 바뀌고 하고 싶은 것도 늘어나던 온이와 유는 고고학자와 지질학자도 해보겠다고 했다.


"엄마 맥가이버 칼이랑 호미 좀 사주면 안 돼요? 땅 팔 때 꼭 필요하거든요."


"근데 그건 어린이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니까. 지금은 무슨 돌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공부를 먼저 해보는 게 좋을 거 같아"

원하는 걸 얻지 못했으니 아쉽고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마지못해 '네'라고 대답했다.


박물관 관장님은 너희에게 훌륭한 지질학자가 돼서 나사도 가고 우주도 가서 직접 채취해오라고 했다.


"지질학자도 우주에 가요?"


"그럼. 우주선에 지질학자도 반드시 타지."

너무나 멀고도 먼 이야기를 또 너무나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아이들에게 설명해주시니 온이와 유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런데 엄마 우주에 가기 전에 지구에 있는 돌을 먼저 다 채집을 해야 되니까 세계여행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엄마는 입이 떡 벌어졌다.

아.. 책을 보고 공부를 먼저 하는 게 아니라 체험 학습을 먼저 해야 하는 거구나..

우주를 가기 전에, 지구를 다 돌아봐야 하는 거구나..

엄마가 생각이 짧았네?

우리는 오늘 광물 박물관에 왔는데 세계여행의 꿈을 꾸고 가는구나..

그렇구나...

갑자기 뭔가 이상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기분 탓인가..

너희의 꿈에 엄마도 갑자기 편승하고 싶어 졌네?


아무렴 어떠니,

우리는 오늘 지질학자에 대해 배웠고,

비싼 돈 주고 광물 표본도 사고 유석도 사고, 자수정도 사고.. 뭘 많이 샀네..?

암모나이트를 못 사서 아쉬웠던 온아. 유아.

우리는 오늘 큰 꿈을 꾸는 게 아니라 큰 꿈이 멀지 않다는 걸 배운 날이구나.


너희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큰 꿈을 꾼다.

마무리가 뭐가 되었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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