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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Oct 13. 2022

여덟 살, 반쯤 실현된 가을

가을이 풍성한 것은 과일과 곡식이 익어서만은 아니다.

온이와 유가 좋아하는 곤충도 풍성해서, 날뛰는 메뚜기며 방아깨비며 잡아보겠다고 뒤꽁무니를 쫓는다. 

몇 걸음 걷다가 멈추어 땅에 고개를 처박고, 또 몇 걸음 걷다가 얼음이 되었다. 그 모습이 꼭 삼보일배하는 모습 같았다.


메뚜기를 발견하면 메뚜기 등 뒤로 돌아가 살금살금 기다시피 해서 몸을 던지고,

잠자리를 발견하면 허공에 대고 제자리 높이뛰기를 하며 온 몸을 던진다.

개구리를 발견할 때가 가관이다. 마치 땅에 엎드려 이 세상 가장 낮은 자로 살기를 다짐하는 사제처럼 납작 엎드려 눕는다. 보기 드문 공손 함이다.


온 들판이 놀 것 천지라, 온이와 유는 온종일 있어도 지겨울 틈이 없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바깥으로 나가는 게 가끔은 귀찮고 번거로운 때도 많았다. 

이단 분리되는 온이와 유를 찾느라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위치 추적을 하고, 다칠까 봐 긴장했다. 또 어디선가 트러블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면서도 줄 곧 바깥을 나갔던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막힘없이 너른 곳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크게 크게 놀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매 계절을 온전히 느끼고 또 그에 맞게 자연에서 놀잇감을 찾아갔다.

호기심이 많고, 에너지가 넘쳤던 만큼 다른 아이들보다 피부는 조금 더 새까맣고, 손은 거칠어졌고,

보이지 않는 마음은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곤충과 벌레, 흙과 땅, 하늘과 구름. 자연을 가까이하고 조금 더  친절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그것만으로도 도시에서 시골아이처럼 키우고 싶었던 꿈이 반쯤 실현된 것 같다.


너희는 

함부로 꽃을 꺾지 않고,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 아빠에게 선물한다.

곤충이나 벌레를 보고 징그럽다고 소리치지 않고,

바닥의 개미도 함부로 밟지 않는다.

채집했던 곤충은 관찰하고 다치지 않게 놓아주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기뻐한다.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아름답다 말할 줄 알고,

보도블록 사이에서 꽃을 피운 이름 모를 꽃을 보고 기특하다고 말해준다.


그렇게 너희는,

올해 가을에도 뜨겁고 따가운 가을볕을 피하지 않고 온 몸으로 받아들였다.

머리카락에서 뚝 뚝 떨어지는 땀은 얼굴에 방울방울 맺혔고,

양 볼엔 꽃게 다리처럼 선명한 마스크 자국을 남겼다. 

신발은 흙 범벅이 되었고, 먼지를 다 뒤집어쓰고 논에 발이 빠지고 나서야 가을 활동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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