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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Dec 28. 2022

올해도 메리 크리스마스

태권도 차량에서 내리던 유가 다급히 달려오면 말했다.

"엄마 엄마, 태권도 형아가 산타할아버지가 없대! 진짜야?"


"옛날에 엄마가 산타할아버지 몰래 다녀간 거 엄마가 사진 찍었잖아? 그거 엄마가 나 보여줘서 나도 봤어. 산타할아버지 있는 거 맞지? 진짜 우리 집에 왔잖아!"

유가 어렸을 때 산타어플로 사진을 찍어서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게 번뜩 떠오른 모양이었다.


엄마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너희는 산타가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산타가 없는 게 말이 돼? 당연히 있지! 그 형아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맞아 형아가 잘못 알고 있어 산타는 있어"

산타의 존재를 부정하는 형아들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온이와 유는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산타 할아버지 존재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장담하듯 말했다.

순수하고 귀여운 너희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마치 동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산타 존재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못한 채 너희를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산타할아버지한테 받고 싶은 선물이 뭐야? 엄마한테 말해줄 수 있어?"


온이는 "안돼. 엄마! 비밀이야."라고 했고,

유는 "엄마 나는 이번에 선물 우크라이나 친구들한테 양보할게. 난 안 받아도 돼"라고 했다.

1년을 기다렸을 텐데 양보하겠다는 말에 대견했다. 


너희가 원하는 것을 마음속으로 바라면 엄마 아빠는 알 길이 없어서, 산타할아버지한테 편지를 써야 한다고 했던 세뇌교육은 잊히지도 않는지 온이와 유는 트리를 꾸며야 한다며 성화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엄마 손을 많이 빌려야 해서 엄마는 다음 주, 주말, 내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온이와 유는 편지를 빨리 써서 걸어야겠는지 재촉했다.

마지못해 트리와 오너먼트를 꺼내주자, 온이와 유는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뚝딱 만들어 내고 불까지 켰다.

'작년까지만 해도 엄마가 8할을 했는데..'

머리를 맞댄 너희의 모습이 예쁘고, 둘이서 해내는 모습이 기특했다.

대단히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고작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이 이만큼 성장했다는 게 놀랍고, 어쩐지 아쉬운 느낌도 들었다.

올해 유난히 빨리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너희가 성장하는데 부족한 시간은 아니었나 보다.


온이는 트리가 완성되자, 곧장 책상에 앉아 혹 아무도 보지 못하게 손으로 가리고 편지를 썼다.

하지만 엄마는 네가 잠든 밤에 몰래 열어보고 사진도 찍어두었다.


'산타할아버지께

산타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 서울**구 **아파트에 사는 김**어린이예요.

저는 그동안 1년이 너무 긴 거 같아요.

저는 그동안 산타의 정체가 궁금했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궁금했어요.

루돌프도 실제로 있나 해서요. 

저는 그동안 저한테 그리고 전 세계 아이들한테 주신 선물 감사했습니다. 이제 저도 산타한테 선물을 드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올림'


온이는 산타에게 편지도 쓰고, 온이가 아끼는 예쁜 종이를 사등분으로 잘라 편지 속에 넣은 선물도 준비했다.

그리고 형광펜으로 산타선물이라고 써서 트리에 걸어 두었다.


"엄마 내가 이거 형광펜으로 쓴 이유 엄마 알아?"


"예쁘라고 했을까?"


"아니. 산타할아버지가 깜깜할 때 오시니까 형광펜으로 써놓으면 깜깜해도 잘 보여서 갖고 갈 수 있잖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정말로 기특하고 예쁜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갖고 싶은 선물도 잊지 않고 썼다.

'산타할아버지 우리 집에 없는 그래비 트렉스 다 주세요. 제발요. 저는 그래비 트렉스를 좋아해요.'


유는 우크라이나 친구들한테 양보하겠다던 마음은 어디 가고 취소해도 되냐고 물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기하는 건 여덟 살이 아니지.' 1년을 기다린 날인데 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는 유에게 '산타할아버지한테 갖고 싶은 것을 편지를 써보라고 했다.

그러자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다며 3D프린트기를 달라고 할지, 거짓말 탐지기를 달라고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산타할아버지 경찰들이 쓰는 거짓말탐지기 주세요'라고 편지를 썼다.

엄마는 너희의 선물을 포장해서 숨겨두었는데, 밤새 유가 편지 한 통을 더 써놓았다.

'산타할아버지 저는 작동되는 3D프린터 주세요. 포켓몬 도감도 주세요. 동물 해부 장난감도 주세요.'라고..

갖고 싶은 게 많아서 그렇게 고민을 하더니 결국 순위에 있던 모든 선물을 다 써놓았다.

엄마는 너희가 피아노 학원에 갔을 때 부랴부랴 서점에 들러 포켓몬 도감을 사 왔다. 너희가 네 살 때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어서 엄마는 부랴부랴 화곡동 장난감 도매상까지 갔었는데.. 오늘도 그때와 비슷했다.


몇 날 며칠을 편지를 걸어 놓고 기대에 부푼 온이와 유에게 물었다.

"올해는 선물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한참을 고민하던 녀석들은 '잘 모르겠다고 어쩌면 못 받을 수도 있을 거 같다'라고 했다.

엄마는 너희에게 실망하지 말고 앞으로 잘해보자고 했다. 그러면 산타할아버지가 너희의 노력을 보고 선물을 주실 거라 위로를 했다.

그러자 온이는 한층 더 멋지게 성장할 거라는 어른스러운 말이 생각나지 않는지, "선물을 못받아도 나는 한층 더 올라 갈거야. 점 점 더 올라갈거야 그래서 내년에 받을거야."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집에도 산타가 다녀갔다.

산타는 온이와 유에게 답장도 남겨주었다.

온이와 유는 산타할아버지가 썰매 타고 가는 길에 들으시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마음에 들어요!"라고.



온 어린이

Merry Christmas!

여덟 살 크리스마스를 축하해요.

온 어린이가 써준 편지, 그리고 선물 고마워요.

산타할아버지가 수많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었지만 

이렇게 받아본 적은 처음이라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온이가 갖고 싶어 하는 그래비트렉스를 준비했어요.

온이 쌍둥이 동생 유와 함께 사이좋게 노는 모습을 보면 산타할아버지가 기쁠 것 같아요.

선물이 마음에 든다면 큰 소리로 '마음에 들어요'라고 해주면 

멀리서 산타할아버지가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이 예쁜 온이를 산타 할아버지가 1년 동안 보았는데,

학교생활도 즐겁게 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예뻤어요.

할 일을 미루지 않고 해내는 멋진 모습까지 

산타할아버지가 온이를 보면서 흐뭇했어요.

온이는 언제 어디서나 사랑받을 만큼 소중하고, 

마음먹은 것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요. 

산타 할아버지는 언제나 온이를 응원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한 어린이가 되길 바라요. 

-2022년 산타할아버지가-                    


유 어린이

Merry Christmas!

여덟 살 크리스마스를 축하해요.


유에게 경찰이 쓰는 진짜 거짓말탐지기 대신 

어린이가 가질 수 있는 것 중에 제일 좋은 것으로 준비했어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선물이 마음에 든다면 큰 소리로 '마음에 들어요'라고 해주면 

멀리서 산타할아버지가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이 따뜻한 유 어린이를 산타할아버지가 항상 지켜보았어요.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고, 다정한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예쁜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할 일을 미루지 않고, 해내는 기특한 모습도 보았답니다.

발표하는 용기를 내는 유를 보면서 산타할아버지도 유에게 용기를 보태주었어요.

언제나 유는 용기를 가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고,

두려워 말고 도전해 보세요. 산타할아버지가 응원합니다.

유는 언제 어디서나 사랑받을 만큼 소중해요. 

언제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한 어린이가 되길 바라요.


P.S 유 어린이가 늦게 보낸 편지 산타할아버지가 봤어요.

그런데 산타할아버지가 대서양을 건널 때쯤 봐서 준비하기 어려웠어요.

포켓몬 도감은 준비했지만 나머지는 시간이 안 돼서 못했답니다.

대신 달러를 넣었어요. 부모님과 의논해서 사도록 해요.

-2022년 산타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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