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1학년을 보내고, 2학년이 되었는데 엄마는 다시 처음이 되었다.
너희의 타고난 기질과 성향이 완전히 다른데도 쌍둥이라서 당연히 비교되는 것들과, 당연히 비슷할 거라는 막연함에서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다.
다른 친구들이 오롯이 혼자 사회생활을 배워가듯, 너희도 서로에게 기대어 배우는 사회생활이 아닌 독립적으로 배워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결과적으로 잘한 것인지 아닌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믿어주는 대로 자라는 너희는 잘할 거라고 믿어서 분반을 신청했다.
그러니까 엄마는 매일 깜빡하는 정신으로 다시 처음을 연습해야 했다.
수저와 물병은 스스로 챙기고, 가방정리도 스스로 하게끔 한지 1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완전한 연습이 되지 않았고, 확인해주어야 할 것들을 놓친 엄마의 실수가 너희의 실수가 되지 않게 하려고 긴장해야 했다.
제일 큰 관문은 참관수업이었다.
1학년 때는 참관수업이 줌으로 이루어져서 1학년 교실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볼 수 있었다.
갑자기 손을 들어 화장실 가고 싶다던 아이, 이어서 너도나도 화장실을 가던 아이들, 필통에 서랍에 넣었다 뺐다 가지고 놀던 아이, 교실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도 했고, 갑자기 손에 피가 난다고 밴드를 붙여 달라는 아이도 있었다.
이 모든 라이브를 보면서 1학년이지만 일곱 살과 다름없는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났고, 올망졸망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에 조마조마했다.
온이와 유로부터 시선을 뗄 수가 없었고, 온통 너희 모습에 집중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관이라니.. 너희 모습을 보는 엄마 못지않게 긴장될 너희였다.
남편은 휴가를 냈다.
교문부터 학교 앞 소공원을 두른 입장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모든 게 멈추었다 활기를 찾아가는 모습은 낯설고 기대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교실 분위기는 1학년때와 확연히 달랐다. 앉아 있는 아이의 뒷모습에 긴장감이 느껴졌고, 내 아이가 생활하는 교실을 둘러보는 와중에도 아이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는 학부모들의 모습 속에 나도 있었다.
처음 계획은 남편과 반을 번갈아가면서 아이의 모습을 보자였는데,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아이들의 모습을 놓칠까 봐 반을 서로 나누어 가고, 각 반에서 본모습을 공유했다.
너희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기대하는 바람은 너희가 발표하는 걸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자리에서도 하고자 하는 말을 끝까지 마치는 것.
이 두 가지가 초등학교 생활을 하는 내내 너희가 이루어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이었다.
오늘 엄마는 손을 번쩍 드는 온이의 큰 용기를 보았고, 다음에는 해보겠다고 하는 유의 큰 다짐을 보았다.
이것만으로도 엄마는 충분했다.
온이는 종종 내가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이 된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도 그랬다.
너희가 언제 이렇게 컸는지, 너희가 언제 2학년이 된 건지 믿어지지 않는 이 모든 게 마냥 기특할 때가 있다. 오늘처럼.
온이와 유는 방학 동안 예쁘게 바뀐 도서관을 보여주겠다고 아빠의 손을 잡아끌었다.
"우리 학교 구경시켜 줄게요. 우리 학교 진짜 좋아"
아빠의 양손을 잡고 복도를 걷던 모습이 예뻐서 오랜 잔상으로 남을 것 같다.
뒤돌아 엄마를 봐주지 않아도 웃음이 나는 이 모습은 엄마가 사랑하는 모습 중 하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