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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Mar 30. 2023

엄마 아기는 형아가 되었어요.

1학년 겨울방학 봄방학을 지나는 동안 녀석들은 쌀을 20킬로를 먹었다.

엄마는 식습관이 이미 엉망진창이라, 너희에게 똑같은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아서 반찬이 뭐가 되든 삼시 세 끼를 잘 먹이겠다는 욕심을 낸 덕이다.

동굴에서 마늘만 먹으며 사람을 되기를 기다렸던 곰처럼, 온이와 유는 집밥을 열심히 먹으며 2학년을 준비했다.


2학년이 되고 첫 등교하던 날.

그날이 잊히지 않는다.

온이와 유는 1학년 내내 한 번도 빠짐없이 정문으로 들어가기 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엄마를 안아주고, 그냥 뽀뽀도 아니고 뽀뽀세례를 퍼부었다. 

건물로 들어가기 전까지 몇 번이나 뒤 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매일 아침 애틋함과 사랑을 쏟아내는 온이와 유의 귀여움은 당연한 줄 알았다. 그리고 그 당연함이 좋았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2학년이 되자마자 정문 앞에서 하던 모든 애정표현은 하지 않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당연히 뒤도 돌아보지 않았고, 손도 흔들지 않았다.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쓱 들어가더니 친구와 장난을 치면서 들어갔다.

'어떻게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 거지.. 정말 많이 컸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섭섭함이 밀려왔다.

밥 먹고 몸만 찌우는 게 아니라 그동안 마음에도 살을 찌우고 있었구나. 

만감이 교차하던 등굣길을 남편에게 문자로 쏟아냈다.

그러자 남편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들은 잘 크고 있네.'라고 보내왔다.

맞다. 다행히 엄마품을 좋아하지만 조금씩 바깥으로 나가고 있고 그런 너희의 뒷모습을 보는 일이 태연해지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생략된 애틋함은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 원래 아침인사는 하지 않았던 듯 그냥 멀찍이에서 인사하고 쏙 들어가는 게 당연해 보였다.

엄마는 너희에게 물었다.

"요즘엔 왜 아침에 엄마 안 안아주고 들어가? 힝. 뽀뽀도 안 해주잖아."

온이와 유는 머쓱한 표정으로 "아..." 하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괜찮아. 엄마가 집에서 더 많이 안아줄게"라고 하자 온이와 유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지 투정 부리듯 말하던 엄마를 꼭 안아주었다.


어느 날 부쩍 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우리 아기 언제 이렇게 컸지?"하고 말하자,

유는 두리번거리더니 속삭이듯 "엄마 집에서는 엄마 아긴데, 밖에서는 이제 형아야. 알았지?"라고 했다.

서운했던 엄마를 달래주듯 유는 교문을 들어가기 전 꼭 안아주었고,

온이는 학교 건물로 들어가기 전 손에 든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주었다.

매일 아침 너희의 뒷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서 있다가, 

너희가 뒤 돌아보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어 흔드는 엄마는 3월 내내 엄마 아기와 형아 사이에서 마음을 한 발자국 떨어트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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