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겨울방학 봄방학을 지나는 동안 녀석들은 쌀을 20킬로를 먹었다.
엄마는 식습관이 이미 엉망진창이라, 너희에게 똑같은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아서 반찬이 뭐가 되든 삼시 세 끼를 잘 먹이겠다는 욕심을 낸 덕이다.
동굴에서 마늘만 먹으며 사람을 되기를 기다렸던 곰처럼, 온이와 유는 집밥을 열심히 먹으며 2학년을 준비했다.
2학년이 되고 첫 등교하던 날.
그날이 잊히지 않는다.
온이와 유는 1학년 내내 한 번도 빠짐없이 정문으로 들어가기 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엄마를 안아주고, 그냥 뽀뽀도 아니고 뽀뽀세례를 퍼부었다.
건물로 들어가기 전까지 몇 번이나 뒤 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매일 아침 애틋함과 사랑을 쏟아내는 온이와 유의 귀여움은 당연한 줄 알았다. 그리고 그 당연함이 좋았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2학년이 되자마자 정문 앞에서 하던 모든 애정표현은 하지 않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당연히 뒤도 돌아보지 않았고, 손도 흔들지 않았다.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쓱 들어가더니 친구와 장난을 치면서 들어갔다.
'어떻게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 거지.. 정말 많이 컸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섭섭함이 밀려왔다.
밥 먹고 몸만 찌우는 게 아니라 그동안 마음에도 살을 찌우고 있었구나.
만감이 교차하던 등굣길을 남편에게 문자로 쏟아냈다.
그러자 남편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들은 잘 크고 있네.'라고 보내왔다.
맞다. 다행히 엄마품을 좋아하지만 조금씩 바깥으로 나가고 있고 그런 너희의 뒷모습을 보는 일이 태연해지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생략된 애틋함은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 원래 아침인사는 하지 않았던 듯 그냥 멀찍이에서 인사하고 쏙 들어가는 게 당연해 보였다.
엄마는 너희에게 물었다.
"요즘엔 왜 아침에 엄마 안 안아주고 들어가? 힝. 뽀뽀도 안 해주잖아."
온이와 유는 머쓱한 표정으로 "아..." 하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괜찮아. 엄마가 집에서 더 많이 안아줄게"라고 하자 온이와 유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지 투정 부리듯 말하던 엄마를 꼭 안아주었다.
어느 날 부쩍 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우리 아기 언제 이렇게 컸지?"하고 말하자,
유는 두리번거리더니 속삭이듯 "엄마 집에서는 엄마 아긴데, 밖에서는 이제 형아야. 알았지?"라고 했다.
서운했던 엄마를 달래주듯 유는 교문을 들어가기 전 꼭 안아주었고,
온이는 학교 건물로 들어가기 전 손에 든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주었다.
매일 아침 너희의 뒷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서 있다가,
너희가 뒤 돌아보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어 흔드는 엄마는 3월 내내 엄마 아기와 형아 사이에서 마음을 한 발자국 떨어트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