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와 유는 영어학원에 다닌다.
숙제를 잘했거나, 발표를 잘했거나, 수업태도가 좋으면 레몬맛 비타씨 사탕을 받는다.
하지만, 노란색 봉투에 비타씨라는 이름만으로 신 맛을 예상한 녀석들은 손도 대지 않았다.
먹어본 적 없는 사탕이라 차곡차곡 모아 놓기만 하더니
엄마가 하나씩 까서 먹는 걸 보고는 맛있냐고 몇 번을 물어왔다.
"응 맛있어. 상큼한 것 같은데 달달해"
"레몬 맛이야?"
"레몬 향은 나는 것 같기도 한데, 신맛이 없어"
"정말?"
녀석들은 신맛이 나지 않는다는 말에 홀랑 까서 입 속으로 쏙 집어넣었다.
눈이 휘둥그레진 온이와 유는 연신 "진짜 맛있다"라고 했다.
그러더니 그동안 모아놓은 사탕을 싹 가져가버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탕 1등은 청포도맛 사탕이고 이제부터 이 사탕이 2등이야"
"거 봐. 뭐든지 안 해보면 모르고 안 먹어 보면 모른다니까 그러니까 뭐든지 딱 세 번만 먹어보고 세 번만 해봐. 그럼 싫던 것도 좋아질 수 있어"
"응"
엄마와 아빠는 근거 없는 세 번의 법칙을 내세우며, 해보지도 않고 판단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너희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한데,
오늘처럼 얻어걸릴 때가 있는 거 보면 꽤 괜찮은 방법 같기고 하다.
엄마는 사탕을 먹어서 좋은 게 아니라,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모습이 반가운 건데 너희가 그 맘을 알까 모르겠다.
유는 학원 갔다 오자마자 가방에서 사탕 두 개를 꺼내 싱크대 위에 얹으며 말했다.
"엄마 이거 내가 먹을 거야 먹으면 안 돼"
엄마는 알겠다고 말하고는 하루 이틀 뒀다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탕을 얹어 놓았다는 걸 잊을 게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엄마는 이틀 후 사탕 하나를 까먹었다. 역시 몰래 먹으니까 더 맛있었다.
"엄마! 내 사탕 먹었지?"
'아이고. 이제 난리가 나겠구나..'
치밀하지 못하게 먹고 남은 사탕봉지를 싱크대에 두었다가 들키고 말았다.
"어.. 한 개 먹었어"
먹었으면 바로바로 치우라는 남편의 말을 새겨 들었다면 들키지 않았을 텐데..
엄마는 몰래 먹고 들킨 미안함보다 치밀하지 못한 스스로를 책망했다.
"엄~마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라고 했는데. 먹지 말라고 했는데..!! 먹었어..!"
사탕 하나에 뭔 이렇게 구구절절 사과를 해야 하나 싶지만, 몰래 먹었으니까 당연히 사과는 해야 했다.
"미안.. 엄마가 너무 먹고 싶어서 그랬어"
'좋아하는 사탕이니까 먹지 말라고, 더군다나 어렵게 받아온 거니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는데..
그래. 알겠는데. 엄마는 이틀이나 시간을 줬는데? 치사하게 엄마는 맨날 다 내어주는데 그 거 하나 가지고..'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말을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온이가 내게 오더니 나를 가만히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엄마 괜찮아. 괜찮아"
사실 엄마는 온이가 안아주기 전까지 그리고 등을 토닥이며 '괜찮아 괜찮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마음의 반은 장난이었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유의 그런 모습이 귀엽기도 했으니까.
"엄마도 먹고 싶어서 그럴 수 있지"
"엄마 마음 알아. 괜찮아. 괜찮아."
"어른도 그럴 수 있지"하며 등을 토닥여 주는데 갑자기 마음이 울컥하고 말았다.
아홉 살 네가 무엇을 알고 "괜찮다고"한 지 모르겠지만,
'괜찮다는' 그 말이 툭 하고 뭔가 건드린 것처럼 마음이 와르르 쏟아졌다.
엄마 품에 쏙 들어와 안긴 네가 엄마 등을 토닥이며 "괜찮아. 괜찮아"하는데 엄마는 온갖 위로를 너에게 다 받는 기분이었다.
감동이었고, 고마웠다.
어떻게 엄마를 위로해 줄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엄마는 네 표현에 '맞아 엄마도 그렇게 말했어야 했는데'하고 뒤늦게 깨달을 때가 종종 있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데, 엄마는 온이의 앞모습을 보고 깨달는다.
너는 언제나 엄마에게 감동이고, 고마운 사람이야.
사랑하고. 사랑한다.
귀한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