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만큼 편한 시댁이어도 화장실은 어렵다.
나올 것 같은데 나오지 않는 묵직한 느낌은 뱃속을 누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소리도 없이 냄새로 새어 나온다.
새어 나오는 웃음만 참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방귀도 참을 수가 없다.
이때부터는 도저히 제어가 안 되는 구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사실상 어쩔 도리가 없다.
새어 나오는 방귀를 몰래 뀐다 한 들 냄새로 들키기 때문이다.
뻔뻔해지던지, 나올 때마다 잠깐 자리를 피하는 게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하지만, 이 건 5분에 한 번씩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해서 매우 번거롭다.
방귀냄새가 암을 예방한다는 건 이미 기사로 읽었고,
비록 조금. 아니.. 많이 고약하긴 하지만 냄새를 나눈다면 나는 번거롭지 않고, 가족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이 것이 일석이조라고 할까..?
조금 이기적이라 많은 이해와 배려를 요구하지만 말이다.
시댁에서 해결되지 못한 배변활동이 집에 오는 차 속에서도 계속되었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눈치가 보이고, 신경이 쓰이는데 더 이상 참아지지 않는 순간 뻔뻔해졌다.
어쩔 도리가 없으니까..
뱃속에 저장되었던 가스가 공기와 만나는 순간,
남편은 창문을 열었고 온이와 유는 경악을 했다.
그리고 무의미한 주제로 백 분 토론이라도 할 태세였다.
"방귀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요"
"맞아요! 방귀에는 메탄이 들어 있어서 방귀를 많이 뀌면 온실효과가 생기고, 지구 온난화가 된단 말이에요"
부끄러웠다.
너네 엉덩이에 묻은 똥을 백 번도 넘게 손으로 씻어 준 엄마에게 너무 야박한 게 아닌가 싶다가,
방귀 한 번에 메탄가스 어쩌고 지구 온난화까지 갈 일인가 싶어 어처구니가 없다가,
민망했다.
생리적인 현상을 가지고 이렇게 면박을 주다니...
치욕스러운 오늘을 잊지 않겠다.
이놈들아 방귀만 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