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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Sep 20. 2023

아홉 살, 아르바이트합니다.

원하는 것,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이 모든 게 구체적으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내 손이 필요로 하는 날이 계속되진 않을 테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었다.

너희의 요구사항이래 봤자, 기껏해야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고 싶고, 키즈카페 한 번 더 가고 싶은 거니까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없을 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면 안 되니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야 했다.

들쭉날쭉한 기분으로 너희를 대하고 있으면서도 꿈은 얼마나 또 큰지.. 인생을 먼저 살아온 어른으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고, 너희가 스스로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어른으로 자라길 기대한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에는 누군가의 희생과 양보가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자주 가는 집 앞 공원도 떨어진 낙엽을 치워주시고 쓰레기를 주워 주시는 분이 계셔서 매미도 잡고, 줄넘기도 할 수 있다는 걸,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미있는 곳에 놀러를 갈 수 있는 건 아빠가 일을 해서 돈을 벌기 때문이라는 것도,

당연하다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문득 거창하게 느껴진다. 엄마가 모자란 게 많다 보니 너희에게 기대하는 게 커지나 보다.

너희는 엄마 아빠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자식이니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어야 했다.


사랑하는 온. 유. 

엄마가 거창하게 이야기했으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라는 걸 해보자꾸나.

거실 칠판에 아르바이트 목록을 살펴보았겠지?


현관 신발정리 50원

화분에 물 주기 50원

빨래 개기 50원 

빨랫감 빨래통에 넣기 50원

세탁기 돌리기 100원

식사준비 돕기 100원

마트 심부름 100원

책정리 100원

장난감 저리 200원

분리수거 200원 


집안일은 함께하고, 너희가 수고한 대가로 용돈을 받아 쓰는 것까지 우리 함께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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