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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Jan 26. 2020

드디어 여섯 살

나이를 빨리 먹는 방법


할머니. 할머니는 몇 살이에요? 나는 이제 여섯 살인데”


“할머니는 나이를 많이 먹었어”


“얼마큼 먹었어요?”


“육십 일곱”


“히이~ 진짜 많다! 할머니는 진짜 욕심쟁이네. 왜 혼자 다 먹었어. 나빠”


할머니와 유 대화를 듣던 나도 유와 대화를 하던 할머니도 웃음이 터졌다.

유는 엄마가 왜 웃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는 표정으로 다가와 하소연 하 듯 말했다.


엄마, 할머니는 혼자만 나이  먹었어. 나는 여섯  되는  이렇게 오래 걸렸는데 할머니는 혼자만 많이 먹었어. 같이 나눠먹지도 않고 혼자  먹었어. 진짜 욕심 쟁이지?”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몸이 수월해지고 뿌듯함이 더해가는 건 알았어도 내 부모가 나이 듦을 잊고 있었다. 나 사는 게 바빠서 잊고 지냈던 건데 유의 말을 끊어서 다시 생각해보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엄마 나 1월 1일에 떡국을 한 그릇 먹고 또 한 그릇 먹었는데 몇 살이야?”


“너 여섯 살이지.”


“아직도 여섯 살이라고? 말도 안 돼! 그럼 엄마. 엄마는 몇 살이에요? 엄마도 많지?”


“응. 많지.”


“그럼 엄마는 떡국 먹지 마. 내가 많이 먹어서 만나자”


“어떻게 만나?”


“엄마는 떡국 안 먹고 내가 계속 먹으면 엄마 나이까지 갈 수 있잖아!!”


유는 두 그릇 먹으면 일곱 살이 되는 줄 알고 떡국을 열심히 먹었다고 했다. 또 열심히 먹어서 금방 나이가 많아질 테니 나에게 떡국 먹지 말도 기다려 달라고 했다.

빨리 키 큰 어른이 돼서 엄마랑 결혼도 하고 싶다는 유는 나이가 빨리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더 빨리 큰 형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내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예쁘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아 고맙고 기특하면서도 마음 한쪽이 저릿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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