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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Mar 27. 2020

어쩌다 제주도 여행(1)

지나고 써보는 여행기(1)

운전을 누가 할지 니밀락내밀락 하다가, 결국 신우 엄마가 운전대를 잡았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쏟아지는 빗줄기에 와이퍼는 정신없이 고개를 흔들어대고, 시속 40km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 브레이크가 좀 이상한데?”


“이상해?”


“어”


살짝 밀리는 정도겠거니 생각했는데 인도와 차도 경계에 있던 돌에 부딪쳐 차는 휘청였다.

그 와중에도 나는 사고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냥 코너를 돌면서 핸들을 많이 꺾은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브레이크 밟았는데 왜 이래!?”


“응? 부딪친 거야?”


“어 그런 거 같아”


“괜찮아. 다 왔어.”


쪼롬이 앉은 녀석들은 들썩이는 차에 놀라움 반 즐거움 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반응이었고, 휘청하긴 했어도 대수롭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숙소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보니 타이어가 터져 있었다.

어쩌면 시트콤일지도 모르는 여행은 이렇게 다채로운 상황이 더해졌다.


어둠에 묻혀 보이는 것은 오직 리조트 불빛뿐.

사고 접수를 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정비소가 문을 닫았단 말에 온종일 긴장하고 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어차피 오늘은 시간이 늦었고, 내일은 계획이 있다 해도 날씨 때문에 계획을 틀었어야 했겠지만, 애초에 우리는 거창한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튿날.

눈뜨자마자 다시 사고 접수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견인차량이 왔다. 스페어타이어가 없어서 차를 정비소로 가져가야 된다는 말에,


"아.. 그럼 대체 차량은 언제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이거 같이 타고 가셔서 타이어 교체하고 직접 몰고 오셔야 되는데요."


눈곱만 떼고 뛰어나오는 길을 따라, 녀석들도 내복 차림에 잠바만 걸쳐 입고 뛰어나왔으니 똑같이 정신없는 상황인데도 아이들은 견인차를 보는 것만으로 신이 나서 아침부터 들떠 있었다.


“우와 견인차다!”


“견인차가 우리 차 실어가요?”


“응. 너네 견인차 싣고 가는 거만 보고, 어떻게 실는지는 못 봤지?”


“네”


“지금 볼 수 있어.”


“우와~~”


“와. 엄마! 저기 바다예요!!! 저기 현무암도 엄청 많아요!”


온실 같던 어제의 제주는 어디 가고 오늘은 귀가 떨어져라 매섭게 부는 바람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정비소로 갔다 와야 하는 상황에 머리가 무겁기 시작하는데, 아이들은 눈 뜨자마자 볼거리가 넘쳐나고 놀거리가 눈앞에 깔려있는 이 상황이 재미있고 흥분되는 것 같았다.

견인차 옆에 찰싹 붙어서 차가 실리는 것을 지켜보다가 바닷가로 뛰어가 바다도 보고 돌하르방 얼굴이며 손이며 구석구석 만져보다가 바람에 달달 떨며 그네도 탔다. 너희는 지금 이 장소 자체만으로도 이미 신나는 것 같았다.

어젯밤 시속 40km로 40km를 달려온 길을 오늘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 호기롭게 내가 다녀오겠다고 말하고도 스스로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에 골치가 아팠다.


“엄마 차 고쳐서 올게. 이모 말 잘 듣고 잘 놀고 있어”


“네. 다녀오세요.”


자다 일어나 얼떨결에 견인차에 실려 가는 꼴이 우스워 그만 웃음이 터졌다.

지금은 그냥 걱정스러운 마음은 접고, 어젯밤 보지 못했던 제주의 풍경을 봐야겠다 싶었다. 긴장하고 운전하면 풍경을 볼 수 없을테니까 지금은 그냥 지금을. 다음은 차를 고치면서 고민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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